이 영화의 줄거라는 아주 단순합니다. 대학을 다니는 삼대 독자 아들 (박상길)이 어머니의 강권에 의하여 시골 처녀 (순이)와 중매로 결혼을 하고 군대를 갑니다. 이 시골처녀 역을 수애가 합니다. 시어머니는 군대간 아들에게 매달 며느리를 면회보냅니다. 혹시나 모를 사고로 대가 끊길 것을 두려워해서 며느리를 아들한테 씨받으러 보내는 것이죠. 그러나 애인이 있던 아들은 자신의 색시한테 눈길하나 보내지 않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이 아들은 고참과 싸워서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귀로에 놓입니다. 영창을 가느냐 월남 파병을 가느냐...그래서 함께 싸움한 고참과 아들은 월남 파병을 선택합니다. 나중에 충격을 받은 시어머니는 아들 찾으러 월남을 간다고 하자, 며느리 순이 (수애)는 자신이 가겠다고 합니다. 순이는 우여곡절 끝에 사기꾼 음악 밴드를 만나 월남에 가서 이곳 저곳의 한인 병영에 위문하면서 군수물자를 받아 돈을 버는데...여러 에피소드 끝에 남편을 만난다는 이야깁니다. 영화평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가 단순하고 심지어는 아예 없고, 부인에게 눈길조차 주지않은 남편 박상길을 찾아 월남까지 순이가 찾아가는 필연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혹평을 합니다. 1970년 초...시골의 양반집. 비록 몰락한 양반집이지만 전형적인 가부장적 가족...그리고 친정부모 또한 출가외인의 전통을 엄격하게 고수한 상태에서 순진한 시골 아낙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여필종부의 전통을 따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순이가 남편을 따라 죽음을 넘는 사선으로 갈 결심을 하게 되는 경위의 필연성이 결여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순이에게 마지막 남은 길은 남편을 찾아 씨를 받아 오는 길이 유일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는 한 평범한 시골 아낙이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라고도 합니다. 이것은 감독이 의도한 이야기 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수애를 위한 수애의 영화라고 하는데 톰 헹크스의 [Cast Away]의 맥락과 비슷합니다. 어쨌든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다른 애인 땜에 괴로워하는 남편넘이 뭐가 좋은지, 아니면 그 동안 정이 들었든지, 또 아니면 남편이라고 마음에 둔 아내의 마음, 그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는 새 사랑이 싹텄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런 애증은 전통적인 한국의 아낙들이 갖는 정서였습니다. 사랑에 대한 선택권이 전혀 없고 부모가 점지해 준 배우자를 만나 애낳고 살면서 흔히 우리가 말하는 사랑, 또는 정을 키워 나갔는지도 모릅니다. 60-70년대의 어린 시절도 생각나고 영화의 세팅은 그런대로 당시의 시골과 시골 아낙의 정서를 제대로 표현한 영화인 것같습니다. 우리의 삶은 항상 실존적 선택으로 사는 것은 아닙니다. 때론 우연히 찾아오고, 때론 폭풍처럼 삶의 인연이 찾아와, 삶의 의미를 형성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입니다. 그러므로 우연과 필연은 종이 한장 차이같습니다. 우연이 절대적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은 바로 그것을 필연이라고 보는 우리의 의미부여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슴에 묻어둔 인연의 고리를 지울 수 없어 베트남의 전쟁터로 찾아간 순이. 그리고 그녀가 상길을 만나서 한 일은 뺨을 날리는 것이었습니다. 흠, 우리의 일상은 아무런 매듭없이 흘러가지만, 어느날 예기치않게 삶의 매듭이 맺어지는 인연은 삶의 기적일 수 있습니다. 장진영의 [국화꽃 향기]라는 영화 다음으로 제게 오래남을 동화적인 영화 [ 님은 먼곳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