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가 겁없이 무작정 도전했던 Kootenay 국립공원의 Rockwall Trail 1박2일 산행후기입니다. 뒤에 오르실 분들이 조금이라도 참고하시라고 허접한 글을 올립니다. 금요일밤이나 주말 시간 널널하실 때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고 한 번 크게 웃어 주세요. 자 그럼 출발합니다.
<11년만에 찾아 온 기회>
6월말인가 7월초 선선한 여름 어느 날, 씨엔드림 자유게시판을 게슴츠레 훑어보던 백수는 눈이 번쩍뜨이는 내용을 접했습니다. 1박2일 산행을 가는데 1명을 추가모집한다는 내용이었죠. 록키가 너무 너무 크고, 곰이 무서워 11년동안 당일산행만 열심히 하던 그에게 숙박산행은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그는 지체없이 아내의 결재를 받고 섭섭한 체력과 허접한 장비는 생각도 않고 부랴부랴 신청을 했으며,며칠 후 대학합격소식을 받듯 설레는 마음으로 이메일을 받았습니다.이렇게 백수는 1박산행 초짜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각 산행에 맞게 체력과 장비를 갖춰 저 산에 임하는게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의 출발인 걸 초짜는 간과했습니다.
<섭섭한 체력과 허접한 장비>
바로 그 날부터 초짜는 마치 에베레스트라도 오를 준비를 하는 듯 머리엔 온통 산에 대한 생각뿐이었습니다. 2주일정도 기다려야 할 날들이 너무 멀게만 느껴지더니 근처산 짧은 코스만 돌던 섭섭한 체력과 허접한 장비들을 하나하나 꺼내보곤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30년전쯤부터 캠핑을 위해 하나씩 장만했던 배낭, 코펠, 텐트, 침낭, 버너, 등산화 등은 작거나 무겁고 낡아서 여러가질 다시 구입해야 했기에 마운틴코앞이나 스포츠쳌을 뒤져서 70리터짜리 배낭, 2인용 텐트,가스버너,그리고 헤드랜턴을 대대손손 쓸 생각으로 과감히 저질렀습니다. 아빠의 유산은 (내것은 아니지만) 저기 앉아계신 록키산맥뿐이라고 애들에게 침이 마르도록 사기?를 쳤으니 이 정도 투자는 할 만 하다고 자위하면서 말이죠. 섭섭한 체력을 짧은 기간에 업시키기엔 무리가 있어 현상유지와 체력점검에 촛점을 맞춰 해오던대로 개데리고 산책,배드민턴,하이킹정도로 만족하는 수밖엔 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배낭크기별 사이즈(부피)가 있고,각 사이즈마다 또 대중소(아마도 신체크기를 고려한 것인 듯)가 있는걸 모르고 초짜는 때마침 세일한다고 무조건 제일 큰걸로 구입하곤 기분이 째졌었습니다.
*나와 팀의 안전을 위해, 그리고 한 번 사면 거의 평생 쓰게 되기 쉬우니 제대로 된 장비를 구입하심이 현명.
<아내의 만류>
어느 정도 장비준비가 된 날, 대충 짐을 배낭에 채워 넣었더니 70리터짜리 배낭이 결코 큰게 아니었습니다. 너무 큰걸 샀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걸 메어 보는 순간 초짜의 입에선 "어이구, 내가 미쳤지!"였습니다. 이 무거운 걸 들고 연이틀 27km씩! 산길을 그것도 초짜가. 인터넷을 뒤지고 해서 산행코스에 대해 대충 공부를 했는데,ROCKWALL 트레일은 쿠티니국립공원의 대표적인 코스로 대개 3박4일 일정으로 다녀오는 험난한 길이었습니다. 저흰 1박2일! 걱정도 막연히 컸지만 최초로 깊은 산에 들어간다는 설레임이 훨씬 더 컸습니다.
이런 기회가 없었고 앞으로도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초짜를 부추겨 무조건 GO였습니다. 눈치9단 아내는 그 열망을 알기에 만류 비슷한 눈빛만 보내고 있었고 눈치없는 초짜의 마음은 벌써 산에 가 있어 그런건 안중에도 없었습니다."자,떠나자 록키산으로.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오늘도 아내의 눈빛은 범상치 않습니다. 초짜는 8월6일~7일 1박2일짜리 산행에 또 무조건 GO거든요.
*가족들의 응원은 필수, 같이 하심이 최고이긴 한데......!
<살아 돌아오려면 짐을 줄여라.>
70리터배낭에 텐트,침낭,겨울파카,코펠,버너,가스,물4리터,식량,GPS,똑딱이카메라,판쵸비옷,쓰레기봉투,갈아입을 반팔티와 두꺼운 양말 등을 넣으니 약 20kg! 이게 체중의 30%를 초과하니 초짜의 자신감은 그 무게에 반비례해서 팍삭 쫄아듭니다. 초짜는 NASA의 연구원처럼 짐무게를 줄이기 위해 사투를 벌였습니다. 텐트2개 있으니 빼,식량도 건조식으로 최소화하고(하루여유분포함),카풀비와 입산비만 현금지참하고 지갑도 빼,항상 몸에 붙여 다니는 키목거리도 빼,썬크림과 모기약도 선배거 같이 쓰기로 하고 빼(다음 산행엔 초짜가 휴대),두꺼운 겨울파카는 얇은 스키원피스로 바꿔,세수수건도 얇고 가벼운 면수건으로 바꾸는 등 뼈를 깎는 노력을 경주했음에도 불구하고 3kg정도밖에 줄일 수가 없어
고민하던 중 우연히 휴대용물필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구입, 최종적으로 2kg을 더 줄여 15kg대(체중의 25%)로 배낭을 허접하게 꾸렸습니다.숟가락하나만 더 놓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솔솔치 않게 투자가 필요했습니다. 이렇게 각고의 노력끝에 초짜는 팀에서 제일 가벼운 등짐을 메고 장도에 올랐습니다. 약 16키로그램? 초짜는 무사귀환,민폐근절을 목표로 이번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마시거나 요리용 물이 최소한 4~5리터 필요하니 물을 줄이는게 가장 쉬움-->초짜도 휴대용 물필터를 구입해서 당일산행에서 마실 물만 휴대했습니다..강력추천!
*밤기운이 5도 이상이면 겨울파카는 빼도 될 것 같은게 초짜는 스키파카까지 다 입고 자다가 답답해서 속옷만 입고 잤거든요.
<눈쌓인 천상의 화원>
곳곳마다 납작 엎드려 피어있는 이름모를 꽃들은 보는 이 있든말든 곱게 단장하고 산길을 수놓아 지친 산행자들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솜털이 보송보송연한아이보리색,병아리색,연홍색,연보라색....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꽃들! 바쁜 걸음을 부여잡는 하이얀 눈꽃밭,마치 길을 잃지 말라고 표시해 놓은 듯 눈 위에 살짝 흩뿌려진 쵸코색 흙가루,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눈녹은 물폭포, 마치 암벽이 폭파되는 듯한 물폭포소리...... 익숙한 듯 하면서도 낯설은 난장이 꽃들과 한숨을 내쉬게 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수많은 7월의 슬러쉬눈밭이 그 넓디넓은 화원을 꽈--악 채우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건 우리집 꽃밭만한 것부터 COP스키장만한 한여름의 눈꽃밭은 왜 그리도 잦고 긴지. 코스코 70불짜리 하이킹화를 신고 먼 산길을 가야하는 초짜에겐 그렇지 않아도
죽을 맛인데 신발에 양말까지 푸-욱 젖었으니 그거 말리고 가잘 수도 없고......마치 발가락사이에 모래를 끼고 걷는 듯 아주 껄끄러운게 '님이 넘던 이별고개'가 따로 없었습니다.양말까지 젖은 뒤부턴 꽃이고 뭐고 그저 예약된 캠프만 목놓아 불렀습니다. "오 텀블링크릭 캠프그라운드야.어디쯤 가고 있을까....!!!"
한 계절 피었다가 씨뿌리고,그 씨가 커서 또 피고지고, 또또......하늘의 뜻을 알아야 할 나이이건만 아직 땅의 뜻도 모르는 욕망의 화신 초짜는 그 의미를 알 턱이 없고 알 이유도 없었습니다.
"님이시여 거기 화원관리인 필요없습니까? 부부풀타임으로?"
10여키로 눈꽃모자를 쓰고 서 있는 ROCKWALL밑 천상화원에는 난장이꽃들이 만발했습니다. 집에 무사히 도착해서 기억에 남는 연한 아이보리색의 솜털 보송보송한 난장이꽃이 혹시 그 유명한 에델바이스가 아닐까 찾아 보았는데 모습이 조금 다르네요. 이름 하나 건지지 못 했지만 에델바이스에 얽힌 전설을 알게 되어 조금 위안을 얻었습니다. 한국식 이름은 '왜솜다리'랍니다.짧은 줄기에 보송보송 솜털이 많거든요.
//눈과 얼음에 싸인 스위스의 알프스 산 위에 청아하고 아름다운 소녀가 살고 있었답니다. 이름은 에델바이스였고 얼음으로 된 집에서 혼자 살았습니다.에델바이스는 원래 천사였는데 변덕스러운 신이 소녀로 만들어서 산꼭대기로 내려 보낸 것이었습니다.에델바이스는 혼자 있어도 지루한 것을 몰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얼음집 문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한 손에 피켈을 쥔 남자였습니다.
"아니, 너 같은 여자 아이가 어떻게 이런 산꼭대기까지 올라왔니?"
등산가는 얇은 옷 한 장에 맨발인 에델바이스를 뚫어지게 쳐다보았습니다. 에델바이스는 대답대신 방긋 웃기만 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남자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어디서 왔니? 이름은?"
"에델바이스."
등산가는 하산 후 그가 겪은 꿈같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했고 남자가 들려준 이야기에 사람들은 놀랐습니다. 수많은 남자가 얼음집과 소녀를 보려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지만 목숨을 건 등반에서 성공한 사람은 아주 극소수였습니다.에델바이스는 산에 올라온 남자들에게 미소를 보냈지만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찼습니다.
"제발 저를 멀리 데리고 가 주세요. 내가 없어지면 목숨을 걸고 등산을 하는 사람들도 없어질 테니까요."
에델바이스는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했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변덕스러운 신은 한 천사를 소녀로 만든 것이 생각났습니다. 신은 한 줄기 빛을 보내 에델바이스에게 천사의 모습을 되찾아 주었습니다.
얼음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곳에는 새하얀 꽃이 피었습니다.높고 험한 산을 오른 자만이 만날 수 있는 청아한 꽃을 사람들은 에델바이스라고 불렀습니다.//
초짜는 어제 본 그 꽃을 그냥 혼자서만 에델바이스라고 불러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진짜 이름을 알 때까지만.
*가벼운 디지털카메라를 꼭 휴대해서 닥치는대로 추억을 담아 오세요. 초짜는 짐 줄인다고 뺐다가 엄청 후회했습니다!
<백만불빠리 식사1>
'고지가 저긴데 예서 말 수는 없다'를 수도 없이 되새기며 에누리없이 27키로를 걸어 텀블링크릭캠프그라운드에 도착해서 환할 때 도착했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부랴부랴 텐트치고 늦은 저녁을 먹는데 건조식품만을 예상했던 초짜에겐 엄청난 일이 벌어졌습니다. 선배님들 배낭에서 하나씩 쏟아져 나오는 메뉴는 초짜를 뒤집어지게 만들기에 충분했거든요. 끓여먹는 라면,컵라면,얼추 김치 한 포기,오징어젓갈,깻잎무침,쌀밥,
오뚜기카레,물만 부어 끓여먹는 육개장?,집에서 만든 육포,커피,어이구 몸을 덥혀주는 럼주까지...록키 깊은 산중 캠프에서 백만불짜리 식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지지 않고 생각보다 너무 빨리 끝이 났습니다. 모두들 너무너무 피곤했거든요.
*초짜도 다음부턴 마운틴코앞 등에서 파는 건조식품보다 한국식을 준비
하겠다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죽어도 Go냐 중도하차냐 그것이 문제로다.>
초짜는 첫 날 27km는 좌충우돌 우여곡절끝에 성공했으나, 이튿날 7km쯤 더 가 마지막 갈림길인 누마계곡캠프장에서 중대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신발과 양말은 젖었고 우측대퇴부관절에 이상신호가 잡힌 상태에서 앞으로 거리20키로미터,추가높이800미터인 누마패스와 비경 Floe Lake를 도는 극한도전을 하느냐 아니면 완만한 누마계곡 7km를 내려가서 출발지인 페인트팟주차장까지(약 4키로) 가야 하는 중도포기를 하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고 초짜는 팀에서 이탈하기 전까지는 곰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거의 없었기에 초심이었던 무사귀환,민폐근절을 위해 중도하차로 결론을 내립니다.누마계곡이 그리도 음습하고 거리가 7키로에,
주차장까지 4키로나 또 가야 되는 걸 미리 알았다면 민폐를 무릎쓰고 극한도전의 길을 갔을지도 모릅니다.초짜에게는 곰에 대한 두려움도,가야할 거리도 모두 하찮아 보였었거든요.
*등산화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데 용도에 맞게 준비하시길. 초짜는 단순하이킹화 신었다가 눈밭에서 눈(녹은)물에 젖어 엄청 고생. 눈이 바닥이 아닌 신발윗쪽에 얹혔다가 천천히 스며 들어왔습니다.
<누마계곡 노래방>
초짜는 누마캠프장에 혼자 남아 짙은 아쉬움을 코끝에 달고, 두꺼운 양말과 신발을 말리면서 또 혹시나 내려가는 팀에 합류를 기대하면서 저녁용으로 남긴 건조식품을 마저 끓여 먹으며 엄청 여유있는 시간을 보냅니다. 두꺼운 면양말은 마를 기미가 없고,반대방향으로 오르던 두팀은 아주 고맙게도 근처에서 곰을 보았다는 빅빅뉴스를 전해주고 지나갑니다.
"Don't worry, you're not a bear food!"
들리는건 위로의 말인데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래 눈물나게 고맙다!짜샤!!!"
누마캠프장에 우리보다 앞에 있던 팀도 곰봤다고 했는데....아이고!!!
그때부터 초짜는 곰방울을 무당처럼 흔들어대고 노래와 잡소리를 막 사방으로 틀어대고, 캠프장에 있는 철제음식보관함에 통아저씨처럼 몸을 구겨넣는 시도도 해보구요. 저기 들어갈 수 있으면 그리즐리도 문제낫씽인데...통아저씨가 되게 부러웠습니다....아쉽게도 하늘의 뜻을 모르는 초짜는 통아저씨처럼 몸이 부드럽지가 않음을 통감하고 곰아 나살려라 아직 축축한 양말을 껴신고 부랴부랴 캠프장을 떠납니다. 양손에 스틱은 가능한한 길게 펴고,곰방울은 소리 잘 나는 곳에 부착하고,곰스프레이는 가장 신속하게 뺄 수 있는 왼가슴께에 달고 서부사나이가 총을 뽑듯 몇 번이고 스프레이뽑는 연습을 해 보았습니다. 축축한 양말과 관절통은 기억에서 멀어지고 최근 씨엔드림에서 본 옐로스톤 곰사건은 왜 그리도 반복상영이 자꾸자꾸 되는지???? 초짜의 머리엔 온통 곰들뿐이었습니다. 이 때 친구가 사다 준,요즘 번잡한 책상위에서 잠자고 있는 생각버리기연습 표지에 있던 문구가 그 곰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 얼굴을 내밉니다.
//생각하지 않고 오감으로 느끼면 어지러운 마음이 서서히 사라진다.//
쓸데없는 생각의 방향을 틀기 위해 오감을 풀가동-- 나무의 이파리들과 시냇물의 결을 보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소리,시냇물 흐르는 소리를 듣고, 숲의 냄새를 맡고, 들숨과 날숨 호흡을 유심히 관찰하고...... 조금은 마음의 안정을 찾았습니다.
"곰들아,무식한 초짜가 지나가니 근처에 있다 놀라 자빠지지 말고 멀찌감치 아주 멀찍이 피해 있거래이,화살처럼 지나갈 것잉께!!!"
비 내리는 호남선 완행열차에 흔들리는 차창너머로--앗 곰인가?--초짜에겐 근처 나무가 흔들리기만 해도 머리가 쭈뼛.시커먼 배설물만 봐도 다 곰X이요,금방 자신듯 한 큼지막한 동물의 두개골과 수북한 털들--"아 이놈들이 스마트한거여,더러운 거여? 길에서 싸고 먹고."-- 우여곡절끝에 Numa 계곡노래방은 시작되었습니다.
오 솔레 미오 나랴......이히리베 디히 조 비두미 암 아벤......아쿠카라차...디라일라....그 겨울의 찻집이 어떻게 시작되지?...... 아직도 못 다한 사랑은??? 초짜는 이렇게 엉터리 노래를 소음을 질러대며 두 시간?을 내려와 누마계곡주차장에 도착하는데 이제 막 올라가는 팀에게 빅뉴스를 전합니다.
"I heard ...bears....sing,sing,sing.....Good luck!"
*혼자 록키산 깊숙히 다니는건 정말 무서웠습니다. 꼭 여러 명이 같이 다니시길......!
*곰이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경우보단 거의가 가까이 다가간 걸 모르고 있다 곰도 놀라서 보호본능에 인간을 공격한답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게 인간이라는 사실을 얘들도 알고? 피한다니까 소리 잘 나는 곰방울이나 호루라기 꼭 휴대합시다.
<히치하이킹이 불법이라지만.>
누마폭포?에 발담그고 1차 무사귀환을 자축하며 잠시 안정을 취한 후 출발지로의 귀환계획을 세우는데, 지친 몸으로 차가 달리는 포장도로를 털레털레 걸어가느니 느긋하게 히치하이킹을 성공할 때까지 시도해 보기로 합니다. 누가 과연 처참한 몰골의 냄새나는 산행자를 태워줄 지 궁금해 하면서 상황분석에 들어갔습니다. 쌩쌩 달리는 도로가에 서서 태워 달라는건 상당히 위험하고 초짜 역시 이민온 첫 해엔가 한 번 태워주곤 불법이라는 사실과 위험성을 통감한 뒤론 그냥 지나친답니다. 차라리 주차장에 들어온 차량을 집중공략했습니다. 처참한 몰골을 최대한 깨끗하게 하고,여유공간이 많고 운전자가 남자인 차량을 택해서 나의 목적지를 구체적으로 그리고 간단하게 설명했더니 두 번만에 성공했습니다.
와우!.
"어제 페인트팥에서 출발,돌아돌아 예까지 왔는데 거기까지 좀 태워주시면 백골난망이로소이다!" "오케이"
지저분한 초짜를 흔쾌히 태워주신 그 젊은 신사분께 깊고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젊은이 복 받을겨!!!" 자기도 어린 것이. 초짜는 지난 일은 다 잊은 듯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이러브 캘거리 히--호
*캐나다에서 10여년 살며 제가 생면부지 남의 차를 얻어탄건 지난 겨울 카나나스키스에서 크로스컨츄리스키타다가 길 잘못 들어 한 번,이 번에 또 해서 두 번이네요. 이민 첫 해에 멋모르고 한 번 태워준 적이 있는데 솔직히 지저분하고 냄새나고 이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확실하진 않은데 불법이라고 하구요. 아마도 위험해서 그러리라 짐작을 해봅니다. 도로상에 갑자기 차 세우는 것도 그렇고 강도의 위험도 있는 것 같고. 초짜는 빚지곤 못 사니 최소한 한 번은 더 할 작정입니다.
<백만불짜리 저녁식사2>
산에 걸린 태양에서 내리쏟는 햇살은 호수처럼 고요한 밴프보우강가에 가로로 누워있고,길건너 잔디밭엔 멋진 뿔 달린 숫사슴 한 마리가 힘차게 쉬야중이고, 공원 잔디밭엔 거의 벌거벗은 남녀가 기타치고 훌라후프춤추며 모기파티중인 밴프시내공원의 황혼모습을 보며 초짜는 Nesrer's Market바깥에 있는 철제의자에 앉아 마켓에서 산 음식을 한꺼번에 좌-악 펼쳐놓고 먹었습니다. 따뜻한 닭요리를 메인으로,샐러드조금,시원한 네슬레아이스티,작은 토마토 한 개,시커먼 자줏빛 호랑무늬 사과 한 개,뜨거운 커피, 9불 좀 넘게 주고 산 음식이지만 산에서 거의 초죽음이 되어 내려 와 지치고 지저분한 초짜에겐 며칠 전 다녀갔다는 섬나라왕자가 부럽지 않았습니다. 빵빵한 시간여유까지 있었으니
오감에 육감?까지 만족시켜주는 백만불짜리 식사였습니다. 시원한 육개장만 더 했으면 이백만불짜리였을텐데......아직도 고생하고 있을 동료들 생각하면 너무너무 미안했지만, 초짜는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했습니다.
<잊을 수 없는 동료애>
산꼭대기까지 무겁게 짊어지고 와서 끓인 1인분 라면을 두 젖가락이나 주고,2000m 캠프장에서 가슴을 울리던 럼주 두 잔,자기 곰방울 떼주고,여분양말 껴신으라고 건네주고,휴대폰 빌려주고,차키도 선뜻 내주고, 산행내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고......생면부지의 동료들이었지만 잊을 수 없는 많은 배려와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초짜는 이 또한 잊지 않고 최소한 받은 만큼은 돌려주는 삶을 살자고 또 다시 다짐해 봅니다.
참 초짜의 어릴 때 별명은 백곰이었습니다.
"인연이 깊구먼. 곰,곰,곰!!! 그 땐 네가 귀여운 줄 만 알았는데......"
끝 / 행복한 주말!!!사랑해요 캘거리!!!
거북이처럼 느린 우짜(웃자)등반대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