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도 기독교인가?
아래 Largo님 글보고 댓글 달려다가 글의 성격이 달라 따로 올립니다.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기독교 내 여러 종교전통을 제대로 불려주는 것이 좋을 것같아서 몇 말씀드립니다. 아래 글은 라고님에 대한 댓글이라기보다는 몇 년전 씨엔드림에서 한 번 지적한 적이 있어서 다시 상기한다는 차원에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라고님께서 “기독교에서 로만카톨릭으로”라는 말씀은 한국적 상황에서 통상적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틀린말은 아니지만 종교적 사투리로 보는 것이 좋을 것같습니다. 표준어는 한국갤럽 코리아에서 분류한 용어인, 개신교와 천주교가 가장 적절한 표현입니다. 만일에 기독교를 기독교와 천주교(가톨릭)로 나누면 용어상 혼란을 일으킵니다. 대신에 기독교안에 개신교와 천주교가 있다고 분류하는 것이 용어상 타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용어상의 혼란은 천주교 자체에서 자기들을 부를 때 가톨릭 또는 천주교로 부른 것과 개신교인들이 가톨릭을 기독교로 보지 않은 배타적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의 성결고 목사인 유선호라는 분이 책을 두 권 썼는데 제목이 가관입니다. [천주교도 기독교인가?], [천주교를 배격하는 7가지 이유]. 이 분의 주장은 천주교는 기독교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기독교 탄생이 기원후 1세기인데 개신교 탄생은 16세기입니다. 그러면 지난 15세기가 송두리째 없어져 버립니다. 신의 섭리(Providence)를 부정하는 불신앙적 표현입니다.
보통 기독교(Christianity)에서는 세계의 큰 전통이 있습니다.
Orthodox Christianity (정교회)
Roman Catholic Christianity (가톨릭교회 또는 천주교회)
Protestant Christianity (개신교회)
위의 정교회를 보통 Eastern Orthodox Christianity (동방정교회)라고 하는 것은 유럽에서 볼 때 주로 동유럽에 있기 때문입니다. 동로마제국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죠. “정”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Orthodoxy을 번역한 것이며, 이말은 “정통” 또는 “바른 가르침”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정교회를 제대로 번역하면 “정통교회” 또는 “정통의 가르침을 주는 교회”라는 뜻입니다. 개신교도들이 자기네들이 정통교회라고 하지만 이름으로 보면, 정교회가 정통교회이며 개신교는 저항교회로서 정교회의 입장에서 보면 개신교는 겻가지 교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정교회가 생긴 것은 천주교회와의 분열로 기인한 것이지만요.
그리고 라고님이 글의 제목에서 말씀 잘 하셨듯이 가톨릭교회를 영어표기로는 가톨릭교회 (Catholic Church)로 부르기보다는 로마 가톨릭 교회(Roman Catholic Church)라고 해야 정식명칭입니다. “Catholic”이라는 말이 천주교회를 지칭할 때는 고유명사이긴 하지만 보통명사로는 보편적인, 전반적인, 포괄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그래서 소문자로 catholic church라고 하면 천주교회가 아니라 그냥 보편교회입니다. 보수 개신교도 여러분들이 일요일마다(주일이란 말을 좋아하겠지만) 고백하는 사도신조(사도신경, The Apostles’ Creed)의 고백문 중에 “거룩한 공회”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것의 영문표기는 “the holy catholic Church”입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공”은 catholic을 의미하고 “회”는 당근 church를 지칭하는 것이죠.
그런데 정교회나 개신교나 여러 분파들이 있으니까 Orthodox churches나 Protestant churches라고 표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원래 힘쎈 넘이 대접받듯이 마치 기독교회는 천주교회, 정교회, 개신교회 만 있는 것으로 보지만 사실은 네스트리우스 교회, 콥틱 교회등 기존 기독교 전통에서 대접받지 못한 기독교 조직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기독교의 Christianity를 복수로 써서 Christianities로 쓰기도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불교도 Buddhism 대신 Buddhisms로 쓰기를 제안하기도 합니다. 이글은 기독교에 대한 것이니까 각설하고, 기독교들이라는 복수형이 제안될수밖에 없는 것이 세계 전역에 다양한 기독교 전통이 형성되어 있어서 기독교를 지역적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즉 European Christianity, African Christianity, North American Christianity, Latin Christianity, Asian Christianity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일전에 어떤 분이 개신교 전통중에서 개혁신앙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하신 적이 있는데 이것은 아주 좁은 개신교 분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분들이 말하는 개혁신앙이란 칼빈주의를 지칭하며, 주로 미국의 Westminst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양산된 신학이나 Dutch Reformed Church 또는 스캇렌드 장로교를 지칭하는 정도입니다.
신학교에서 "세계 종교"(World Religions)를 가르치기는커녕 "세계기독교"(World Christianity)조차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있습니다. 개신교신학교는 중세교회사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한심한 일이죠. 그러니까 신학적 배타성을 넘어 [천주교도 기독교인가?]라는 자기 부끄러운 줄 모르는 책도 나오는 것이죠. 심지어 캘거리에서도 천주교는 이단이라고 가르치는 교회가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한심한 짓입니다.
마지막으로, 농담아닌 농담하겠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수를 자랑하는 개신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입니다. 처음 한국에 개신교가 소개되었을 때, [야수교]로 소개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야수교인]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된 것이죠. 그러면, 앞으로 이런 일부 개신교를 [예수교]로 불러 줍시다. 예수는 역사적 인물이고, 예수가 그리스도(메시아)로 고백하는 사람들을 크리스챤 또는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는데 자기들 스스로 예수교라고 하니 예수교로 불러주는 것이니 예수교가 맞습니다. 한국에 기독교의 명칭을 유일하게 제대로 사용하는 장로교회는 “한국기독교장로회”입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명칭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기독교장로회에서는 역사적 예수 문제를 학문적으로 열심히 파고, 예수교장로회에서는 역사적 인물로서의 예수보다는 신앙의 대상으로서의 그리스도를 열심히 믿고 있으니 이런 신학적 전통으로보면, 대한예수교장로교 이름을 대한기독교장로교라고 부르는 것이 타탕할 것입니다. 예수는 고유명사이고 그리스도는 타이틀입니다. 즉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말인데 나중에는 아예 예수 그리스도가 합쳐져서 고유명사화된 경우입니다.
아, 답이 늦었군요.
정답: 천주교는 기독교입니다. 기독교가 개신교가 아니고 개신교가 기독교입니다. 그런데 개독교는 천주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개신교를 지칭하는 것입니다. 상당한 다수 몰지각한 개신교도들 땜에 기독교가 개독교가 된 것이죠. 아마 기독교를 개독이라 부르는 사람들은 개신교도가 분류하는 용여, 즉 기독교(개신교)와 천주교의 분류에 따랐을 것입니다. 천주교도 기독교인데 개신교 잘못으로 개독이란 명칭을 뭉떵거려 뒤집어 쓴 경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