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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하죠? LRT 라고 부르는 에드먼튼의 전철입니다.
전철역 뒤에 무료 주차장이 있어서
그곳에 주차를 하고 전철로 갈아타면 됩니다.
실은 이 도시에 살면서 전철을 타 본 게 딱 두 번 입니다.
오늘이 그 두 번째 입니다.
12 년 살아온 도시에서 전철 두 번 탔다는 게 말이 되냐구요?
말 됩니다. 노선이 한 개 뿐인 저 전철을 탈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얀 원피스 차림에 주전자 들고 있는 아저씨는 이라크 사람인데,
이라크 파빌리온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차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짧은 여름 동안 에드먼튼에서는
거의 매일 야외축제를 비롯한
크고 작은 이벤트가 곳곳에서 열립니다.
그래도 딱 3 개월간만 화끈하게 노는 에드먼튼은
일년 365 일 제 정신이 아닌 라스베가스같은 도시보다는
건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월요일까지 해리티지 다문화축제가 벌어집니다.
제가 저녁이 다 되어서 여기 온 이유는
그 축제를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하나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왜 그런 모자 있잖아요.
카우보이 모자 (텐갤런) 인데 가죽이나 천을 소재로 만든 게 아닌,
지푸라기나 나무껍질 비슷한 걸로 만든 모자
제가 태국이나 필리핀에 갔을 때 느낀 것은,
보통모자로는 그곳의 자외선/열기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 입니다.
저 윈드리버 밀리터리 벙거지도 괜찮은 모자이긴 합니다.
근데 아무래도
밀짚모자가 하나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침 해리티지 축제할 때 칠레나 동남아 국가 파빌리온에 가면
고급 페도라를 싼 값에 살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웨일즈 출신 가수들이 부르는 신나는 노래에 정신이 팔려 시간을 보내고......
저 이태리 아가씨 가창력 끝내줍니다.
저는 제 주변에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런지 웬만해서는 (진심으로) 박수치지 않는데,
(제 와이프는 고등학교 때 성악과 진학을 권유받았을 정도로 가창력이 좋고
그녀의 조카 (제 돈 5 만원 떼어먹은) 아이는 거의 가수 수준이라고 할 정도로 노래를 잘 부릅니다 )
저 이태리 처자는 목소리부터 타고 난 듯 합니다.
밀짚모자를 구하려면 중남미 국가나 동남아 국가 파빌리온으로 가야하는데,
노래 구경하다가 시간을 다 보냈습니다.
게다가 날씨마저 심상치 않군요.
경찰의 weather warning (날씨경고) 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떠나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천둥번개와 토네이도 가능성이 높을 때 날씨경고가 발령됩니다.
여름날 오후에는 늘상 벌어지는 일입니다.
비가 쏟아져도 아랑곳하지 않던 사람들은
옆에서 번갯불이 번쩍거리고 우르릉 꽝하는 소리가 나고서야 기겁을 해서 대피소로 뛰어가기 시작합니다.
번개와 천둥 간격이 1 초도 안 될 경우
야외에서 얼씬거리는 거 아주 위험합니다.
갑자기 몰아닥친 레인스톰 때문에
벼락을 맞지 않기 위해
공원 안에 마련된 대피소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람들
한 시간이나 이 쉘터에 갇혀서
천둥번개가 그치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여름이면 밤 열 한 시까지 해가 떠 있는 도시 에드먼튼
해가 조금 짧아졌습니다. 이제 아홉 시 정도면 해가 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