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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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숙소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되었습니다.
긴 여행을 갈때면, 여행 몇 주일 전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 일정을 알려주는 메일을 발송합니다.
한국 갈 때는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미국 갈 때는 미국 사는 친지에게 제 행선지와 일정을 알려줍니다.
이번에는 메일 끝 무렵에, ‘갈 데가 없어 종로구 낙원동 아구찜 골목에 있는 2 만 원 짜리 여인숙과 찜질방에서 지낼 예정’이라고 썼습니다.
그랬더니 단 하룻만에 세 군데서 숙소 제공 의사를 표명해 왔습니다.
큰 형과 동서(처형), 그리고 친구 한 명이 각각 자기 집에 와서 있으라는 답신을 보내왔습니다.
저로서는 생각지도 않은 호의였으므로 내심 조금 당황하기도 했는데, 곧 마음을 가다듬고 응모해 준 세 곳의 숙소 후보에 대한 심사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심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숙소 후보에서 큰 형네는 가장 먼저 제외시켰습니다. 무엇보다 동네가 대치동이라 제가 매일 왔다갔다해야 할 동교동에서 너무 멀다는 것이 감점 요인이었습니다.
동서네는 가족이 많아 (4 명) 제가 하나의 room + bathroom 유닛을 독점해서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 역시 제외시켰습니다.
두 곳 모두 20 대 조카들이 있는 곳이라 예상하지 못한 비용이 발생해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가 있다는 점이 심사에 결정적인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제가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는 것은,, 한국도 이제 연장자나 항렬이 높은 (예: 삼촌) 사람이 매번 돈을 내는 문화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것 입니다.
결국 제가 낙점한 곳은 혼자 사는 친구 집,
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낙점을 통보했습니다. 아예 키 번호까지 받아놓았습니다. 자기는 집에 거의 없으니 맘대로 들락날락 해도 상관없답니다.
친구 아파트 소재지가 인천광역시 만수동이라는 곳인데,,,,,, 저는 인천 지리를 거의 모르고 만수동이라는 동네 이름도 처음 들었습니다.
작년에 그 집에 한 번 가보긴 했지만 친구 차를 타고 다녔기 때문에 동네 이름은 커녕 아파트 이름도 알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혼자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인천공항에서 303 번을 타고 인천종합터미널 (신세계백화점) 까지 간 다음 거기서부터 택시를 타고 들어가는 게 가장 빠른 루트같은데, 예상소요시간이 거의 두 시간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더구나 303 번은 이용승객 수에 비해 배차간격이 긴 좌석버스라 출퇴근 시간대에는 제 때 못 탈 수 있다는 글도 읽었습니다.
또 다른 루트로는 302 번을 타고 송내역 (1호선)까지 가서 송내역에서 버스 (16-1) 나 택시를 타고 들어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고급리무진을 타고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서울 동교동까지는 갈아타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공항철도로 깔끔하게 40 분 걸립니다. 근데 인천에 있는 공항에서 인천에 있는 어느 아파트까지 가는데는 교통도 더 불편하고 비용도 더 많이들고 시간도 두 배 이상 더 걸리는 것 같습니다.
직선거리를 비교해 보니까 절반 정도밖에 안 되더만 (구글맵 스크린에 자를 대고 재어봤습니다) 소요시간은 거꾸로 입니다.
대한민국은 모든 게 서울 위주로 디자인된 나라라는 사실, 옛날부터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인천공항만큼은 인천에 있으니만큼 인천 시민들이 다른 곳 시민들에 비해 최소한 더 불편하다는 느낌은 받지 않도록 배려해야 하겠습니다.
이상 이동경로를 검색하다가 확 열받은 임시 인천 시민 후보의 소감 한 마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