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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문보도에 의하면, 어제 한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 참석한 성김 주한미국대사가 ‘남코리아의 독자적인 핵개발 의지를 노골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일 박근혜 새 정부가 독자적인 핵개발을 시도한다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경고를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 입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미국과의 불협화음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남코리아로서는 미국에 맞아 죽으나 북코리아에 맞아 죽으나 이판사판이라는 심리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변에서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박근혜 당선인은 우라늄 농축과 핵폐기물 재처리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지난 달 미국 정부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는데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당시 보도 내용을 문자 그대로 읽으면 박 당선인이 단순히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으로서의 원자력에 대한 남코리아의 기술력 확보에 도움을 달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지만, 행간에 숨어있는 의미는 독자적인 핵주권 확보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현재 남코리아의 보수진영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핵무기개발주장 여론이 있습니다.
박근혜 신임 대통령이 취임하면 아마도 한미원자력 개정협상에서 미국 정부와 첫 번째 충돌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싸르니아는 이 대목에서 지금으로부터 딱 10 년 전 일이 생각납니다.
2003 년 새해 벽두 당시 노무현 당선인 새 정부 인수위는 미국의 허락없이 북코리아 VIP 특사 장성택을 베이징에서 접촉하려다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특사접촉은 사실상 독자적인 어젠다를 기반으로 대북 대미외교를 전개해 보겠다는 의지의 첫 신호탄이었는데, 당시 부시 정권은 노무현 정부를 전방위에서 압박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언젠가 박지원 씨의 증언을 토대로 언급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암튼 당시 압박의 한 축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루어졌고, 또 다른 한 축은 Moody’s 를 비롯한 미국의 신용평가회사들에 의해 전개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용평가회사들에 의한 신용평가 하향 조정 위협은 느닷없이 주가폭락과 글로벌투기자본의 대량투매행위가 반복되는 사태로 이어져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새 정부를 뿌리부터 흔들어댔습니다. 참여정부는 결국 출범도 하기 전에 백악관과 글로벌투기자본의공동 파상공격 앞에 결국 백기를 들고 굴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특사접촉이었지만 이번에는 핵문제입니다. 어떻게 될까요?
이제 코리아반도 비핵화는 전 세계가 비핵화되기 전에는 불가능할 것 입니다. 지난 달 북코리아가 선언한 그대로 입니다.
제 3 차 핵실험 전까지만해도 남코리아 평화운동진영 일각에서는 ‘환원가능한 비핵화’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환원가능하든 환원불가능하든 비핵화라는 말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습니다. 북코리아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도 가능성도 없을 뿐 아니라 포기할 필요도 없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으로부터 2 년 전 싸르니아는 어느 진보적 평화애호가와 남코리아 핵문제에 대해 논쟁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아마 제 기억으로는 2010 년 11 월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직후 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분에게 지금도 코리아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한 평화공존이 가능한 환경인가를 묻고 싶습니다.
저는 그 때 이렇게 말 했습니다. 제 입장이 변하지 않았으므로, 아니 입장이 변하기는 커녕 입장을 지지하는 환경이 더 견고해 졌으므로 그 때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합니다.
평화를 파괴하고 폭력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물리적 비대칭과 불균형입니다. 균형이란 일종의 정돈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존재하는 모든 개체가 자신을 포함한 주변 환경을 항상 최선의 상태로 유지하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즉 존재로서의 자연적-윤리적 의무를 수행하다 보니까 생긴 바람직한 결과입니다. 약간 똥밟은 소리를 섞어 말하면 열역학 제 2 의 법칙에 저항하는 존재들의 생존반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남북은 통일 이후에도 반동적 국제자본과 제국주의 군사력에 맞서 코리아반도 통일국가의 주권과 외교력을 보위하기 위해 핵을 비롯한 전략무기체계를 반드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인류역사상 제국주의자들이 반전시위에 감동을 받은 나머지 전쟁을 중단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반전시위와 평화운동은 시민운동의 몫이고 고귀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지만, 국가조직은 국가조직대로 전쟁방지와 평화유지를 위해 기능해야 하는 분야가 따로 있습니다.
국가조직이 적들의 침략의지를 변경시킬 수 있는 수단은 외교력과 아울러 그 외교력을 사실상 뒷받침하는 제어장치인 무력으로서의 군사력입니다.
제국주의자들은 무력을 강탈과 침략을 위한 폭력수단으로 사용하지만 평화주의자들이 지도부를 담당하고 있는 ‘착하고 이쁜 나라’는 무력을 균형력 (power of balance, balance of power 와는 다른 개념) 을 이용해 폭력을 견제하는 ‘deter’ 개념으로만 사용합니다.
평화를 사랑하고 보편적 정의를 추구하는 근원적 정신이란 ‘핵무기’ 같은 거 하고는 상종해서는 안 되는 고상한 수도사 같은 존재가 아니라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 안 에 두 발을 딛고 평화와 보편적 정의의 실천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생산해 낼 수 있어야 비로소 그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코리아 자주정권의 독자적인 핵무장은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당시 싸르니아는 자주정권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새 정부가 자주정부가 될 수 있을까는 잘 모르겠습니다)
첫째, 멀게는 향후 한반도 통일국가가 주변 강대국들의 간섭과 주권침해로부터 스스로를 보위하는 견제수단으로서 기능할 것 입니다.
둘째, 그럴 리야 없겠지만, 남북간의 비대칭을 하나씩 해소해 나가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혹시 돌출될 지도 모르는 북코리아 내부의 좌편향 모험주의자들이나 기회주의자들의 발호를 견제하는 그야말로 ‘과도기적’ deter 기능을 수행할 것 입니다.
현재의 북코리아 지도부는 ‘착하고 이쁜 마음’이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던 이른바 혁명 1 세대 가 아니라 그냥 평범하게 월급 받고 일하는 전문관료들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좀 미덥지가 않습니다.
저는 코리아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는 진보적 평화주의자들의 철학적 인식에는 오류가 없으며 저 역시 전폭적으로 동의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액자 속에 표구하여 책상 앞에 걸어놓고 날마다 쳐다보면서 마음에 새겨야 할 원칙들과 날마다 실천해야 할 현실적인 어젠다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 입니다.
코리아반도에서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비대칭구조를 해소하는 방안으로서 남코리아의 독자적이고 자주적인 핵개발에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박근혜 새정부에 과연 미국이 주도하는 ‘제국주의적 보편윤리’에 저항하면서 생기게 될 막대한 희생을 감수할 각오와 철학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확신이 없습니다.
2013. 2. 21 sar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