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 전인 2 월 25 일 0 시 (한국시간),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의 국가원수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첫 업무보고를 한 사람은 합동참모본부 의장 정승조 대장이었다.
보도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정 합참의장이 합참 지휘통제실에서 오늘 0 시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고, 박 대통령은 "전 장병의 노고를 진심으로 치하한다. 우리 군이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면서 "전방 지역은 날씨가 많이 추울 텐데 장병들은 근무하는 데 어려움이 없냐"고 물었다고 한다.
현재 코리아반도에서 전개되고 있는 일촉측발의 군사적 긴장상황을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 보도를 읽고 무신경하게 지나칠 수도 있다. 새 대통령이 업무를 인수한 첫 날이니 전군을 대표하는 최고지휘관이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인사를 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합참의장이 “날씨가 추운데 장병들이 근무하는데 별 여려움이 없는지” 묻는 새 대통령의 새삼스런 궁금증에 답변을 해 주기 위해 오밤중에 전화를 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문보도에 나온 내용 외에 박 대통령과 정 합참의장 사이에는 오늘 새벽 무슨 이야기가 오갔을까?
그것은 당연히 오는 3 월 1 일부터 시작하는 독수리훈련과, 이어 3 월 11 일부터 실시되는 키 리졸브 훈련에 관한 사항이었을 것이다. 올해 키 리졸브 훈련은 논란끝에 결국 강행하기로 했는데 남코리아군 1 만 여명과 미국군 3 천 여 명이 참가한다. 남코리아 국방부 발표에 의하면 올해 키 리졸브 훈련은 한미연합사가 아닌 남코리아군 합참에서 주도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표현이 재미있는데 합참이 주도한다는 의미는 훈련계획을 수립하는데 합참에 주도적인 역할을 부여한다는 의미이지, 지휘권은 여전히 한미연합사령관인 주한미군사령관이 행사하게 된다.
그런데 이 훈련을 둘러싸고 신임 대통령이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합참의장의 보고를 들어야 할 무슨 긴박한 사유가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은 이틀 전인 23 일 북코리아 조선인민군사령부가 판문점 대표부를 통해 제임스 셔면 주한미군사령관에게 보낸 이 훈련과 관련된 최후통첩문에 들어있다.
북코리아 조선인민군 사령부는 이 통지문을 통해 “당신(제임스 셔먼 주한미군사령관을 가리킴)도 알고 있는것처럼 우리의 정정당당한 위성발사와 자주권수호를 위한 지하핵시험을 걸고들면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집요하게 매달리고있는 포악무도한 대조선고립압살책동으로 하여 지금 우리 나라에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를 험악한 정세가 지속되고있다.” 고 전제하면서 “바로 이러한 때에 당신측이 끝끝내 방어적이요, 년례적이요 하는 허울을 쓰고 또다시 무모한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하는것으로 침략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단다면 그 순간부터 당신들의 시간은 운명의 분초를 다투는 가장 고달픈 시간으로 흐르게 될것이다.” 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지난 1 월 말 북 국방위원회가 전면대결전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상황이기 때문에 예년하고는 훈련강행에 따른 위험부담이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지난 2월 11일에는 평양에서 열린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서 “조국의 안전과 나라의 자주권을 믿음직하게 수호하기 위한 강도 높은 전면대결전” 을 재확인했다.
군사행동이 위협용이었다면 북코리아 지도부의 행정적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서 공식적인 재가절차까지 밟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북의 입장은 지난 2 월 14 일 로동신문에 실린 장문의 '정론'을 통해 재확인되었다. 전쟁선언이나 다름없는 초강경 정론은 북의 제 3 차 핵실험이 기대이상의 대성공을 거둔 날로부터 딱 이틀 후에 발표됐다. 로동신문 정론은 북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와 국방위원회의 공식 입장이다.
‘분노는 무기를 찾는다’ 라는 제목의 이 정론을 통해 북이 전면전을 선언한 대상은 "미국과 연합한 적대세력"이다. 미국과 연합한 적대세력이란 아베 신조가 이끄는 일본의 극우 정권과 남코리아의 반북보수 집단을 의미한다. 북이 미국과 일본 남코리아 정부를 악의 3 대 축으로 규정하고 적대세력. 즉 전쟁대상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싸르니아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문제는 북코리아 지도부가 그들이 한 말들을 과거처럼 위협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 씩 착착 단계적으로 실천에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북코리아 지도부는 그들이 선언한 통일대전을 미국과의 전면적 무력전쟁을 통해 쟁취하기로 결단을 내린 것인가?
오랫동안 미국과 북코리아의 68 년 전쟁사를 관찰해 온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전례 없는 일이다.
코리아반도 전쟁발발 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정보수집가들 역시 백악관과 국방부, 그리고 국토안보부 예하 정보기관 주변에 하이에나떼 처럼 몰려들어 최신 정보를 탐색하는데 여념이 없다. 그들이 그런 진단을 내리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 역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북코리아의 거침없는 ‘행동’ 때문이다.
예전 사례를 보면 북이 어떤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경우 사전 또는 사후에 항상 미국과 교감하며 그들의 정치적 목표가 무엇인지 의사표명을 해 왔는데, 지금은 일체의 대화시도를 생략한 채 거침없이 초강경 대응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그들에게 전혀 다른 느낌을 준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이런 사정을 고려하여 이번 훈련의 성격을 전면전 대응이 아니라 국지전 방어훈련에 중점을 둔다고 발표했지만 훈련해상 위치 등을 둘러싸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형국이다.
북코리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 1 위원장은 지난 해 “나는 이미 서남전선의 최전방부대들에 나가 적들의 무분별한 추태를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예리하게 살피며 만약 적들이 신성한 우리의 영토와 영해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즉시적인 섬멸적 반타격을 안기고 전군이 산악같이 일떠서 조국통일대업을 성취하기 위한 전면적 반공격전에로 이행할 데 대한 명령을 전군에 하달하였으며 이를 위한 작전계획을 검토하고 최종수표하였습니다”라는 말을 했다.
예하 각 부대, 특히 서해해상을 경비하고 있는 부대들에게 이미 하달된 명령을 공개적으로 재확인 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다시말해 만약 한미합동군사연습에 참여한 부대가 북코리아가 영해 선언을 한 서해해상에 무장한 훈련함정을 투입하거나 포 사격을 할 경우 ‘상부에 질문하지 말고’ 자동적으로 반격하라는 명령을 공개적으로 재선언한 것이다.
오는 3 월 1 일과 11 일에 각각 시작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이야말로 북코리아가 선언한 전면대결전의 진심과 의지가 어디까지였는지 알아볼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수도 있겠다. 다만 시험대 치고는 너무 아슬아슬해 보인다. 도대체 미국이 남의 나라 땅에서 남의 나라 사람 목숨을 담보로 저런 위험하기 짝이 없는 시험을 할 자격이 있는지 참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아직은 양쪽 모두 퇴로가 보이지 않는다.
2013. 2 .25 0700 (한국시간) sar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