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가 좋은 이 노래 동영상은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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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날 오후의 연주회
서울 서교동
양철선반 위의 고양이
Bangkok Pratu Nam Pier
비행기표 발권하려는데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긴 또 난생 처음이다. 한국에 간다는 거,, 예전같은 설레임이나 즐거움은 사라진지 오래다. 패션도 설레임도 즐거움도 없는데 미리 표 살 이유 없으므로 발권을 잠시 뒤로 미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국가는 즐거움이 사라졌다기 보다는, 장거리 비행기 타는 게 싫어졌다. 언젠가 밴쿠버로 돌아오는 대한항공 기내에서, 비슷한 또래의 웬 중국계 아줌마와 싸움박질을 한 다음부터 생긴 증상같기도 하다.
싸움박질이라는게, 서로 머리채 붙잡고 싸웠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그 아줌마는 계속 나를 힐끗거리며 입술을 비쭉거리고 나는 옆에서 가끔씩 그 아줌마의 부아를 슬슬 돋구며 서로 신경전을 벌이면서 갔다는 말인데, 그게 오래 계속되니까 아주 피곤해졌었다.
꼭 그 사건때문만은 아니더라도, add-on 여행지까지 편도 스무시간 가까운 비행을 할 생각하면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그래도 가긴 가야한다. 9 월이니 얼마 남지도 않았다.
이번엔 어디 갈까? 머릿속 캔버스에 대강 스케치를 해놓고 디테일을 하나씩 그려넣어 봤다.
첫째, 낡은 유럽식 가옥들 사이로 좁은 강이 흐르는 예쁜 도시
둘째, 전생에 그곳에 살았던 것 같은 느낌이 다가오는 친숙한 도시
셋째, 색바랜 옛날 영화처럼 필름효과 풍경이 있는 아담한 도시
넷째, Cebu처럼...... 비극과 슬픔의 식민지 역사가 풍경 안에 묻혀 있는 도시
진열대에 깔린 상품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먼저 그림부터 그려놓고 그 상상속 도시를 찾아나서는 작업,, 재미있을 것 같다. 올 가을에는 그런 도시에 가기로 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올해 가을여행의 베이스캠프는 서울이다. 다만 올해는 외삼촌댁이 있는 대구 수성구 만촌동이 추가된다.
어쨌든 ,,, 베이스캠프 서울에서 너무 멀지 않은, 그 상상의 도시를 찾아나섰다. 서울을 기점으로 비행시간 7 시간-반경 5 천 킬로미터 이내에 있는 도시들을 살펴보면서 나의 상상의 도시와 하나씩 비교해 보았다.
한 군데 찾아냈다. 아니 찾아냈다기 보단 생각났다는 게 맞을 것 같다.
말라카 (Malacca/ Melaka)다. 당첨 !
시애틀을 출발, 인천을 경유해서 싱가포르로 가는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한다. 싱가포르에서 말라카는 국제버스로 왕복한다. 쿠알라룸푸르 대신 싱가포르를 경유지로 택한 이유는,, 육로로 문화경계선넘기를 좋아라하는 나의 특이한 여행취향 때문이다.
신기한 곳에 가서 두리번두리번거리는 것 보다는, 심심한 곳에 가서 그냥 우두커니 앉아있다 오고싶다.
그나저나 이젠 세월이 좀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Rest in Peace, the Three Young Passengers of OZ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