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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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인천광역시 만수동 친구 아파트에 가서 지내기로 했다.
어제 숙박가능여부 타진하는 메일 보냈다. 몇 분도 안 돼 웰컴메시지 도착했다. 작년에 한국 떠나면서 그 친구에게 ‘기왕에 인천 살꺼면 만수동 아파트 팔고 공항철도역 근처로 이사가는 게 어떠냐’고 권유한 적이 있다. 혼자 살면서,,주차도 어렵고 연료비도 비싼 나라에서 차끌고 다니는 것 보다는 전철타고 어디든지 다닐 수 있는 교통편리한 곳으로 이사가서 삶의 질도 높이고 환경보호에도 공헌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하는 나의 의견을 말했었다.
참,,,
셀카 사진 찾다가 웬 아파트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어디서 찍은 것인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았다. 캄보디아도 아니고 (거기서 아파트 본 적 없다), 날짜와 시간대를 추적해서 머리를 굴려봤는데 아마도 카우싼 근처 어디일 듯 하다.
상고머리 셀카 사진 두 번인가 올린 적 있다.
그 이상한 셀카사진이 나오게 된 짤막한 스토리
익명 게시판에서 글쓴이 사진이 뜨면 반가울 때가 있다.
하지만, 올리거나 말거나 글쓴이 맘이다. 의무사항도 권장사항도 아니다.
갑자기 작년에 올린 적 있는 '명동셀카'에 대해 약간의 설명을 덧붙이고 싶어졌다.
'Slightly Out of Focus'
우선 공개게시판에 첨 올리는 이 사진은 엄밀한 의미에서 셀카가 아니다. accidental 리플렉션이다.
그래도 이 사진에는 머리를 깎기 전 본래의 모습이 담겨있다.
근데 문제는 언젠가 올린 적이 있는 아래 사진,,,,,,
작년에는,,, 한국에 온 기념으로 미용실이 아닌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았다. 수 십 년 만에 가보는 이발소였다. 머리를 깎고나서 몹시 후회했다.. 1970 년대 동사무소 직원 머리처럼 만들어 놓았다. 이발료는 8 천 원이었던 거 같다.
이발소건 미용실이건 처음 오는 손님에게 꼭 물어보는 말이 있다. "이 머리 어디서 깎으셨어요?" 그게 왜 그렇게 궁금한지는 모르겠으나 거의 예외가 없다. 그 이상한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언제나 똑같다. "여기서 깎은 것 같은데요"
머리를 깎고나니 배가 고파졌다. 하동관에 가서 곰탕을 먹었다. 명품 음식점의 공통점은 한 가지다. 세월이 지나도 맛이 한결같다는 거다. 파를 듬뿍 넣은 뜨거운 곰탕을 먹고 나서 가을비가 내리는 충무로 거리를 걸었다.
전엔 본 기억이 없는 웬 오목거울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중국에서 온 여행자들 같았다. 문득 내 머리 꼬라지를 거울이 아닌 사진으로 보고 싶어졌다. 오목거울이라 사진이 웃기게 나올거라 생각했다. 70 년대 동사무소 직원 모습의 셀카사진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참, 작년부터 머리색깔을 바꿨다. 헤나를 사용했더니 아주 예쁘게 반짝이는 오렌지색 투톤칼러가 됐다. 칼러링이 자연스러워서인지 아무도 눈치채는 사람이 없다.
셀카 아래칸을 차지하고 있는 사진은,,,,,, 정신나간 맥도널드,,
먹다보니 느낌이 이상했다. 계란과 치즈를 빼먹고 소시지만 넣은 브랙퍼스트 비스킷을 준 것이다.
저걸 들고 카운터에 가서 한소리 하려다가 마음을 바꾸었다. 우선 사진을 찍었다.카운터로 갔다. 수퍼바이저로 보이는 넥타이 맨 친구를 손가락으로 불렀다. 살짝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보여줬다. 동시에 내 테이블에 놓여있는 플레이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사태를 눈치챈 그가 “오 마이,,” 를 외치며 커피를 포함한 풀세트 브랙퍼스트를 새로 준비해 줬다.할인쿠폰이 아닌 무료쿠폰 두 장이 애플파이 두 개와 함께 따라왔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도 사과선물로 애플파이 두 개를 받은 기억이 났다. 애플파이는 맥도널드가 실수 사과용으로 준비한 아이템인 것 같다.
이 사진 분명히 내가 찍은 사진이다. 2012 년 10 월 17 일 칸짜나부리에서 찍었다. 근데 왠지 딴데서도 본 흔한 사진 같다. 혹시 'LIFE' 같은데 비슷한 사진이 나왔었는지 모르겠다. 만일 비슷한 구도의 사진이 있다면 나는 표절을 한 걸까? 비슷한 구도나 이메이지의 사진이 있다고 치고 '우연적 유사성'도 표절의 범주에 들어가나?
내 사진과 비슷한 사진에 존재하는지 아무래도 검색을 해 봐야 할 것 같다. 어떻게 검색을 해야 쉽게 찾을 수 있을까? 예전에 'Girl with a Pearl Earing' 를 찾을 때,, 그림 제목과 화가 이름이 기억이 안 나 '뒤돌아 보는 소녀'라는 기가 막힌 검색어로 단 한 방에 찾아낸 적이 있다. 이번에는 '공동묘지와 하얀 원피스',,, '무덤과 여자',,, '라이프 미망인' 등등을 찾아봐야 겠다.
라이프지 이야기하니까 또 하나 생각났는데,,
지난 주 금욜부턴가 세종문화회관에서 로버트 카파의 사진전이 열린다는 정보를 얻어들었다. 10 월 28 일 까지 열린다니까 볼 수 있을 것 같다. 싸르니아는 사진에 대해서 개뿔도 모른다. 딱히 취미라고 하기에도 뭐하다. 하지만,, 보도사진, 그 중에서도 분쟁지역 전문 포토저널리스트들이 목숨을 걸고 촬영한 장면들을 보는 것은 참 좋아한다.
아시다시피 로버트 카파는 1944 년 6 월 6 일 The Operation Overlord, 일명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전쟁취재 종군기자로 참여했다. 그는 카메라를 메고 미국군 제 1 보병사단과 제 29 사단 연합부대의 최선봉에서 전진하는 선두통로개척부대를 따라 나치독일군의 포탄과 기관총탄이 우박처럼 쏟아지는 오마하 해변에 상륙했다. 프랑스의 다른 해안들에 상륙한 연합군 병력과는 달리 오마하 해변에 상륙한 미국군 병력은 기갑부대의 엄호사격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전투 초반부터 엄청난 희생자가 발생했다.
로버트 카파는 이 역사적인 순간에 가장 위험한 현장에 있었던 단 한 명의 사진기자였다. 촛점이 몹시 흔들리고 각도도 엉망인 그의 오마하 해변 사진들은 긴박성을 잘 설명해 주는 그 흔들린 촛점과 엉터리 구도 때문에 오히려 전 세계에 두 배의 감동과 충격을 던져 주었다. 그 흔들린 사진, 포연으로 가득한 바닷가에서 포복으로 약진하는 어느 병사의 사진은 전쟁포토저널리즘 사상 최고로 손꼽히는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카파는 1913 년 태어났으니 올해가 그의 탄생 백주년이 되는 해다. 그래서 백주년 기념 사전전이라고 이름을 붙인 거 같다.
내가 처음 접한 카파의 사진은 오마하 전투장면이 아니라 그가 스페인 내전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Falling Soldier' 라는 사진명으로 유명해 진 그 사진이 갑자기 기억나는 이유는,, 며칠 전 세븐님이 댓글에서 언급하신 '석탑 이야기' 때문이다. 기억하시는 분도 많겠지만, 1982 년 초판발행된 석탑총서 제 1 권 '세계사편력' 표지사진이 바로 카파의 'Falling Soldier' 였다. 쓰러지는 병사는 극우 파시스트 세력의 반란을 진압하던 공화파 소속 군인이었기에 민주주의가 몰락해가는 1930 년대 후반의 암울한 유럽을 상징하는 사진처럼 되었다.
혹시나해서 책장을 뒤져봤다. 발견했다. 30 년 된 이 골동품 책 아직 있다. 촌스럽게도 안쪽 겉표지 한 귀퉁이에 "1983 년 겨울, 논장에서" 라는 내 글씨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해 겨울 지금은 없어진 광화문 논장서적에서 저 책을 구입한 모양이다. 이민 올 때 책들은 거의 한국에 두고 왔는데 어떻게 이 책은 나를 따라왔네..
"If your pictures aren't good enough, you're not close enough."
카파가 남긴 어록 중 가장 유명한 말이다.
맞는 말이지만 진리에도 한계와 명암은 있는 법. 많은 그랜드캐년 여행자들이 'close enough' 에 머무르지 않고 'closest as possible' 을 향해 전진하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
That's close enough !! STOP THERE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