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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이성을 잃기 시작했다. 그 특유의 동물적 감각에서 비롯된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박 대통령의 숨통을 조이고 있던 위기의 본질은 권력분열에서 비롯됐다. 권력분열의 조짐은 두 방향에서 전개됐는데,한 축은 대북정책을 둘러싼 강온세력간의 불협화음이었고 또 다른 한 축은 ‘국정원 댓글파동’ 이라는 황당한 사태에서 야기되고 있는 총체적인 권력붕괴조짐이었다.
국정원 댓글파동을 일으킨 주역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람들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 말기 대선국면에서 박근혜에게 충성을 다짐한 전통적인 반공보수인맥이었다.
박 정권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신호는 며칠 전, 이 반공보수인맥이 북코리아측의 대화 프로젝트에 결정타를 날리는 사건이 발생함으로써 감지됐다.
북코리아측은 지난 18 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당국 실무회담을 제의한 적이 있다. 남코리아측은 이틀 후 통일부 성명을 통해, 9 월 25 일 열자고 수정제의했었다. 북코리아측은 당초 제안했던 시기를 늦추어 '8월 말이나 9월 초'에 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남코리아측은 어처구니없게도 오히려 당초 입장에서보다도 후퇴한10 월 2일에 개최하자고 다시 수정제안을 한 것이다. 한마디로 상대에게 모멸감과 좌절감을 주어 대화를 중단하자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도대체 지난 8 월 20 일부터 27 일까지 열흘동안 박근혜 정부 안에서는 무슨 사건이 벌어진 것일까?
박근혜 정권 내부에서 반공보수세력이 권력투쟁에서 승리하고 정국전반을 장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 사태의 주역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는 국정원 댓글파동이 정권의 뿌리를 뒤흔들 수 있는 위험한 뇌관이 되리라는 것을 일치감치 간파하고 있었다. 이런 판단을 근거로, 결정적인 순간에 이적행위를 할 수 있는 정권내부의 자유주의자들을 견제하고 정면돌파로 승부를 거는 전략을 선택했다.
사실 박근혜 정권 내부의 지각변동사태는 지난 20 일 이후 시작된 것이 아니라 지난 5 일부터 시작됐다고 보아야 한다.
8 월 5 일은 바로 김기춘 전 법무장관이 비서실장에 임명된 날이다.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한 이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인사는 그냥 무의미하게 무모한 인사가 아니었다. 대통령이 국정원과 검찰을 직접 장악하고 선두에서 자신을 반대하는 국민의 절반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일종의 친위쿠데타였다.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 출신의 이 공작전문가가 내 놓은 첫 번째 작품이 바로 ‘이석기 프로젝트’ 다
이석기 프로젝트는 무엇을 의미할까?
진보고 보수를 막론하고 아이큐가 두 자리수가 아닌 담에야 이 사건이 ‘1970년대식 정보공작에 의한 조작사건’ 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기들 스스로도 결정적인 순간을 위해 3 년 간 공을 들여 온 반공 프로젝트라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조작이든 막가파 반공이든 어차피 국민의 절반은 이 비열한 전쟁에 자기들의 십자군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노골적인 전법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남코리아에서는 대결정국을 ‘부패한 권력 대 다수의 깨어있는 민주시민’ 간의 대결로 끌고가면 안되고, 반공매카시즘 대 종북좌파의 구도로 편을 갈라 내전적 성격의 이념전쟁으로 몰고가야 자기들이 최소한 왼패하지는 않는다는 판단에서 이런 전략을 수립한 듯 하다.
대한민국 수구집단은 이 기가막힌 교혼을 1987 년 6 월 항쟁에서 뼈저리게 배웠다. 이 교훈을 가장 모범적으로 배워 써 먹은 권력이 1989 년과 1990 년 국면에서 좌우익논쟁을 야기하고 보수대연합과 3당합당을 성사시킨 노태우 정권이었다.
그로부터 20 여 년이 지난 21 세기 대명천지에서 이 낡고도 위험하기 짝이없는 국민 대 국민의 분열전략을 정국돌파의 수단으로 활용해 먹으려고 덤비는 작자가 바로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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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 월 ‘뉴욕타임즈’가 방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을 가리켜 ‘수구꼴통 (steely conservative)’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당시 대다수 한국 국민들은 이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 이유는 자명했다. 보수적이되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람일거라는 오판에서 비롯된 몰이해였다.한마디로 사람을 완전히 잘못 본 것이다.
평범한 상식으로는 온화한 웃음과 어눌한 말투 뒤에 가려져 있는 상상을 초월하는 교활함과 끔찍한 잔인함을 확인할 도리가 없다. 자기가 가진 모든것을 권력추구에 올인하는 중독자들의 복잡한 해골구조를 이해할 길도 없다. 순진해서 그런 게 아니라 타인을 지배하지 않고서는 자아가 말살되는 비상식적인 심리환경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암튼,,, 고색창연한 반공칼춤은 ‘이석기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그 막이 올랐다.
앞으로 막이 바뀔때마다,, 피비린내나는 무대 뒤에 숨어서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본색을 차례로 감상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