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년 4 월 어느 날 오후,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 물리학연구소 건물 앞에 두 대의 차량이 도착했다. 그 중 한 대는 대학 연구소에 소속된 혼다 파일럿이었고 나머지 한 대는 중요한 문서나 고미술품 호송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보안회사 소속 GMC 유콘이었다.
두 대의 SUV가 연구소 후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검은색 유콘에서 두 명의 보안회사 직원들이 하차했다. 검은색 싱글정장 차림의 보안회사 직원들은 마치 마피아 조직원들같은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혼다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에서도 두 명의 사내가 내렸다. 그 중 50 초반으로 보이는 잿빛머리 사내의 왼손에는 고동색 서류가방이 들려 있었다. 세 명의 사내들이 서류가방을 든 잿빛머리를 감싸듯이 호위하며 연구소 건물안으로 사라졌다.
사내들이 신주단지 모시듯 연구소 건물 안으로 운반해 들여간 낡은 서류가방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서류가방 안에는 약 1 천 7 백 년 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파피루스 문서에서 떼어 낸 다섯 개의 표본조각들이 들어있었다.
1976 년 이집트 Al Minya 인근 사막지대의 어느 동굴에서 한 농부가 66 페이지 짜리 파피루스 문서를 발견했다. 이 문서는 30 년 세월동안 골동품상과 은행금고 등을 전전하다가 내셔날 지오그래픽과 스위스 Basel 에 있는 고미술품재단 Maecenas Foundation으로부터 어떤 제안을 받은 소유주가 문서들을 기증형식으로 내 놓으면서 세상에 존재를 드러냈다. 당시 소유주는 프리다 챠코스라는 이름의 스위스 출신 골동품 수집가였다.
그 서류가방은 뉴욕 라구아디아 공항을 출발하는 비행기에 실려 애리조나주 투싼시로 공수되어 왔다. 본격적인 문서 복원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 진본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그 문서들에서 실험표본을 떼어내 애리조나대학 물리학 연구소로 공수한 것이었다. 이 대학 물리학 연구소에는 방사성탄소연대측정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아래 링크는 당시 연대측정결과를 알린 현지신문 기사다.
http://tucsoncitizen.com/morgue/2006/04/07/8619-ua-team-verifies-age-of-gospel-of-judas/
연대측정 결과 이 문서는 대체로 기원후 220년에서 340 년 경 작성된 것으로 판명됐다. 문서에 쓰여진 언어는 고대 이집트 언어인 콥트어였다.
내셔날지오그래픽과 스위스 고미술품재단으로보터 모종의 제안을 받았다는 골동품수집가 프리다 챠코스는 어떤 경위로 그 고문서들을 손에 넣었을까?
그 고문서들은 프리다 챠코스가 손에 넣기 전, 시티은행 뉴욕주 롱아일랜드 헉스빌 지점 안전금고 안에 십 수 년 동안이나 쳐박혀 있었다. 시티은행 금고대여자, 그러니까 그 고문서의 원래 주인은 이집트 카이로에 사는 골동품 딜러였다. 말이 좋아 딜러이지 사실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돌아다니며 도난, 약탈 등의 방법으로 빼돌려 진 각종 문화재를 불법적으로 수집해서 미국과 유럽의 중개상들에게 비싼 값에 팔아먹는 밀매상이었다.
미국과 유럽의 중개상들은 골동품에 관심이 있는 소수의 재력가들을 초대해서 비밀경매를 통해 문화재들을 팔아넘겼다. 이런 식으로 취득된 문화재들은 부자들의 거실이나 지하 홈바를 장식하거나 그들이 생색을 내고 싶을 때 언론의 스팟라이트를 받으며 박물관이나 대학 연구기관에 기증되기도 했다. 국제적인 골동품 수집상들과 중개상들은 사실상 범죄조직이긴하지만 비즈니스의 특성상 미술사와 고대언어, 고고학, 성서고고학 등에 조예가 깊은 전문가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 밀매상으로부터 먼지가 풀풀나는 서류뭉치를 30 만 달러를 지불하고 사들인 사람이 바로 프리다 챠코스 라는 이름의 스위스 출신 골동품 수집가였다. 그 밀매상은 이 서류뭉치를 챠코스 에게 팔아 넘기기 전에 미국의 대학에 3 백 만 달러에 매각하려고 시도했었다. 이 서류가방을 사들인 챠코스 역시 예일대학과 미국의 어느 골동품 딜러에게 2 백 50 만 달러에 팔아먹으려다 실패했었다. 이미 이 고문서의 존재를 알고 있던 미국의 학자들이 더 이상 이 문서가 오염과 건조 등으로 파괴되는 것을 막기위해 내셔날지오그래픽과 스위스 고미술재단에 조언과 부탁을 했다. 결국 이 두 기관이 문서 소유주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비밀리에 제시한 후 그 파피루스 문서들을 입수했다.
2 천 년 동안 인류를 비극적인 증오와 학살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반유대주의(anti-Semitism)를 전파한 종교, 즉 전통적 기독교에 치명타를 가할지도 모를 그 고대문서는 이런 과정을 통해 드디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 고대문서에는 The Gospel of Judas 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유다복음(the Gospel of Judas) 는 기존 성서의 4 복음서,즉 마태오, 마르코, 루가, 요한복음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예수와 그의 제자 유다와의 관계를 묘사하고 있었다. 기존 성서의4 복음서 중 가장 먼저 작성된 마르코를 제외하고, 이후에 작성된 마태오와 요한복음에는 유다가 예수를 로마당국에 팔아먹은 배신자인 것처럼 써 있지만, 유다복음의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예수가 죽음을 통해, 즉 육체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최종적인 수단을 통해 그의 영성을 드러내는 모습을 제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가장 우수한 제자들 중 하나였던 유다에게 자신을 로마당국에 넘겨 줄 것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유다는 스승의 부탁을 들어주기는 했지만, 막상 그가 처형당하자 허무함과 죄책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 신약학자 Elaine Pagels 는 유다복음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후 내셔날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를 통해 학자로서의 양심선언을 했다. 그의 인터뷰 내용은 놀랍도록 솔직했다.
자기가 대학원에서 신학공부를 할 때만해도 신약성서안에 내포되어 있는 반유대주의 편린이 단지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문제일 것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신약성서 자체가 원래부터 반유대주의라는 증오철학의 의도성을 깔고 작성된 문서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반유대주의의 핵심적 뇌관은 바로 유대출신 제자 (유다는 남부 유대지방 가리옷 출신이며 예수를 비롯한 다른 제자들은 갈릴리 지방 출신) ‘유다의 배신’ 에 자리잡고 있으며 빌라도의 법정 밖에 모여 예수의 처형을 주장한 나머지 유대인들이 조연역할을 하고 있다.
성서학자들은 초기 성서번역자들이 그리스어 ‘handing over’ 라는 중립적 용어를 ‘betrayal’ 이라는 가치가 부여된 단어로 잘못 번역함으로써 후세 기독교인들에게 더욱 심화된 유대인 증오를 부추켰다는 지적을 해 온지 오래다. 아마도 실수로 한 오역이 아니라 의도적이고 악의적으로 잘못 번역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리용의 주교 이레니우스를 비롯한 유럽의 초기 기독교 문자주의자들이 정경으로 채택한 4 복음서가 나그함마디 문서나 유다복음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무엇일까?
첫째는 4 복음서가 당시의 일반 문맹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만 작성된 초보 문서라는 점이고, 둘째는 초기 종교지도자들의 비위를 거스릴만한 심오하게 도전적인 내용이 없다는 점이며, 가장 중요하게는 유럽의 종교지도자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을만한 내용, 즉 예수를 죽인 책임을 유대인들에게 떠넘기기 안성맞춤인 내용들이 대중들이 이해하기 좋게 작성된 쉬운 문장으로 담뿍 담겨있다는 점 일 것이다.
그 4 복음서와는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The Gospel of Judas, 1976 년에 어느 농부에 의해 발견되고 2006 년 공식적으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이 고대문서가 '기독교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전통적 기독교가 2 천 년 동안이나 인류에 끼친 최악의 민폐, 즉 반유대주의와 증오사상을 전지구적으로 확산시키고 광범위한 인종학살을 일으킨 세력에게 영감을 제공한,,,,,, 이 두 가지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하라는 경고장 같은 것이 아닐까?
2014. 1. 11 (MST) sarnia (clip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