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기 대신 희생되어야 할 두 가지 타격목표를 설정한 뒤 그들을 정조준했다. 그 하나는 ‘관료권력’이고 다른 하나는 유병언 일가다.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늘어놓았지만 우선 이 두 가지 타격목표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박근혜 정권은 그 스스로 ’70 년 적폐’의 산물이라고 폭로한 ‘관료권력’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담화문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대목은 해경, 안행부, 해수부를 해체하거나 개편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과거 고시제도의 문제를 시사한 것이다. 인맥이 형성되는 숙주와 연결고리들이 아직 건재하게 보유하고 있는 ‘가치’를 공격하여 조직폭력배보다 더 강고했던 관료사회의 내부결속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다. 권력이 파견한 정무직 장차관의 말을 당췌 들어먹지 않는 건방진 관료권력을 와해시킬 절호의 기회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번제물로도 사용하고 공무원집단에 대한 통제력도 회복하고, 절대절명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꿩도 먹고 알도 먹자는 계산이다.
대한민국 관료권력은 두 가지 이너써클로 그 토대가 수립되어 있는데, 첫째는 학맥이고 둘째는 고시 인맥이다. 학맥의 경우 일부 특수부서를 제외하면 서울대 인맥이 핵심적 파워라인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 정권들 하고는 달리 관료출신 우대를 해 온 박근혜가 이런 결정을 했을 정도라면 그가 지난 34 일 동안 받은 세월호 스트레스가 얼마나 엄청났던 것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았다는 그의 말이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번제에 사용할 희생양 두 마리 중 나머지 한 마리는 세월호 사주다. 박 대통령은 곧 원자로 설치식 참석을 위해 UAE 에 방문할 모양인데, 그의 방문기간동안 유병언 체포작전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유병언이 조금 현명한 인물이라면 고분고분 검찰수사에 응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금수원인가 뭔가 하는 곳에 수 천 명의 광신도들이 모여있다는데, 박근혜 정권의 입장에서 이들은 쟁애물이 아니라 ‘번제의 효과’를 극대화 해 줄 광대들에 불과하다. 체포영장에 대한 집행명령이 떨어지는 즉시 박 정권은 이들을 강제진압하고 기어코 목표인물들을 체포할 것이다. 지금쯤 청와대 비서실과 국정원은 1993 년 텍사스 Waco 에서 벌어진 광신도 집단 강제진압사태를 연구하며 도상훈련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명피해를 볼사하고라도 유병언 체포작전을 극적으로 성사시킬 것이다.
‘관료권력’ 이나 ‘악에 받친 종교집단’ 둘 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쉽지 않은 상대다. 사생결단하고 싸움에 임하지 않으면 그가 도리어 패하게 되어있다. 패한다는 의미는 대통령 자리를 내 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2014. 5. 18 2020 (MST) sarnia (clip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