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은 댓글을 유심히 열심히 보는 댓글녀니까 아마 이런 말이 몸에 배어있는 듯합니다. 저는 이 분이 생방송 중에 "우리도 앞으로 심각한 인명피해 사고를 야기하거나, 먹을거리 갖고 장난쳐서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사람들에게는 그런 엄중한 형벌이 부과될 수 있도록 형법 개정안을 제출하겠습니다."
라는 말에 뻑 갔습니다. 어떻게 사석이나 자유게시판에서나 할 말을 수천만이 들을 국민 앞에 "장난쳐서"라는 말을 할 수 있는지 그 머리가 심히 의심스러웠습니다. 그야, 이 글을 이 분이 작성했을리는 만무하고 그냥 대독했을 뿐이지만, 항상 그렇듯이 이분의 정서를 감안해서 대필도 잘해주고 창작도 잘 해 주는 것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연설문에서 절대 표절이나 도용의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담화문에 박근혜의 멘탈리티를 잘 반영하는 진정성이 있다는 것이죠.
이렇게 "장난치듯," 본인이 책임을 다 진다고 해 놓고선 이 분은 결국 아직 실종자를 다 찾지도 않은 상태에서 해경을 해체하겠다고 합니다. 요즘 탈정치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할 공영방송 KBS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알고 보니 길영환 사장이라는 자가 청와대의 종복역할을 했고, 지나치게 정치적이었다는 것이죠. KBS 김시곤 보도국장의 양심선언(?) 이후, 지난 주 추적 60분을 보았는데, 모든 초점이 해경이 잘못한 것으로 몰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땐 제가 오해를 했습니다. 김시곤 사퇴 이후 개비에스가 좀 제대로 가려나 하구요. 그런데 알고보니, 해경해체를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죠. 청와대로부터 물먹은 것은 아니겠죠?
저는 박근혜님의 연설문 들으면서 이분이 자기 책임 언급을 했지만, 알고보니 희생양을 미리 만들어 놓았더군요(scapegoating). 하나는 청해진해운/유병언 일파와 해경을 희생양으로 삼아 앞으로 창조 걩제 이데올로기로 몰아가겠다는 전략이죠.
토렌트로 다운받아 보실 분은 다음을 참조 하시구요.
글고, 저는 박근혜님이 연설 마지막에 흘린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린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탈출시키고 실종된 고 권혁규군,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어 사망한 고 정차웅군, 세월호의 침몰 사실을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하고도 정작 본인은 돌아오지 못한 고 최덕하군. 그리고 제자들을 위해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고 남윤철, 최혜정 선생님. 마지막까지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생을 마감한 고 박지영, 김기웅, 정현선 님과 양대홍 사무장님, 민간 잠수사 고 이광욱 님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봅니다."
이런 슬픈 글을 읽고도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악어가 맞고요. 아무리 연기 못하는 배우라도 이정도 문장에 눈물연기 하지 못하면 배우로서의 자격이 없겠죠.
지난 한달동안 이런 엄청난 비극에 우리 해외동포들을 포함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은 한국인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설마 이제 눈물만 흘리고, 답답한 가슴에 한숨을 내쉬지(진정한 마음으로 우러나서 언어로 표현하는) 말라고는 할 수 없겠죠? 앞에서는 탈정치/정쟁에 이용말라 해놓고선, 뒤에선 경찰 붙이고, 배후엔 KBS 앞세워 선전을 하고, 국민들을 미개인취급하죠.
아직도 개발독재(정치적 용어아님)적 정서에 빠진 이사람...말끝마다 엄벌에 처한다는 대박박님과 비정상적인 사람...아마 정권말년(서술적용어임)에 가서야 미개에서 개화된 궁민이 될련지...모르겠습니다.
미개한 국민들 한테는 정치적인 것을 비정치적/탈정치적 이슈로 몰아가고, 한국의 모든 행정에 권력을 틀어쥔 이 인간들은 뒤에서 가장 정치적으로 치졸한 짓을 해도 통하는 사회, 그런 사회를 우리는 지금 보고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증언은 하면 안되나요?
* 참고로 저는 "미개인"(savage)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가 그의 [야생의 사고]에서 문명/비문명을 갈라 놓은 것은 서구 중심적 사고라는 것입니다. 스트로스에 의하면 북방의 에스키모(당사자들은 좋아하는 용어는 아니지만)들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에 대한 용어를 수십가지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름대로 문화를 집중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는 문화 이해를 원시/문명의 이분법이 아니라 그 각각의 문화 자체의 맥락에서 봐야 제대로 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른바 "미개사회"(primitive society)는 옆에 동료의 죽음에 너무나 슬퍼합니다. 나이가 19이면 책임을 질 나이고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는 나입니다. 우리가 우려해야 할 것은 이웃이 당하는 슬픔에 진정으로 울 수 있는 마음을 상실한 재벌가와 정치인들의 모습입니다. 남의 희생도 자기들의 입지를 잃을까봐 전전긍긍해서 정쟁으로 삼지 마라는 둥 별 이상한 논리를 다 펴고 있습니다. 미개사회에서 한 사람이 죽으면 마을 전체에서 모두 슬퍼하고 울지만, 미개인이 아닌 계급이 분화된 사회에서는 자기 계급의 상실에서만 눈물이 더 납니다. 정몽준의 눈물은 자기 맘고생에서 나온 눈물이겠죠. 요즘 시장 되려고 종북놀이를 열심히 하던데요. 그런데 "정몽준의 미개사회"에선 이런 놀이도 통하니까요! 아이러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