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올리는 이 노래는 유튜브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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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이야기는 맨 아래 불편한 사진들 아래에 있다.
세계에 세 곳 밖에 없다는 산호해안에서,,,,,,
떠나기 전
10 년 전 쯤 산 감색운동화 한 켤레를 집 창고에서 발견함
이번 여행에선 이걸 신고 다녔음..
전화기를 꽂으면 자기 사진을 찍어주는 막대기,,
그 막대기를 들고 파도를 피해 도망가는 아줌마..
생전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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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불편한 사진들
한 축 만 결박한 화물트럭들
휠블럭 위에 바퀴가 올려져 있는 은색 현대 소나타
주차해서는 안되는 곳에 주차한 검은색 쉐비 소닉
도착도 하기 한참 전에 스트랩을 푸는 선원
짙은 선스크린을 한 승용차 안에서 나오지 않는 커플 승객
모터사이클을 탄 채 바다를 건너는 바이커들
아이가 태어나서,,,,,,짜장면을 좋아하면 마라도에 보내고 땅콩을 좋아하면 우도로 보내라는 옛말이 있다.. 땅콩토핑이 들어간 우도 아이스크림은 5 천 원 이다. 하겐다즈보다 더 비싼 우도 아이스크림은 일단 너무 달지 않아 좋았다.
우도로 가는 도항선은 성산항에서 탄다. 도항시간은 약 15 분 정도다. 15 분 거리라고 우습게 보면 안된다. 파도가 높다. 갈 때는 우도 근처에서,올 때는 성산항 근처에서 물결이 높게 일었다. 이러다가 배가 복원력을 상실하고 뒤집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도항거리가 짧아서 그런지 소형승용차는 전혀 고박을 하지 않았다. 고박을 하기는 커녕 차량 뒷바퀴를 휠블럭 위에 올려놓은 채 주차했는데도 주차를 교정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배가 출발했다. 트럭은 고박을 하긴 했는데, 모든 축에 스트랩을 건 게 아니라 어이없게도 앞 축에만 스트랩을 걸었다. 그마저도 도착 한참 전에 파도가 한참 높은 지점에서 스트랩을 풀었다.
차량에서 내려 객실로 들어가라는 안내방송 같은 건 아예 들은 척도 하지 않는 승객들이 많았다. 특히 남녀커플 승객들은 차 안에서 나오지 않은 채 바다를 건너갔다. 차량은 일단 선적되면 화물로 분류되는데, 승객들이 화물 속에 처박혀 나올 생각을 안 하는데도 하차를 지시하는 선원은 없었다. 모터사이클 운전자들은 모터사이클 위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도항거리가 짧으니 내리기가 귀찮아서였을 것이다. 페리에 선적된 차량승객은 도항거리에 관계없이 무조건 하차해야 한다는 규정 자체가 없는건지는 확인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우도에 가는 뱃길은 재수가 없으면 섬에서 발이 묶일 각오를 해야 한다고 할만큼 파도가 높게 이는 곳이다. 가만히 서 있으면 몸을 가누기가 어려울 정도로 배의 경사변화가 심한 곳에서 도항거리가 짧다고 차량고박을 하지 않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 특히 무게중심이 높은 밴트럭을 도착하기 한참 전에 물결이 높은 곳에서 미리 스트랩을 푸는 배짱은 어디서 나온 걸까? 그러려면 그냥 가지 고박은 왜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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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엉뚱한 질문이 머리에 떠 올랐다. 인문 소양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문제일까? 아니면 합의된 룰과 규범에 대한 존중의식이 결여된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더 문제일까?
왜 이런 의문이 들었냐 하면,,,,,,
몇 년 전 부턴가, 한국에 갈 때마다 여러 대화 자리에서 많이 등장한 단어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인문소양' 이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뻑하면 인문소양이 부족하다고 괄시를 받을까봐 그러는지 역사-철학-사회과학 서적이 소설책보다 더 많이 팔린다는 소리도 들었다. 나처럼 어려운 책읽기 싫어하는 사람은 몇 페이지 읽다가 졸려서 내던져버린 피케티의 '21 세기 자본' 같은 책들이 교보 베스트셀러에 올라가 있는 걸 보고 대한민국이야말로 세계에서 제일 유식한 나라라는 믿음도 생겼다.
어떤 특정 사회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예를들어,, 시민의식과 법치존중은 부족한데 '인문소양' 만 높은 사람들이 잔뜩 모인 사회는 어떤 모습의 사회가 될까 하고 상상을 해보면, 아마도,,,,,, 까마귀 소굴처럼 온통 시끄럽기만 할 뿐,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구석이라곤 없는, 이상한 모습의 기형적 사회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나저나 한국의 여행기 본격적으로 기대하는 독자입니다.
클립보드님의 사진은 항상 멋지군요.
올해는 그다지 재미있는 여행기를 신나게 쓰게 될 것 같지는 않군요. 한국에 머무는 동안 제일 안쓰러웠던 일은,, 지하철에 잡상인들과 구걸하는 노인 어린아이들이 예년에 비해 부쩍 늘어났다는 것이었습니다. 경기가 많이 안 좋다는 반증이겠지요. 제가 가장 분노했던 순간은,, OOO 노조가 세월호 집회장에 ‘연금사수’ 피켓을 들고 나타났을 때 였습니다. 그 분노가 다음 날까지 가라앉지 않았던지 어느 모임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을 망조들게 하는 원흉은 다름아닌 OOO노조나 OOO노조같은 X들이라는 폭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인문소양이란 ‘문제를 지적하며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할 줄 아는 소양’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인들이 그런 소양을 쌓기위해 노력을 하는지는 잘 모릅니다. 저 배를 타고 가면서 문제를 발견하려고 일부러 자리를 잡고 기다린 것도 아니고, 아무 생각없이 갑판 난간을 잡고 서서 차량이 들어오고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장면을 쳐다보다 우연히 저런 모습들을 보면서 느닷없이 본문에 언급한 그런 질문들이 떠 올랐다는 것이지요.
부패와 불합리, 사고가 적은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모든 구성원이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할 줄 아는 소양’을 가질 필요까지는 없지만, 최소한 다수의 구성원들이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상호배려, 보편적 룰과 질서에 대한 존중,, 이런 기본시민의식을 갖는 것은 필수적일 것 같다는 생각에서 여행기 형식을 빌려 적어보았습니다 . 먼저 문 열고 나가면서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지 않는 사람들이 아직도 구성원의 태반을 차지하고 있는 사회에서 그 구성원들이 먼저 배워야 할 소양은 인문소양이 아니라 문고리소양이 아닐까, 뭐 이런 생각도 하면서 말이지요.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Map is not territory)라는 말이 있듯이, 인터넷으로 보는 것하고 직접 현장을 여행하거나 방문하면 느끼는 것이 전혀 다를 텐데, 좋은 경험, 좋은 여행 하시길 빕니다. 아프리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