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의 \"세계테마기행\" 중 우크라이나 편에서 현지인이 소련시대가 좋았었다는 말을 듣고 소련해체가 다 좋은 것은 아니었구나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때는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서 지금보다 더 마음 편하게 살았다는 것이죠. 사람마다 향수는 다르겠죠. 한 달 전 쯤 캘거리의 모 은행 branch에 갔는데, 여성 은행원이 저한테 어떤 프로모션 이 있다고 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이분의 출신지를 묻게 되었는데 자기는 “Soviet Union”에서 왔다고 해서 그 중에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하니까 그제서야 유크레인 출신이라 하더군요. 소련이 해체된지 거의 25년이 지난 지금도 이런 말을 쓰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남한/북조선 현대사 전문가 브르수 커밍스 교수가 북조선은 사회주의 국가라기 보다는 유교적 전통을 이은 왕조체제라고 했는데, 별로 틀린 이야기가 아니라고 봅니다. 북조선이 망하리라고 예측했던 전문가들이 볼 때, 그 쪽 경제조건 땜에 쉽게 망하리라고 봤겠지만, 김일성은 물론 김정일 사망 때 통곡하던 사람들의 모습은 남한의 국모 육여사 사망 때나 국부 박정희 사망 때 마치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통곡하던 남한 사람들의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저도 박정희 사망 때 나라 망하는 줄 알았습니다. 박정희가 없으면 도무지 안되는 줄 안 중딩이었죠. 오히려 전통적인 모습은 북조선이 더 잘 유지하고 있는 것 같구요. 북조선의 어린 여학생을 중심으로 북조선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봐도 우리(또는 제)가 70년대 가졌던 정서와 별차이가 나지 않더군요. 중딩 때, 박근혜의 새마음 갖기 대회 때 동원되어 진주 공설운동장에 갔던 기억을 갖고 있는 저로서는 충분히 공감되는 정서였습니다.
그런데 북조선은 독제, 왕조, 권위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60-80년 경험한 남한 처럼) 여기에 반발하는 사람은 여지없이 가차없이 처형되지만, 그외에는 그냥 자체의 체제 논리안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 것이라고 봅니다. 북조선에 가본 적이 없어서 우리가 짐작하고 가늠하기는 힘들겠지만, 부르스 커밍스의 보고나 최근에 테러대상이 된 신은미님의 여행기를 봐도 이런 체제속에서 나름대로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볼 수있죠. * 몇달 전 평양 시대를 30분정도 아무런 설명없이 차를 운전하면서 찍은 유튜브 동영상을 봤습니다. 마치 평양시내 전체가 권위주의적 정부가 근대화의 기치아래 만들어 놓은 도시 같았습니다. 몇년 전 나치 건축, 예술 등등에 대한 화보집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나찌의 건축도 그러한 권위주의적 건축의 모양을 잘 모르지만 어림짐작 할 수 있었는데, 평양과 서울을 비교해 보면, 평양이 압도적으로 권위주의적 근대화를 한 듯한 느낌(평양이 미폭격기에 초퇴화되어서 그럴 수도)이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짐작입니다.*
옛날엔 월남한 사람들은 모두 북조선을 철저히 미워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캐나다나 영국으로 또 “불법난민” 신청을 하는 것을 보면서 탈북자들은 모두 철저히 북조선을 증오하고 남한을 사랑한다는 이분법을 버려야 된다고 봅니다. 얼마 전에 간첩죄로 걸려 유죄판결을 받은 어느 탈북여성의 경우도 남한에 적응하지 못하여 북조선으로 다시 탈남하려다가 포기하여 남한 기관에 자수하였는데, 결국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입니다. 이 사람은 생계형 탈북자 같은데요. 남북이 갑자기 남한 중심으로 흡수 통일되면, 북(한)동포들이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두개 있을 것같습니다. 하나는 남한의 지나친 개인주의적 경향, 두번째는 탈전통적인 정서. 이런 문화적 차이는 제법 오래 갈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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