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르니아는 바비킴이 탑승했던 비행기와 같은 비행기를 두 달 전 쯤 이용한 적이 있다. 오후 4 시 10 분 인천공항을 출발하면 샌프란시스코에는 같은 날 오전 열 시 쯤 도착한다. 이스트바운드 (샌프란시스코행) 은 11 시간 쯤, 웨스트바운드 (인천행) 은 열 세 시간 쯤 걸린다.
북위 30 도에서 60 도 사이에서 부는 편서풍의 영향 때문에 소요시간의 차이가 발생한다고 한다. 실제 비행기의 운항속도를 자세히 관찰하면 동쪽으로 갈때는 대체로 시속 1 천 킬로가 넘는데 비해 서쪽으로 갈 때는 시속 800 킬로를 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번에 바비킴이 탄 비행기의 항적도를 추적해 본 결과, 이 비행기가 북극노선이 아닌 태평양 횡단노선을 이용한 것을 발견하고 조금 의아했다. 왜 그랬을까 호기심이 발동하여 좀 더 조사해 보니 답이 나왔다. 동절기에는 비행기 순항고도에서 부는 편서풍 제트기류가 북위 35 도 부근에서 강하게 불기 때문에 그 기류를 타고 가기 위해 좀 더 멀리 돌아감에도 불구하고 저위도 항로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이야기가 더 삼천포로 빠지기 전에 오늘 할 이야기로 되돌아가겠다.
싸르니아가 샌프란시스코로 가던 날 , 대한항공 023 편은 그야말로 만석이었다.
단 한 자리도 비어있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승무원으로부터 빈 자리가 없다는 말은 들은 기억이 난다.
아마 바비킴이 이 비행기를 탔던 지난 1 월 7 일에도 그랬던 모양이다.
바비킴이 그야말로 인생을 완벽하게 조질 뻔 한 운명의 그 날,
어떤 여성승객이 프리스티지석으로 승급해 갔다는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왜 그 여성승객이 클래스를 옮겨갔는지 그 이유가 밝혀졌다.
이코노미석에 자리가 하나 모자라는 바람에 그 여성승객이 클래스를 옮겨가야 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석에 좌석이 하나 모자랐던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첫째, 그날 비행기가 만석이었다.
둘째, 로버트 킴이라는 탑승객 이름으로 탑승권이 두 장 잘못 발권되었다. 이 중 한 장은 진짜 로버트 킴에게, 또 다른 한 장은 로버트 도균 킴에서 건네졌다.
그러니까 대한항공은 왜 이코노미석 좌석이 모자란지, 다시 말해 왜 이코노미석 승객 숫자가 좌석에 비해 하나가 더 많은 건지 그 이유도 규명하지 않은 채 비행기를 출발시켰다.
그리고는 랜덤으로 어떤 여성을 한 명 찍어 빈자리가 있는 프리스티지석으로 보낸 것이다.
절간이 망하려면 새우젓장사가 들어온다는 속담처럼, 항공사가 개망신을 당하려니 그 중대한 발권실수를 한 그 날, 마침 이코노미석 좌석이 만석이었던 것이다.
싸르니아는 며칠 전, 대한항공의 황당한 발권실수로 진짜로 심각하게 책임추궁을 당할 사람들이 따로 있다고 글을 쓴 적이 있다.
잘못된 이름이 기재된 탑승권을 소지한 승객을 통과시킨 인천국제공항 보안담당자/책임자들과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담당자/책임자들이 바로 그들이라고 말했었다.
근데 어제 인천공항공사에서 변명을 한 말이 아주 가관이다.
규정이 바뀌어 여권만 확인하지 탑승권을 조사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했다.
변명이 참 구질구질하다. 탑승권과 여권은 공항보안-보세구역에서는 바늘과 실같은 존재다.
매우 공교롭게도 저 바비킴 사건이 난 날과 같은 날, 싸르니아가 사는 곳 로컬뉴스에 에드먼튼 공항 에어캐나다 카운터에서 소동이 벌어진 기사가 떴다. 영어를 잘 못하는 러시아계 할머니의 이티켓에 쓰여있는 그 기나 긴 러시아 given name 중에 n 자 하나가 빠졌다는 이유로 탑승권 발급이 거부된 것이다.
http://www.cbc.ca/news/canada/edmonton/passenger-refused-flight-over-missing-letter-on-airline-ticket-1.2891783
에어캐나다 직원이 특별히 직무에 충실했거나 눈이 밝아서 철자 하나가 빠진 걸 발견한 게 아니라, 여권과 탑승권을 교차검색하는Kiosk 와 카운터 스캐닝 시스템 자체가 탑승예정자의 이름 오류를 발견하고 탑승권 발급을 거부했다. (이 기사를 안 읽었다면 저 인천공항공사의 궁색한 변명을 듣고 그런가부다 하고 고개를 끄덕거렸을지도 모르겠다)
보안검색장 입구에서는 여권이 아닌 탑승권, 또는 탑승권 대신 모바일로 전송받은 탑승권 바코드를 스캔한다. 항공사 탑승카운터에서 탑승권 발권시 여권정보를 스캔하고 완벽하게 같은 이름으로 기재된 탑승권을 발급해 주기 때문에 오히려 여권은 육안으로 확인하는대신 탑승권을 기계로 스캔하는 것이다. 항공보안법을 일부러 찾아보진 않았는데 이게 정상적인 보안검색 절차일 것이다. 출국심사는 당연히 탑승권이 아닌 여권을 스캔한다. 따라서 이번 오류와 관련해서 법무부가 인천공항공사보다는 책임이 덜 할지도 모르겠다.
제일 황당한 건 두 말 할 것도 없이 대한항공이다.
돼지소풍 이야기는 돼지 숫자가 하나가 모자라서 문제였지만 왜 모자란지가 규명되기 전까지는 그래도 떠나지 않았는데, 이 황당한 항공사는 탑승 인원이 한 명 남는데도 그냥 출발했다. 그 남는 인원이 옆 비행기를 잘못 탄 사람인지, 몰래 들어 온 항공기 테러범인지, 가짜 여권으로 공항에 잠입해 국외로 탈출을 기도하는 수배자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국제선 비행기를 그대로 이륙시킨 것이다.
돼지 샌생님은 결국 자기를 빼놓고 세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왜 숫자가 모자랐는지 알았지만, 대한항공은 끝내 숫자가 남는 이유를 발견하지 못한 채 떠나는 바람에,,,,,,
결국 비행기 안에서 난동사건이 벌어지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