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전세계 110개 도시 순회 강연을 돌면서 11월 캘거리도 방문해 준바 있는 법륜스님.. 그분의 즉문즉설과 더불어 매일 전해오는 희망편지와 다양한 그분의 저서들까지.. 대한민국에는 최근 ‘법륜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로 그분이 메시지가 많은 이들에게 정신적인 위안과 평화를 주고 있음에 틀림 없어 보인다. 게다가 길을 잃고 방황하거나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진리의 길로 인도하는 즉문즉설을 통해 나 자신도 돌아볼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다.
약 2년전 출판된 법륜스님의 ‘금강경’도 그런 맥락에서 볼 때 현대인들에게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좋은 진리서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금강경은 부처님과 제자 수보리간의 대화를 기록한 책인데, 반야심경과 더불어 대중에게 널리 독송되지만 사상의 깊이로 인해 일반인들은 잘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었다. 그런데 법륜스님께서 이 대화록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일상생활에 비유를 들어가며 하나하나 짚어주고 설명해 주는데, 가슴에 새길 만한 문구들이 참 많다.
이 책에서 두 페이지만 별도로 스캔해 올려보았다. 이외 <금강경>이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어? 라는 제목의 글도 옮겨본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13441
[서평]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 <금강반야바라밀경>
12.12.13 13:36
최종 업데이트 12.12.13 13:49
▲ <금강경>은 <금강경>은 반야심경과 더불어 불자들에게 가장 널리 독송되고 있는 불경으로 부처님과 수보리가 나눈 대화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
ⓒ 임윤수 |
한 농부가 같은 밭에서 농사지은 배추, 똑같은 재료로 버무린 양념을 갖고 김장을 해도 김장을 하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릅니다. 초보자라면 레시피를 펴놓고 계량컵과 저울까지 사용해 가며 호들갑을 떨 수도 있지만 맛이 덜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종갓집 며느리, 겨울김장을 오랫동안 담가 온 나이 지긋한 주부라면 감과 손대중으로 대충 간 맞춰가며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버무려도 맛있는 김장을 내놓습니다.
새댁과 시어머니가 한 김장 맛이 다르기도 하지만 동년배의 주부들이 담그는 김장 맛도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같은 배추와 양념을 썼음에도 결과물로 내놓는 김장 맛이 다른 것은 음식 솜씨와 손맛이 다르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음식만 이런 게 아닙니다. 말과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소재에 대한 설명, 같은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묘사도 누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에게 전달되는 감정, 이해하거나 그릴 수 있는 상황은 많이 달라집니다. 다른 사람이 하면 그냥 밋밋한 이야기지만 어떤 사람이 하면 재미있는 이야기, 가슴 절절하게 하는 애달픈 이야기가 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불교 경전 중에 <금강경>이라고 하는 경전이 있습니다. <금강경>은 부처님과 수보리가 나눈 대화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금강경>의 본래 이름은 <금강반야바라밀경>으로 '담긴 지혜가 다이아몬드처럼 가장 값지고 소중하고 견고한 경'이라는 뜻입니다.
<금강경>은 반야심경과 더불어 불자들에게 가장 널리 독송되고 있는 불경입니다. 그러다보니 <금강경>을 해석하거나 설명하고 있는 책들 또한 꽤나 됩니다. 하지만 <금강경>을 해석한 대개의 책들은 어렵습니다. 어떤 책은 지루합니다. 읽긴 읽어도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가 쉽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실생활에서는 어떤 것에 해당하는 지를 어림할 수가 없습니다.
즉문즉설처럼 막힘 없이 읽을 수 있는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
▲ <금강경>의 본래 이름은 <금강반야바라밀경>으로 ‘담긴 지혜가 다이아몬드처럼 가장 값지고 소중하고 견고한 경’이라는 뜻입니다. | |
ⓒ 정토출판 |
안철수의 멘토이자 '즉문즉설'로 널리 알려진 법륜 스님은 지난 2월 6일부터 전국을 대상으로 하여 희망콘서트를 시작하였고, 10개월 만인 얼마 전 300회를 마지막으로 강연의 대장정을 마쳤습니다.
300회의 희망콘서트, '즉문즉설'을 치르면서 법륜스님을 가장 당혹하게 했던 질문은 괴산에서 70대 할아버지가 한 질문 '요새 X놈의 XX들은 왜 쳐 먹고 살만 찌느냐. 성철 스님은 다 떨어진 옷 입고 다녔는데 왜 요새 X놈들은 새 옷 입고 다니냐?!" 는 질문이었다고 합니다.
두 귀로 'X놈' 소리까지 들어가며 즉석에서 묻고 즉석에서 답하며 가슴 답답한 중생들과 소통하던 스님이라서 그런지 <금강경>을 소재로 한 강의 역시 즉문즉설처럼 막힘이 없습니다. 쉽고 재미있습니다.
여기 한 사람이 비단 이부자리에 누워 밤새 악몽에 시달립니다. 실제로는 편안한 잠자리인데도 꿈속에서 밤새도록 괴롭다고 아우성을 칩니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그 모든 괴로움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강도에게 쫓기고 맹수에게 쫓기고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더라도 꿈을 깨는 그 순간 두려움도 괴로움도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미혹을 깨치면 모든 괴로움과 속박이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 297쪽
길가에 피어있는 꽃을 보고 '아! 꽃이 참 예쁘구나!' 하고 좋아하면 그 꽃을 좋아한 공덕은 얼마나 될까요? 내가 꽃을 좋아하면 그것은 내 기쁨이며, 그 기쁨 자체가 바로 나에게 돌아온 복덕입니다. 내가 꽃을 좋아하면 꽃은 나에게 뭘 얼마나 해줄까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 352쪽
<금강경> '제17품 구경무아분'과 '제19품 법계통화분'을 설명하고 있는 내용 중 일부입니다. 어렵고, 지루하고, 따분할 수도 있는 금강경을 이렇듯 실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을 이야기하듯 설명하고 있습니다.
'경전 반, 재미있는 이야기 반', 읽다보면 저절로 <금강경> 알게 돼
부처님 말씀이니 읽고, 부처님 가르침이니 무조건 외우는 <금강경>이 아니라 <금강경>을 통해서 부처님이 전하고자 했던 가르침이나 지혜가 무엇인지를 실생활에서 깨달을 수 있는 설명입니다.
한자로 된 <금강경> 원문, 원문을 우리말로 번역한 '우리말 금강반야바라밀경'에 덧대어 하고 있는 내용 중 어떤 설명은 에피소드처럼 재미있고, 어떤 이야기는 실화처럼 생생합니다. 약효보다 고소한 맛이 더 좋아 꼬박꼬박 챙겨 먹었던 원기소처럼 꼬박꼬박 챙겨 읽어지는 금강경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는 담배를 끊는 것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에는 담배를 끊는 것보다 쉬운 일이 없습니다. 그냥 안 피우면 되는 거지 거기에 뭐 특별한 방법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돈 들고, 냄새 나고, 눈치 보이고, 건강 나빠지니 오히려 담배를 피우는 게 어렵지 담배를 끊는 데에는 아무 노력도 필요 없습니다. 물론 담배에 중독된 사람이 들으면 그게 얼마나 어려운데 남의 속도 모르고 그렇게 말 하느냐 그러겠지만 그것이 현실이고 사실입니다. 담배를 끊는 방법은 이 순간부터 피우지 않는 것뿐입니다. -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 399쪽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를 하면 안 됩니다. 남이 뭐라고 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늘 '그 사람은 뭘 먹었다, 입었다, 어디에 산다' 하는 것들에 신경 씁니다. -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 484쪽
▲ 부처님이 <금강경>을 설하시는 내내 말씀하시는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오로지 한 가지 방법입니다. | |
ⓒ 임윤수 |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석'이 된다고 합니다. <금강경>에 담긴 뜻이 제 아무리 좋은 말이라 해도 읽는 사람이 제대로 새기지 못하면 이것이야말로 공염불에 불과할 것입니다. 읽어도 그 뜻을 다 새기지 못하는 <금강경>이 공염불 같은 <금강경>이었다면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으로 읽는 금강경은 꿰어진 구슬처럼 보석과 같은 <금강경>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법륜 스님은 책의 머리말에서 '정말로 <금강경>을 읽고 이해하고 받아들였다면, <금강경>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나의 모습은 변해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합니다.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에는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불교 경전이 아닌 내용, 이야기 거리로만 읽어도 좋을 이야기들이 수두룩합니다. '물 반, 고기 반'인 개울에는 손을 짚어 넣기만 하면 고기가 만져지거나 잡을 수 있을 겁니다.
'경전 반, 재미있는 이야기 반'으로 생각해도 좋은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 역시 손을 담그듯 읽어가다 보면 시나브로 <금강경>에 담긴 뜻, 부처님이 전하고자 했던 깨우침이 저절로 마음에 와 닿고, 가슴에 새겨질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지은이 법륜┃펴낸곳 정토출판┃2012.11.23┃값 2만 7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