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人의 잔등
시인의 잔등에는 신비한 성향(性向)의
아름다운 장식을 둘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고독한 글쓰기를 회상할 겨를도 없이
고뇌로 굽어드는 등줄기에 흥건히 맺힌,
땀방울 뿐이라는 사람도 있다
내가 본 시인의 잔등을 두고 말한다면,
꽃향기 무거운 입술에
굳이 침을 바를 필요가 없다
시인은 온통 수다스럽기에
그의 잔등에는 오직,
짧은 글로써 많은 말을 하려는
커다란 욕심 보따리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 안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