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들이 줄을 맞추어 날아가는 것
길을 잃지 않으려 해서가 아닙니다
이미 한몸이어서입니다
티끌 속에 섞여 한계절 펄럭이다 보면
그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어느새 어깨를 나란히 하여 걷고 있는
저 두 사람
그 말없음의 거리가 그러하지 않겠습니까
새떼가 날아간 하늘 끝
두 사람이 지나간 자리, 그 온기에 젖어
나는 두리번거리다 돌아갑니다
몸마다 새겨진 어떤 거리와 속도
새들은 지우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 혹시 길을 잃었다 해도
한 시절이 그들의 가슴 위로 날아갔다 해도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연세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詩集으로『뿌리에게』『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
시론집『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산문집『반통의 물』 等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受賞했으며
현재 조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
---------------------------
<감상, 그리고 한 생각>
평생平生을 차갑게만 살아온
나 같은 사람에게 있어,
현실 속에서의 '나'라는 존재는
사랑의 주체主體는 커녕,
그 중심권에서 영영 벗어난
국외자局外者란 한 느낌을
지울 길이 없는데.
시를 감상하며, 이런 나 자신이
더욱 더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시가 건네는 따뜻한 손길로,
내 얼음 같은 차가운 심장에
살가운 괄호括弧를 묶고 묶어도
이미 늦은 세월의 끝에서
사랑으로 환원還元될 수 없는
'나' 라는 생각만 든다.
새들도 삶이 지닌
혹독한 쓸쓸함을 알기에
저렇게 온몸으로
따뜻한 온기溫氣가 되어
서로를 보듬으며,
나란히 하는 말없음의 거리로
아름다운 동행同行을 하고 있는데.
너와 나의 구분이 없는,
사랑의 뜨거운 몸짓으로
끊임없는 영혼의 도약을 꿈꾸는
저 반복의 날개를 퍼덕이며
오늘도 창망蒼茫한 하늘을 날고 있는데...
-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