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이하 미드) 왕팬인 나로서는 그동안 즐겨보던 미드들이 하나둘씩 끝나가고 있음에 아쉬움이 많았다. 최근에는 Two and a Half Men이 시즌 12로 그리고 Mentalist가 시즌 7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제작년에는 Dexter(시즌8) 와 Breaking Bad(시즌6)도 끝나서 이제 내가 즐겨보는 진행중인 미드는 CSI Las Vegas와 Walking Dead 딱 두개만 남았다.
원조 CSI는 최근 시즌15를 마친 상태인데 뉴스를 보니 시즌 16는 방영이 불확실하다고 하던데 CSI왕팬인 나로서는 불안하기 그지 없다.
지금은 종료되었지만 위기의 주부들, 프리즌 브레이크, 사인펠드, Accodirng to Jim등까지 모두 섭렵한 나로서는 항상 새로운 미드를 찾고 있었고, 얼마전 지인으로부터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를 소개 받았는데 그 내용이 꽤나 매력적이라 기억하고 있었다. 한번 시작하면 시간 소비가 많은 탓에 미루고 미루다가 최근 시작했는데 그동안의 많은 아쉬움들을 한방에 날려버릴만큼의 역작을 만나게 된 셈이다.
2013년 시즌 1으로 첫 방송이 나간 이후 지난 2월 시즌 3까지 끝내고 시즌 4를 준비중인 하우스 오브 카드는 인터넷 방송인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것으로 주목을 크게 끌었는데 그런 관심을 뛰어넘어 대 성공을 거두었다.
미드의 특징은 스케일이 크고 소재가 다양하며 스토리가 탄탄하다는 점인데 이 드라마는 그동안 쌓아올린 미드의 명성과 업적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미드의 새로운 지평을 더욱 넓히면서 역작의 반열에 올랐다.
미국 하원의원인 주인공(케빈 스페이시)은 대통령의 꿈을 가지고 있는데 위인이 권모술수에 능하고 교활해 보통 사람들이 상상도 못하는 방법들을 동원해 권좌에 오르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권좌에 올라서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주인공은 야망을 위해 살인, 협잡, 언론 조작 등을 밥 먹듯 구사한다. 모든 사람을 자신의 도구로 여기고 이용 가치가 떨어지면 충실한 심복도, 연인도 가차 없이 죽인다. 그가 쓰는 비열한 수법들은 손자병법을 능가하고 삼국지의 제갈공명을 뺨친다. 주인공의 아내는 한술 더 뜬다.
미국 백악관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비리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것이 드라마로 나올 수 있다는게 놀라울 뿐이다.
이런 드라마가 만약 한국에서 만들어진다고 가정해서 상상력을 동원해 보자면, 현직 대통령과 청와대의 암투와 비리를 중심으로 해서 각종 법안들을 놓고 정치인들이 세력다툼을 벌이며 대한민국 최대 재벌인 모 회장일가와 그외 2,3위 재벌 총수들의 불법과 협작들이 여과없이 보여지고 청와대와 각종 정부부처들(재경부, 금감원, 보험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등) 국회의원들과 검찰, 법원과 변호사들도 나오고 민간단체들도 등장한다. 모 재벌일가는 증권도 조작해 수천억의 이윤을 남기므로 여기에는 증권시장과 개미손들도 등장하게 되고 탈세의 통로로 잘 활용되는 미술품들의 비리들도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다. 게다가 정부와 재벌들이 벌이는 언론에 대한 협박과 회유도 나온다.
이것도 부족해 여러 나라 외교 갈등도 있어 타국 정상이나 외교관들도 나오고 UN도 나온다. 이렇게 해서 한 나라의 모든 치부가 적나라하게 노출되는데 이런 모든 것들이 한국이 아니라 세계 최강국인 미국 중심부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그 스케일에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다. 내용은 영국 소설에서 가져왔기에 모두 허구이지만 실제 있을법한 내용들로 꾸며져 있어 드라마는 흥미진진하고 실감나게 펼쳐진다.
이 드라마 덕분에 네플릭스의 2013년 순이익은 37억달러로 창사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네플릭스가 드라마를 만든다고 했을 때 주변의 수많은 우려들을 일거에 날려버렸다.
이 드라마에는 중국 정부도 나오는데 그쪽 심기를 불편하지 않게 교묘하게 잘 피해간다. 그래서 중국을 비판하는 외국
영화나 드라마의 반입을 엄격히 불허하는 중국 정부가 이 드라마를 검열하지 않은 이유다.
이것의 원작은 BBC 방송이고 시즌 3를 끝으로 원작의 내용은 끝났다. 그런데 네플릭스가 원작에도 없는 시즌 4를 만들겠다고 발표해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드라마의 결말이 어떻게 되든 두 가지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권력자의 파워 게임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카드의 집’과 같다는 점. 또 우리 모두가 이 상황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한 장의 카드에 불과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