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라는 말의 유래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외국군이나 점령군에 대항해서 싸운 비정규군을 의미하는 빨치산 (Partisan) ‘ 에서 왔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가깝게는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회교 반군도 일종의 빨치산이고, 월남전에서의 베트콩(Vietcong)도 빨치산이며, 우리의 제주4.3사건, 여순사건, 지리산 유격대 등도 모두 빨치산이라 할 수 있다.
빨갱이!
이는 일제시대 조선인 고등형사가 처음으로 사용한 단어다.
일제시대 고등형사들은 독립운동가들을 때려잡던 일을 했다.
(현 공안검사의 선배라고 보면 된다)
‘빨갱이’는 당시 친일매국노들이 독립운동가들을 일컫던 말이다.
독립운동가들은 민족의 독립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몸소 실천하셨던 분들이다.
하지만 과거 일제 강점기 때는 공권력에 의해 독립운동가들이 빨갱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빨갱이라는 말의 전성시대는 이승만 독재정권 때였다.
자유당 정권 시절에 ‘빨갱이’는 호환마마 보다 더 무서운 병이었다. 이 병에 걸리면 100% 목숨을 잃고 가족과 친척까지 굴비처럼 엮여서 깊은 산골짜기나 바다에서 총에 맞아 죽어갔다.
이 전염병으로 이승만 정권 때는 수십만이 희생됐고 박정희 정권 때는 상대적으로 희생자 수는 적었지만 증세는 더 심해졌다.
전염병은 치료약도 있고 회복도 빨리 될 수 있지만, 이 빨갱이 병에 걸리면 삼대 혹은 그 이상 오랜 세월 ‘붉은 딱지’ 를 달고 살면서 국가로부터 연좌제로 감시와 통제를 받아야 했다.
이 지독한 빨갱이라는 전염병이 20세기를 넘어 21세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빨갱이'라는 말은 일제강점기에 사회주의운동이나 민족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을 지칭하였고, 해방공간에서 공산주의자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기에 '비국민'인 '빨갱이'는 초법적으로 죽음을 당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여순사건이다.
이 사건 이후 이승만은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강력한 반공국가를 세웠다. 이승만은 국민을 '좌'와 '우'로 나누어 '비국민'을 제거대상으로 보고, 각종 단체와 민주인사까지 '빨갱이'로 몰아서 정치보복과 학살을 자행했다.
여
순사건은 국가와 미군에 의해 제주도에서 저질러지고 있던 비인간적인 민간인 학살에 의문을 제기하던 14연대 소속 군인들에 의해
발발했다. 이 사건은 이승만 정부와 미군이 대응하지 못할 만큼 치밀하게 계획되거나 뚜렷한 목적이 있는 봉기는 아니었다. 여수에서
일어난 봉기는 14연대 하사관 세력이 독자적으로 일으킨 봉기였고, 북한 정권이나 남로당 중앙은 물론이고 전남 도당이나 여수·순천
지역의 지역당까지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만에 여수와 순천이 봉기군의 수중에 들어가게 된 것은 다수
민중들이 동참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주1)
해방공간에서 청산하지 못한 친일파와 악질 경찰들에 대한 민중의 불신과 불만이 한 순간에 폭발한 셈이다.
여순봉기의 파괴력은 청년 학생들까지 합세함으로써 엄청난 항쟁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
승만 정부는 북한과 일부 남로당의 지령으로 사건이 발발했다고 흑색선전을 하였고, 미군 수뇌부까지 합세하여 '선량한 양민'들을
'빨갱이'로 몰아갔다. 빨갱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일에는 군대, 경찰 같은 국가 기구뿐만 아니라, 언론인, 문인, 종교인들도
가세했다.
여순사건이 낳은 한국 사회의 반공체제는 한국전쟁기 국민보도연맹원을 비롯한 수많은 민간인 학살을 낳았다.
4.19를 밟고 일어선 박정희는 반공을 국시로 세우고, 독재타도를 외친 민주인사들을 죽이거나 투옥시켰다. 민주화를 염원하던
광주시민들을 학살한 전두환과 노태우, 민주인사였던 김영삼도 반공이데올로기를 정권을 유지하는데 이용하였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자 우익단체는 이를 '좌파정부' '빨갱이정권'이라 지칭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다시 부활한 이 유령 같은 질병은 좌빨이라는 신종어를 앞세우고 ‘반공국가’를 재탄생시켰다.
미
국산 소고기 반대운동에 나선 5백만의 시민들이 광화문에서 숭례문까지 촛불을 들고 나섰을 때 이명박 정부는 일부 불순세력이 있다며
폭력진압을 서슴지 않았다. 공권력의 폭력은 일부 시민들을 '좌빨'(좌익빨갱이)로 몰아세웠고, 뉴라이트연합을 비롯한 극우익단체들도
합세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 질병은 또 새로운 변종을 탄생시켰다.
다름아닌 ‘종북좌파’라는 전염병이다.
종
북이란 북한을 추종하는 행위나 그 세력을 뜻하는 무시무시한 말이다. ‘종북’이라는 말을 박정권 하에서는 껌 씹듯이 남발하고 있다.
야당이 국회서 자료제출을 요구하면 “종북좌파에게 자료가 넘어가게 할 수 없다” 며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가 하면 MBC 제작부장은
“시사매거진 2580” MBC기자들을 ‘종북좌파’라고 매도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심지어 안철수, 김제동도 종북이라고
조롱한다.
이처럼 사회 곳곳에서 수구보수집단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종북좌파’라는 낙인을 찍고 있다. 아직도
국가보안법이 살아있고 레드콤플렉스가 횡행하는 분단된 대한민국에서 '종북좌파'라는 표현은 다름 아닌 즉시 제거해야 할 '빨갱이'를
뜻하는 섬뜩한 말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이렇듯 우리사회 수구세력이 아무렇지도 않게 수시로 쓰는 '종북좌파'라는 합성어는 너무도 잘못된 표현이다. 종북과 좌파는 확연히 구분되어 써야 한다.
사실 오늘 한국의 현 상황은 차라리 '종북우파'와 '민주좌파'의 싸움으로 정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북’과 ‘좌파’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단어이다.
'종북'은 박정희, 전두환 등 독재세력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먼저 종북이라는 뜻은 북한을 따라간다는 뜻인데, 오늘 우리사회에서 북한을 따라가는 세력이 과연 누구인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정권의 특징은 언론자유를 탄압하고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반동으로 몰아 제거하며 대를 물려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명박근혜 정권은 북한과 다름없이 언론인과 정의감이 있는 법조인을 탄압하고 불이익을 주는 납득 할 수 없는 조치를 반복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독재 권력이고 종북주의 아닌가? 대통령이나 집권당에 반대하는 집단은 전부 북한을 따르는 세력으로 몰고 조작하는
반민주적이며 터무니없는 집단이 바로 '종북우파' 세력이라는 말이다.
오늘 한국에서 언론장악을 통해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같은 독재자를 옹호할 뿐 아니라 정권의 잘못을 비판하는 이들을 제거해야 할 인사로 모는 세력이
누구인가?
언론자유를 탄압하고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를 반동으로 몰아 제거한다는 차원에서 지금 우리나라의 종북세력은 좌파가 아니라
오히려 수구우파세력이라고 정의해야 더 정확하다.
더 정확하게는 용북세력이라 할 수 있다.
남북대치 상황을 교묘하게 악용하여
총풍사건 (주1) 을 저질렀던 한나라당, 새누리당이야말로 종북이요 용북세력이다.
오늘날 안중근 의사나 이순신 장군 같은 분이 다시 태어난다면 아마도 빨갱이나 종북좌파로 몰려 고초를 겪을 것이 분명하다.
보수정권에 의해 ‘빨갱이’ ‘종북좌파’라고 낙인 찍혔고 “종북타도”라는 명분으로 박근혜 정부에 의해 법외노조로 해체위기에 놓인 전교조의 경우를 보면 이들 용어가 얼마나 음해 조작된 것이지 잘 알 수 있다.
신동아 89년 7월에 수록된 <1989년 문교부 일선교육청 공문 ‘전교조 식별법’>을 보면 전교조 교사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나열하고 있다.
1.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1. 학급문집이나 학급신문을 내는 교사
1.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과 상담을 많이 하는 교사
1. 신문반, 민속반 등 특활반을 이끄는 교사
1.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
1. 반 학생들에게 자율성, 창의성을 높이려 하는 교사
1. 탈춤, 민요, 노래, 연극을 가르치는 교사
1. 생활한복을 입고 풍물패를 조직하는 교사
1. 직원회의에서 원리 원칙을 따지며 발언하는 교사
1. 아이들에게 인기 많은 교사
1. 자기 자리 청소 잘하는 교사
1. 사고친 학생의 정학이나 퇴학 등 징계를 반대하는 교사
예수님께서 대한민국에 재림하신다면 위와 같은 교사들을 칭찬하시지 않을까?
하지만 천년왕국을 건설하시기도 전에 종북좌파로 몰려서 다시 순교하실 것이 확실하다.
빨갱이타령, 종북타령으로 이득을 보는 자들은 겉으로는 애국을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매국을 하는 사람들이다.
겉으로는 나라 걱정하는 척하면서 자기 식구 걱정만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국민의 혈세를 횡령하고는 생계형비리에 불과했다고 변명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국가나 단체를 개인적 이윤추구의 모델로 삼는 자들이며 국영기업을 사영화하여 자손대대로 부귀영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현 박근혜 정권에서 ‘종북좌파’니 ‘빨갱이’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이웃과 나라 걱정을 집안일 처럼 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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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빨갱이’의 탄생> (김득중, 선인, 2009)
(주
2) 1997년 12월에 치러진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선거 직전에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 측에서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청와대
행정관 등 3명이 베이징에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참사 박충을 만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휴전선 인근에서 무력 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