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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훈훈한 글이라 퍼 왔습니다.) 밴프에서 생긴 일
작성자 운영팀     게시물번호 8548 작성일 2015-11-12 19:18 조회수 3317
오래전에 이곳 CN드림 자유게시판에서 주옥같은 글을 많이 남겼던 어제신문님....문득 우연히 2006년에 올렸던 그분의 글을 보게되어 이곳에 한번 더 옮겨봅니다.   원본글은 현재 없구요, 다행히 다른분 댓글에 원본글이 남아 있었네요. 

이곳 게시판에서 '뜬구름'으로 검색하면 '어제신문'님이 남긴 쓴 멋진 시들을 다수 찾아 볼수 있습니다. 

☞ 어제신문 님께서 남기신 글 
지난 주말 있었던 일이다. 밴프에 갔었다.늘 밥 빌어 먹는데 바빠 가족이 함께 하기도 힘들다.집사람이 부득이 일을 쉬게 되니 모처럼 함께 할 시간이 났다.하이웨이로 접어 든다. 흰눈에 덮힌 먼산이 나타난다.언제봐도 아름답고 웅장하다.아내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가슴이 저리다.웃음소리가 커질수록 울음소리가 들린다. 속으로 우는 소리를 나는 듣는다.가슴 아프다.이 여자는 왜 아직도 나를 따라 다니는지 모르겠다.이상한 아줌마다.정말 수상하다.
 
눈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았다. 산은 늘상 그렇듯이 크다.거대하게 서 있어서 슬퍼 보일 때가 있다.눈위에 발자욱을 찍으며 내 신발 밑바닥의 문양이 어떻게 생긴줄 알았다.가끔은 살다가 지문도 찍어서 들여다 보아야 할 것 같다.마주 바라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무거운 구름이 떠다닐 때는 더욱 그렇다.
 
저녁이 되며 산엔 어둠이 서둘러 다가온다.저녁을 먹고 가기로 했다.주로 집에서 먹던 것들을 챙겨와 되는대로 한끼를 해결하곤 했지만 늦게 일어난 덕에 아무 준비없이 떠난 때문이다.밴프 시내의 한식집을 찾았다.조금 이른 시간이라 사람은 많지 않았고 쌀쌀한 날씨에 언 몸을 녹이며 밥을 후다닥 비웠다. 아이들을 바라보면 언제나 마음이 따뜻해진다.김치가 맛있다고 냉수를 들이켜가며 열심히 들 젓가락질을 한다.식사가 끝날 때쯤 계산준비를 하려고 뒷주머니를 뒤졌다.지갑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국립공원 패쓰를 살 때 지갑을 무릎위에 올려 놓았던 기억이 스친다.잃어버린것 같다.밖으로 나가 급히 차문을 열고 확인한다.차안에 떨어져 있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았다.분실이다.난감했다.망연자실 서 있는데 앞 유리창에 뭔가가 팔랑댄다.브러쉬 아래 살짝 꽂아 놓은 노란 쪽지를 펴든다.맞았다.나는 지갑을 잃어버렸고  다행히 누군가 줏어서 연락처를 남겨 놓았다.한숨을 돌린다.자책 한다.동전 몇닢을 챙겨 서둘러 공중전화를 찾는다.
 
거의 사용해 본적이 없는 공중전화가 급한 마음을 조른다.디파짓 2달러를 요구한다.동전이 부족하다. 7시면 밴프를 떠난다는데 시간이 촉박하다.그의 쎌폰은 잠겨져 있다.보이스메일로 남길 내 연락처도 없다.그제서야 식당에 남겨둔 가족이 떠올라 뛰기 시작했다.다행히 아내가 갖은 돈으로 식비는 지불한 모양이다.걱정하는 눈빛이 가득하다.잠시라고 생각했는데 한참이 흐른 모양이었다.
 
수 없이 밴프를 찾았었지만 늘 지나치기만 했던 서울옥에는 어느새 자리가 꽉차기 시작한다.사정을 안 서울옥 분들이 도움을 주신다.메쎄지를 남기고 전화 오기만 기다린다.큰 돈은 들어 있지않지만 신용카드와 신분증이 모두 들어 있다.대만 관광객으로 보이는 단체 손님 들이 인솔자와 함께 가득 들어 온다.김치를 맛나게들 먹는다.빈자리가 없다.주인 아주머니로 보이는 분이 마련해준 자리를 비킨다. 
J.KIM이라는 매니져로 보이는 아저씨가 바쁘게 써빙을 하면서도 몇차례의 시도 끝에 결국 그와 연결이 됐다.내 주소와 이름을 확인한다. 지갑을 습득했던 그자리로 15분내에 오겠다고 약속한다. 차가 주차되어 있던  위치로 향했다.정말 친절하신 분들이었다.오늘은 참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상등을 켜고 기다린다.지나는 차량마다 정겹다.혹시 저들이 아닐까 기다리니 모두가 정겹다.세상은 이렇게 바라 보아야 하는건가 보다. 한참 후에 반대편 차선에서 속도를 줄이며 승용차 한대가 다가온다.이름을 묻는다.지갑을 돌려 주며 없어진게 있는지 살펴 보라 한다.아주 착하게만 보이는 젊은 케네디언 부부 였다.벌써 어둠이 깔렸다.지갑 내용물을 살피고 싶은 마음은 결코 들지 않았다.빈 껍데기라 해도 그저 고마을 뿐이었으니까...
 
지폐 두장을 꺼내 들었다.그게 지갑속 현금의 전부였다.그냥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어떻게 든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다.당연히 극구 사양한다.이럴 필요가 없다며 손을 내 젓는다.그 부부가 소모한 시간과 정성이라도 보상하고 싶다고 말했다.그래야 내 맘도 편할거라고 말했다.따스한 눈 빛으로 정중히 거절하며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웃어준다.눈 빛이 너무 선하다.
내 손이,이렇게 밖에 감사할 길을 찾지 못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그가 악수를 청한다.힘차게 살 맛나는 악수로 안녕을 할때 그의 아내가 이런게 함께 사는 세상이라며 환히 웃어 준다.자기가 더 행복하다며...humanbeing 이라며!!! 손을 흔들며 그를 보내는 귓전에 휴먼비잉 이라는 그의 말이 맴돈다.
당연하지만 이런게 세상사는 도리인 것이다. 그들이 저만치 갈 때까지 창밖에 매달려 아내와 아이들도 손을 흔들고 있었다. 
 
숨 쉬고 살아가는 것 만으로도 감사 할 때가 있다.
이 땅에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죄스러울 때가 있지만,
등에 진 짐이 무겁고 세상이 마냥 부조리해 보일때
그리하여 어둠 속으로 한없이 침잠 할때
설움과  억울함에 취해 잠 들지 못할때
제 실속만 챙기는 갈가위 들이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삶을 처참하게 부수는 말들이 어지러운 춤을 출때
그런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 또한 사람 밖에는 없다
 
'내 탓이요' 와 '너나 잘하세요'  그 사이에
간극을 메꾸어 주는 건 아직도 사람 밖에 없는 지 모른다.
 
창밖에 눈이 가득하다.
얼음장 처럼 시퍼렇게 얼어붙은 구름 한점 보인다.
그 속에 팔딱팔딱 숨쉬는 심장이 햇빛에 빛난다.
세상이 아무리 더럽고 치사하게 누군가를 욕보인다 해도
그 아픈 마음들을 치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 처럼 사는 사람 들이 있다.
 
하얀 하늘에 새가 난다.
찬 공기를 가르며 새가 난다.
이마에 붉은 피 흘리며 바람결 헤쳐 나아가는
새 들이 난다.
상처를 들여다 볼수록 
눈물 겹도록 아파오지만 
그렇게 하늘을 가르며 새 들이 난다
날개 짓은 아름답다
이유 없다.
 
세상은 아름 답다.
잠시라도 세상은 누구나에게 공평히 아름답다.
믿으면 사실이 된다.
세상은 아름답다.
 
 
*** 도움 주신 분 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세상에 또 빚 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어제신문 가족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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