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오만
문턱을 넘어 온 찬 겨울 바람은
맑은 유리창에 하얀 성애꽃 피우고
실내 온도 마저
망가진 바깥 경제와 맞물려
차츰 일 도 씩 빙점을 향해
서늘한 강을 건너다
등 시린 어깨 꾹꾹 감싸 주던
여름 목화밭을 꿈꾸며
안온 했던 잠들은
한 세대 전 역사의 유물로 밀어 놓고
푸른 강물에 둥둥 떠 다니던 물오리 떼의
죽음의 옷을 걷어 입은
깃털의 가벼움 으로
세상을 빙글 빙글 날아 다니던 자
더 좋은 더 따스한
거위 옷으로 바꿔 입는다는 데
가슴팍 쥐어 뜯는 잔혹함을
물갈퀴 바알간 발바닥 허적이며
꽤엑 꽥 반항의 신음 마저
단 한 번의 체형으로 끝내지 못한 채
비루한 손아귀 속에서
몇 번을 더 아픈 소리 질러야 할까
분홍색 살갗의 피맺힌
가슴털 만을 걷어 입은
오만한 몸통들 이여
그대의 겨울은
더없이 따듯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