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주일학교 시절부터 신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교회에서 가르치는 교리들을 실제적인 사실들로 무작정 믿었습니다. 그런데 점점 학년이 높아지고 과학과 역사를 배우면서 질문이 많아졌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생물, 화학, 물리, 수학, 세계사을 배우면서부터는 교회에서 가르치는 교리들에 대해 의심과 질문이 더 많아졌습니다. 대학에서 지질학을 학사-석사-박사 과정에서 연구하면서 인간과 생명과 지구적 세계와 우주에 대해 교회가 가르치는 초자연적인 하느님, 예수의 신성과 재림, 성령/영혼/영/정신, 최후심판, 지옥천당, 몸을 떠난 영의 세계 등과 심하게 충돌하면서, 더욱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한동안 의심과 번민 속에서 모태신앙이란 세뇌작용으로 그렇저렇 교회에 다녔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이 닿아왔습니다. 메길대학에서 지질학 박사과정을 포기하고, 공과대학 건물 바로 옆에 있는 종교학부로 옮겨가서 기독교 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교회에서 들어보지 못했던 진리들을 배우면서 서서히 눈이 뜨여지기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믿음이란 것은 극히 개인적인 고백입니다. 다시 말해, 믿음이란 사적인 것이지 공적인 것이 될 수 없습니다. 기독교가 온 인류의 종교일 수 없습니다. 기독교 이외에도 유대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도교, 천도교 등 다양한 문화들이 있습니다. 원주민들은 나름대로 자연으로부터 신비스러움과 경이로움을 느끼고 삶의 힘과 지혜를 얻습니다. 이것을 토속종교라고 합니다. 비단 한 종교 내에서도 수많은 종파들과 교단들이 있듯이 사람마다 각자 독특하고 사적인 믿음의 고백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장로교에만 400여개의 교단이 있습니다. 서로 더 잘 믿어 보겠다는데 무엇이 잘못입니까? 그러나 나의 믿음이 원조이고 가장 훌륭하고 다른 모든 것들은 이단이라는 믿음이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더욱이 성서는 하늘에서 떨어진 책도 아니고, 하느님이 쓴 책도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1000여년에 걸쳐 자신들의 경험과 지식을 배경으로 쓴 책들입니다. 27권의 신약성서는 수십만개의 사본들 중에 의도적인 선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나마 사본들의 원본이 없듯이, 신약성서의 원본이 없습니다. 하느님이 쓴 책이라면 어떻게 원본은 없고 사본들만이 존재합니까? 따라서 성서에 이렇게 기록되었으니 그대로 믿어야 한다는 말이 이해가 안됩니다. 성서는 21세기의 과학을 대변할 수 없습니다. 성서는 백과사전도 아니고 역사책도 아닙니다. 저는 성서를 문자적으로 믿는 믿음은 세상에 혼돈과 재난을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를 하느님으로 믿겠다면 그렇게 믿어야지요.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해서는 안되지요. 심지어 나처럼 믿지 않으면 죽은 후 천당에 못 올라가고 불구덩이의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위협해서는 안되지요. 나 혼자 조용히 믿으면 되었지 온 세상을 내가 믿는 것처럼 믿게 하는 것이 소위 세계복음화를 하느님의 뜻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큰 잘못이지요.
교회에 나가야 지옥으로 안떨어지고 하느님의 축복으로 잘먹고 잘살수 있다고 믿고 싶으면 그렇게 믿으면 되지요.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믿지 않으면 큰 재앙이 일어난다고 위협해서는 안되지요. 심지어 나의 하느님이 당신에게 징벌을 내릴 것이라고 협박해서도 안되지요.
예수가 하느님이 아니고, 초자연적인 하느님이 하늘 위에 없다고 말해도 징벌이나 재앙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제가 주일학교에서 배운 믿음을 버린 이유는 기독교인만이 구원받는다는 믿음이 저에게 설득력이 없습니다. 온 인류가 기독교인이 되어 교회에 다녀야 지옥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는 20년 목회에서 교인들에게 솔직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수가 물 위로 걸은 기적, 물을 포도주로 만든 기적, 동정녀에서 탄생한 기적, 죽은 몸이 다시 살아났다는 기적 때문에 목사가 되어 목회하는 것이 아니라고 자신있게 정직하게 양심적으로 말했습니다. 제가 일한 교회들은 모두 잘 되었습니다. 물론 교회를 떠난 한 두 사람을 있었지만 이 소문을 듣고 더 많은 사람들이 왔습니다.
기독교인들이 하느님, 예수, 성서, 성령, 영의 세계, 교회의 권위 등등을 개인적으로 믿는 것이 다른 사람들, 가족들, 이웃들, 다른 종교인들, 다른 인종들,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의 삶에 용기와 희망과 기쁨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발 나처럼 생각하고 나처럼 믿으라고 협박해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믿음'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자율적으로 깨달은 진리를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저의 깨달음을 도와주는 멘토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령, 역사적 예수, 인간 예수 (교회가 만든 교리적 신적 예수가 아니라) 가 갈릴리 바닷가에서 그리고 시장터와 들과 산에서 가르친 삶의 지혜 (믿어야 하는 교리가 아니라) 가 무엇이었는지 가르쳐 준 메길대학의 교수님들과 그밖에 많은 신학자들, 사상가들, 철학자들이 있습니다. 특히 진화생물학자들, 진화사회학자들이 요즈음 저의 멘토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