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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죽는가?
작성자 늘봄     게시물번호 8596 작성일 2015-11-28 07:35 조회수 2380

우리는 왜 죽는가? 종교인들이 고등학교에서 우주 진화 역사와 현대 과학을 배웠어도 죽음의 참의미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원인은 삼층 세계관의 종교적 신앙에 쇄뇌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는 기독교인들은 하느님이 6000년 전에 세상의 모든 동식물과 인간을 완성품으로 만들었다고 믿는다. 거기에다 첫 인간인 아담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세상에 죽음이 들어왔으며, 죽음은 죄에 대한 징벌이고, 인간의 적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많은 기독교인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죽음은 하느님의 계획이라고 위로하면서 한편으로 하느님을 원망하고, 우리의 죄 때문에 이 세상에 죽음이 생겼다고 슬픔에 빠진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138억년의 우주진화 역사에서 생명의 죽음은 인간의 죄와 하느님의 징벌과 아무 상관이 없다.

 

만일에 이 우주에서 죽음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나? 별들의 죽음없이, 행성들과 생명의 존재가 불가능하며, 생명체들의 죽음없이 진화는 불가능하다. 노인들이 죽지 않으면, 어린이들은 살아갈 자리가 없으며, 세포들이 죽지 않으면, 생명체들은 둥근 모양이 될 것이다. 신경의 죽음없이, 지혜와 창조성은 꽃피울 수 없으며, 수목들의 세포가 죽지 않으면, 나무는 생겨날 수 없다. 빙하시대에 삼림의 죽음이 없었더라면, 북반부의 호수들은 생겨날 수 없었으며, 산들이 죽지 않으면, 모래와 토양은 생겨날 수 없었다. 식물과  동물의 죽음없이, 식량은 얻을 수 없으며, 오래된 사고방식의 죽음없이, 새로운 사고방식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죽음없이, 조상들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죽음없이, 시간은 귀중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죽음은 우주 전체와 개체들의 생존에 필수적이고 창조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우주 전체를 이루고 있는 모든 개체들은 죽음의 값진 선물이다. 우주가 빅뱅으로 출현한 이후로 죽음이 있었기 때문에 우주는 오늘처럼 존재할 수 있었다. 죽음의 선물은 화성, 금성, 토성, 그리고 지구이며, 죽음의 선물은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우주먼지의 원자들이다. 죽음의 선물은 물체(유기체와 무기체)가 형태를 이루고, 모양을 갖추고, 색깔을 띠울 수 있으며, 죽음의 선물은 생명의 다양함과 무한한 여정이다. 죽음의 선물은 삼림지대와 토양과 연못들과 호수들이며, 죽음의 선물은 생명을 지탱해주는 양식이다. 죽음의 선물은 보고, 듣고, 깊이 느끼는 것이며, 죽음의 선물은 지혜, 창조성이며, 문화가 변화의 물결을 탈 수 있는 것이다. 죽음의 선물은 실천에 대한 긴급한 요청과 온전한 존재가 되려는 소망이며, 죽음의 선물은 기쁨과 슬픔, 그리고 웃음과 눈물이다. 죽음의 선물은 현재와 미래를 위해 생기가 넘치게 온전히 살고, 감사하며 자신을 희생적으로 내려놓은 생명체들이다.

 

별들의 내부에서 원자가 탄생하고, 그 별들이 죽어서(폭발하여) 은하계로 돌아가기 때문에 또다시 새로운 별이 탄생하는 우주 이야기는 우리의 족보이다. 15년 전 아버님의 죽음 앞에서 평안할 수 있었던 것은 죽음의 값진 선물이 무엇인지 인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주 먼지로 만들어진 나의 아버님의 몸은 다시 우주 먼지로 돌아가 우주의 개체들이 출현하는 밑걸음이 되었다. 아버님의 죽음은 마지막 말이 아니며, 그의 생애는 이 우주 속에 기억될 것이다.  

 

죽음은 우주적인 축복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과학의 공개적 계시는 기독교 초기에 기록된 성서의 핵심적인 메시지이다. 삼층 세계관에서 기록된 고대 성서를 은유적으로 읽으면 21세기의 우주 진화적 세계관죽음의 의미를 깨달아 알 수 있다. 즉 성금요일의 죽음이 있었기에 새로운 생명을 경축하는 부활절이 가능했다. 원초적으로 예수의 죽음과 부활은 문자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은유적인 메시지이다. 죽음은 믿음구원/불신지옥과 아무 관계없다. 죽음과 하느님, 죽음과 죄, 죽음과 징벌, 죽음과 영혼불멸의 이원론삼층 세계관의 창작품이다. 죽음은 이 우주에서 새로운 개체로 진화하는 창조적인 과정의 시작이다.    

 

물론 죽음의 의미를 우주 진화 세계관으로 이해한다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내 자신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떨쳐 버리기 쉽지 않다. 슬픔과 두려움을 표현하는 것은 극히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며,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죽음이 결코 마지막 말이 아니며, 죽음은 새로운 개체의 출현을 위한 필수적인 여정이라고 인식하면, 슬픔과 두려움과 욕심을 떠나 보낼 수 있다. 우리는 죽음을 겸손히 받아들일 수 있고,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에 대해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 하느님을 원망하지 않고 기쁘게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우주 진화의 법칙인 죽음에 우리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 깨달음의 참인간이고, 참신앙의 종교인이다.

 

삼층 세계관의 고대인들은 죽음을 피하기 위해 죽음 후의 세계에 대한 신화들을 만들었다. 더욱이 몸과 영혼은 분리된 존재들로 몸이 죽으면 영혼이 다른 세계로 옮겨 간다고 상상했다. 고대인들은 이것을 종교의 경전 속에 삽입했다. 그러나 21세기의 뇌의학은 뇌가 죽으면 영혼은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밝혔다. 몸과 영혼의 분리는 플라톤과 데카르트의 큰 오류였다. ‘죽음 후의 세계는 어떤 형태라도 인간의 언어가 창작한 아무도 모르는 상상의 세계일뿐이다. 우리는 형이상학적인 미지의 세계에 메어달려 두려움과 욕심 속에서 살기 보다 지금 여기에서순간순간을 기쁘게 감사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 더욱 소중하다. (참고: ‘Death & Eternal Life’, John Hick; ‘Creative Faith’, Don Cupitt; ‘Descartes’s Dualism’, Marleen Rozemond; ‘Descartes’ Error’, Antonio Damasio; ‘The Problem of the Soul’, Owen Flanagan; ‘Spirituality for the Skeptic’, Robert C. Solomon; ‘How To Solve the Mind-Body Problem’, Nicholas Humphrey)   

 

죽음은 욕심과 두려움을 내려놓는 것이며, 나의 죽음은 우주 전체와 다른 모든 개체들에게 값진 선물이다. 사실상, 우리는 다른 개체들의 죽음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왔다. 이 성스러운 우주의 법칙은 중단없이 계속될 것이다. 종교, 철학, 과학, 하느님, 인간, 어느 누구도 이것을 막을 수 없다. 태양처럼 매일매일 죽으면서 살자! 그러면 두려움과 욕심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참고: ‘Solar Ethics’, Don Cupi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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