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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오시게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작성자 clipboard     게시물번호 8601 작성일 2015-11-28 19:13 조회수 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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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40 시간에 가까운 비행은 중노동임에 틀림없습니다.

장거리 비행을 하고 나면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컨디션이 안 좋아지는 증상이 나타나곤 합니다. 


인두염과 고열을 동반한 감기 몸살과 함께 발목이 붓는 바람에 

가고 싶지 않은 곳 안 가도 될 좋은 핑곗거리가 생겼다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 정도는 아니고, 기침이 조금 나고 에너지가 소진되는 증상을 느낍니다. 

입맛도 떨어지는 편 입니다. 


이 날도 아침에 김포공항 근처에 있는 호텔에서 출발할 때 먹은 두유와 과일, 샌드위치 한 쪽. 

도쿄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침식사로 먹은 연어조림과 샐러드를 곁들인 모밀국수 기내식, 

신주쿠에 있는 백화점 지하 식품부에서 맛 본 튀김 두 개와 생크림 케익 한 쪽 이외에는 

해가 질 때 까지 오후 내내 먹은 게 거의 없을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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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먼지하나 없이 반들반들한 뒷골목길 바닥을 걸으면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어느 나라 어느 문화에나 나름의 특징과 매력이 있습니다. 

차분하고 정돈된 분위기는 이 도시를 요약해서 나타내주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나에게 도쿄에서 받은 인상을 한 마디로 표현해보라고 요구한다면 이렇게 말하고자 합니다.

"도쿄는 차분한 도시입니다" 라고. 


서울이 서울 나름의 사랑스런 매력이 있고, 

방콕이 오라오라병을 일으킬만큼 방콕 나름의 다이내믹한 흡인력이 있듯이,

도쿄 역시 도쿄 특유의 장점이 있습니다. 


여행이 선사하는 최대의 선물은 

사람사는곳마다에 내재되어 있는 다채로운 지혜들과의 만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행에서 얻는 경험은 brief 한 대신, 기억이 강렬하고 오래갑니다. 

거기에는 새로운 만남이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 역사가 Arnold J. Toynbee 가 "20 세기 최대의 사건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는 기자의 질문에 

"기독교와 불교의 만남" 이라는 답을 했다는데, 

이 말은 4 세기 이래 좀 답답하고 띨띨한 교리로 일관해 온 기독교가 계몽주의 시대 이후 탈출구를 못찾고 가로막힌 장벽 앞에서 머리 싸쥐고 왔다갔다 하다가 불교를 만나는 바람에 '잃어버린 반쪽'을 찾은 듯 기사회생할 수도 있게 됐다,, 

뭐 이런 식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국 출신 역사가는 서양인의 입장에서 기독교와 불교의 만남을 

마치 흥남부두에서 헤어졌던 덕수와 막순이 남매의 만남만큼이나 감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였던 모양입니다. 


어쨌든 


두 종교, 또는 동서양 두 문화의 massive 하고도 rapid 한 만남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도 

의미있는 대규모 국제 여행이 가능해 졌기 때문입니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던 게 아니라 존재가 먼저 존재(?)했듯이

만남이 먼저가 아니라 여행이 먼저 있었습니다. 


그 의미있는 여행, 문화간의 만남이 가능할 수 있게 된 것은

비행기라는 획기적인 교통수단이 대중화되었기 때문일 것 입니다. 


마치 존재가 빅뱅이라는 이동수단을 통해 시간과 공간으로 여행할 수 있게 됨으로써 존재의 형태와 의미가 생긴 사건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20 세기 벽두에 등장한 비행기 

그 중에서도 특히 여객기의 공로는 이토록 엄청난 것이니만큼 

또 토인비가 (여객기 때문에 라는 말은 안 했지만) 기독교가 불교가 만난 게 그토록 역사적인 일이라고 하니, 

교회나 사찰에 있는 십자가나 불상 위에 뚱뚱하고 조그마한 모형 비행기를 걸어놓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성직자들은 이런 기발한 생각을 못 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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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지하철은 치매 예방에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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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 입니다. 

쓸쓸할 정도로 텅 빈 이별의 하네다국제공항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곧 밴쿠버로 가는 NH 116 편에 탑승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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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massive-rapid 한 만남을 가능케 해 인류문명의 차원을 업그레이시켜 놓은 비행기. 


돌아와서 뉴스를 보니,

캐나다는 내년 2 월까지 2 만 5 천 명의 시리아 난민들을 새 식구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는데,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이토록 많은 수의 난민들을 새 식구로 모셔올 수 있게 된 것도 

비행기가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 입니다. 


여기서 잠깐 기왕에 나온 시리아 난민 이야기를 하자면, 

원래는 연말까지 입국심사를 끝내기로 했다가 

파리테러 이후 심사를 강화하라는 의견이 대두되어 심사기간을 두 달 정도 늘려잡았다고 합니다. 


일부에서는 숫자가 너무 많지 않느냐? 가령 IS 탄생에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2003 년 3 월에 개시된 제 2 차 이라크 전쟁, 그 저주스런 전쟁에 참전한 Korea 라는, 나라도 딱 세 명의 난민만 받았다는데, ( + 준난민 임시체류자격 135 명) 

더구나 진짜 똥싼 넘 미국은 애당초 받기로 했던 만 명 조차 안 받으려고,,

요르단에 떠넘기고 돈이나 몇 푼 쥐어주자는 식으로 온갖 해골을 굴리고 있는데,

그 전쟁에 참전하지도 않은 우리가 왜 2 만 5 천 명을 정식 영주난민으로 떠 안아야 하느냐? 는 질문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2 만 5 천 명을 받기로 한 최초결정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1975 년 베트남 통일 이후 받아들인 약 6 만 여 명의 베트남 난민들과 그 2 세들은 

이후 캐나다 사회에 큰 공헌을 한 성공적인 난민케이스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물론 그들 중에는 패망한 남베트남 독재정권에 빌붙어 호사를 누리다가 금괴를 싸들고 난민들 속에 끼어 들어 온 작자들도 있지만, 

어쨌든 대체로 우수한 인재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난민심사를 받는대로 곧 입국할 2 만 5 천 명의 시리아 이주민들 역시 

훗날 성공한 난민 케이스로 평가받게 되기 바랍니다. 


난민 이야기가 주제가 아니고 여행과 비행기 이야기가 주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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