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가 여기 올리는 글의 대부분은 한국의 진보기독교교단 (지금은 별로 진보인 것 같지도 않지만)총회 홈피에 함께 올라갑니다. 물론 실명으로 올립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한 말을 실명으로도 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같은 것은 안 하셔도 됩니다. 저는 지금은 에드먼튼에 살고있지만, 1990 년대 8 년 간 캘거리에 살았었고 공적활동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아마도 이 게시판에 들어오시는 캘거리 동포분들 중 태반이 저를 어떤 식으로든 알고 계실 겁니다. 처음 3 ~ 4 년 간은 실명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오히려 실명이 아닌 닉으로 글을 올릴 때 좀 더 조심해서 글을 쓰는 편 입니다. 실명으로 글을 쓸 때는 자기가 내뱉은 말을 온전하게 책임질 수 있지만 닉 뒤에 있을 땐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심한 표현은 삼가게 됩니다.
2. 어느 분께서 인간 박근혜와 대통령 박근혜를 구별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씀은 백번 옳습니다. 다만 그 말씀을 하신 분은 그 의미를 거꾸로 이해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선출직 공무원들은 임기동안 행정단위를 맡아 그 단위를 대표하고 운영을 책임지는 동시에 유권자든 아니든 모든 사람들로부터 철저한 감시와 견제대상이 됩니다. 박근혜 씨처럼 치명적인 오류를 반복적으로 저지르고 있는 선출직 공무원에 대해서 강도높은 비난과 조롱, 심지어 하야요구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반응입니다. 저는 2012 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박정희의 딸’로서 비판하는 행위를 옳지 않다고 생각했던 사람입니다. 당시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했던 백년전쟁 중 박정희편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제작시기도 적절치 않았을 뿐 아니라 내용에도 오류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강도높게 비판하는 대상은 개인 박근혜가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입니다.
3. 대통령을 아버지(또는 어머니)로 생각하고, 어떤 국가 자체를 조국 모국 운운하며 신성시 하는 것은 위험한 정서입니다. 그 위험한 집단정서는 독재자들과 파시스트들에 의해서 종종 아주 나쁜 방향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신성한 존재’는 인식의 주체로서의 개인-개인이며, 국가란 그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고 개인간의, 그리고 개인과 조직간의 관계를 제도적으로 최선화하는 데 필요한 도구로서의 공동체 입니다. 어떤 개인이 공동체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것은 주체적 결정자로서의 개인의 결단에 의한 것이지, 거꾸로 국가의 부름에 부응하거나 국가가 충성을 요구하기 때문임이 아니라는 것이 제 기본생각입니다. 애국주의를 가장한 파시즘은 종종 이 관계를 거꾸로 돌려세워 개인과 국가의 우선순위를 가름하는 교착지점에서 ‘군중들’을 몹시 햇갈리게 하곤 합니다.
4. 어떤 분은 박근혜 대통령을 능멸하고 모욕한 것에 화가 났다고 하셨는데, 제가 느끼기에 그 분은 “대통령을 모욕하고 능멸”한 것에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신이 나신 반면 ‘존재하는 것에 감사하며 매 순간 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철하라’는 충고에 화가 나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잘못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은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자연스런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잘못됐다는 게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기 바랍니다. ‘신이 남’과 ‘화가 남’이 좋게 결합되었기 때문에 그 분이 예전보다는 설득력있는 반론글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이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기독교인이시라니까, 히브리경전 중 잠언12 장 1 절 이 생각났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저는 교회에 가는 대신 일요일 아침마다 맥카페나 A&W 에 가서 커피를 곁들인 아침식사를 하며 명상을 하거나 소설책을 읽다가 오곤 합니다)
“훈계를 좋아하는 자는 지식을 좋아하거니와 징계를 싫어하는 자는 짐승과 같으니라”
이 말은 무척 고상한 말 같지만, 생명의 본질을 잘 이해하지 못한 고대 먹물들의 탁상공론같은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훈계나 징계에 화가나기 때문에 반론이든 자기 변화든 동력이 생기는 것이지,그 자체를 좋아해서 변화의 동력이 생기는 건 전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도 했던 소리지만 종족이 번식하는 이유는 성애본능 때문이지 종족번식에 대한 사명감 때문이 아닌 것 처럼,훈계를 싫어하고 거기에 화를 내는 마음은 자연스럽고도 훌륭한 생명의 본능입니다. 또 한 가지,, 제가 '국론통일' 이라든가 '총화단결' 이라는 말처럼 신통치않게 생각하는 표현이 '애정어린 비판'이라는 말 입니다. 비판의 동기는 애정이 아니라 잘못됐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한 저항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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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계속 활발하고 유쾌한 게시판이 유지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