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이유
꽃이 슬프고
시가 슬픈 이유를 알겠네
애써 꽃물 올린 줄기의 피 끓음 속에
오래 눈여김 받지 못하는
그 짧은 시간의 구애가
밤사이 그렁 그렁한
꽃잎 툭툭 털어낸 자리마다
망각으로 지워지는 아픔
저렇듯 시인들은
꽃처럼 고운 심장 하나씩 박고
착한 숨 고르는데
속대 깊이 비릿한 덩어리 눌려
흔들리며 시를 토하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내어주기만 하던 꽃피던 시린 눈이여
어느 저녁
지친 눈꺼풀 속
까무륵한 아픔의 행간 사이로
가슴에 키워 온 시
마디에 맺힌 절명함으로
더 이상 동백일 수 없으리
나 그런 이유로
한 나절씩 젖곤 하네
마른 사막같은 시울이
먼 빛 산노을로도 젖곤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