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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봄의 엽서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8991 작성일 2016-03-19 12:40 조회수 2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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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엽서 ***

 

어디쯤에서

봄물 풀리는 풋풋한 내음이

응달 밑 잔설을 조금씩 긁어 내리며

3월에 내리던 샤갈의 마을 눈

진눈깨비 되어

분분한 몸짓 흔들리네요.

 

밤새 소리 없이 내린 눈

새벽 창을 통해 보면

죽은 듯한 나무들

기우는 푸른 달빛 속

시린 몸피 창백해

봄소식 아득한 북국 땅을

흰 목련 앞질러 새하얗게 달려와요.

 

내 잘려나간 머리털만큼

젖은 세월에 묻혀버린 그리움도

앙상한 아픈 뼈 감싸는

저 눈꽃으로 다가오는 아침

 

그리움을 잊기 위해

세상을 잊기 위해

내 육신도 조금씩 흔들리며 아파오는데

아직도

더 내다 말릴 삶의 누더기를 끌어안고

봄빛의 온기를 바라고 있답니다.

 

이 누대의 살아있음도 

生의 안녕이라 안부 밀어 보내요.

 

 

 

 

 

 



벚꽃 - 안희선



[김여진 앵커멘트]

문학 작품을 통해 재외동포들의 다양한 삶을 조망해 보는 '동포의 창' 시간입니다.

이번 작품은 캐나다에 살고 있는 동포작가 안희선 씨의 '벚꽃'입니다.

화창한 봄날, 아름다운 벚꽃과 함께 한 추억이 누구에게나 있을텐데요.

벚꽃에 대한 작가의 생각, 함께 감상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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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 안희선

겨우내 기다렸던 몸을 털고
선명하게 현신하는 하얀 그리움
해마다 봄이면 반복하는
사랑의 아픈 몸짓

사람들은 널 보고
그저 꽃놀이에 취한다만
네 안에 고여있는 눈물은 볼 수 없고
바람에 떨려나간 네 향기에도
끝내 소식 없는 님

뜬 세월 묻히는 땅을 향해
어느 날 일시에
가녀린 몸으로 가라앉아도
재회의 염원을 바람 부는 하늘에
하얗게 날리우며 몸을 던지니

사라지는 그 모습조차
기약없는 슬픔을 곱게 만들어
넋을 놓은 가지마다
다시 송글 맺히는 새파란 갈증




1           0
 
민들레 영토  |  2016-03-19 16:25         
0     0    

안시인님,
좋은 모습으로 다시 찾아주셨군요
.
부활, 이 시기에 죽은 듯한 나무들의
부동의 자세에서 봄꽃들의 재회를 봅니다
어떤 의미에선 인간의 생애보다
꽃 나무들의 재회의 염원을 실현하며 이어간다는 일에
커다란 감탄을 합니다.
그것도 해마다..

이 곳엔 없는 벗꽃그늘 아래
새파란 갈증을 시향으로 풀어놓아 주신작품에
머물다 갑니다

캘거리 시인님의 시가 방송을 타고
다가오니 반갑기 그지 없네요.
두루 감사합니다..

안희선  |  2016-03-20 00:10         
0     0    

생각해 보니..
YTN을 통해 약 10여편의 글이 방송으로 소개된 거 같습니다

위에 올리신 시인님의 작품을 감상하다가,
<봄의 엽서 - 그리움과 生의 안녕이란 안부>의 시 구절에
문득 제 졸시도 떠올라 올려봅니다

늘 건강하시옵고, 문운도 더욱 창성하심을
먼 곳에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조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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