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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엽서 ***
어디쯤에서
봄물 풀리는 풋풋한 내음이
응달 밑 잔설을 조금씩 긁어 내리며
3월에 내리던 샤갈의 마을 눈
진눈깨비 되어
분분한 몸짓 흔들리네요.
밤새 소리 없이 내린 눈
새벽 창을 통해 보면
죽은 듯한 나무들
기우는 푸른 달빛 속
시린 몸피 창백해
봄소식 아득한 북국 땅을
흰 목련 앞질러 새하얗게 달려와요.
내 잘려나간 머리털만큼
젖은 세월에 묻혀버린 그리움도
앙상한 아픈 뼈 감싸는
저 눈꽃으로 다가오는 아침
그리움을 잊기 위해
세상을 잊기 위해
내 육신도 조금씩 흔들리며 아파오는데
아직도
더 내다 말릴 삶의 누더기를 끌어안고
봄빛의 온기를 바라고 있답니다.
이 누대의 살아있음도
生의 안녕이라 안부 밀어 보내요.
벚꽃 - 안희선
문학 작품을 통해 재외동포들의 다양한 삶을 조망해 보는 '동포의 창' 시간입니다.
이번 작품은 캐나다에 살고 있는 동포작가 안희선 씨의 '벚꽃'입니다.
화창한 봄날, 아름다운 벚꽃과 함께 한 추억이 누구에게나 있을텐데요.
벚꽃에 대한 작가의 생각, 함께 감상해 보시죠!
벚꽃 / 안희선
겨우내 기다렸던 몸을 털고
선명하게 현신하는 하얀 그리움
해마다 봄이면 반복하는
사랑의 아픈 몸짓
사람들은 널 보고
그저 꽃놀이에 취한다만
네 안에 고여있는 눈물은 볼 수 없고
바람에 떨려나간 네 향기에도
끝내 소식 없는 님
뜬 세월 묻히는 땅을 향해
어느 날 일시에
가녀린 몸으로 가라앉아도
재회의 염원을 바람 부는 하늘에
하얗게 날리우며 몸을 던지니
사라지는 그 모습조차
기약없는 슬픔을 곱게 만들어
넋을 놓은 가지마다
다시 송글 맺히는 새파란 갈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