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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곤증
작성자 민들레 영토     게시물번호 9005 작성일 2016-03-25 23:45 조회수 2042

        

    춘곤증


고택에 들어 앉은 묵은 매화 송이들


바람 깃 여미다가


잎새 돋기전 속엣 말이나  쏟고 싶은 한 나절


봄빛에 말이나 섞자 싶어


늙은 나무 밑둥만큼한 나이들 몇 몇이 모여


손마디 휘여진 사이 사이


벙긋한 귀를 세우는데


긴 겨울의 허기 먼저 달랜 후


춘곤증 사이로 쏟아지는 하품에 입 벌린다


향기롭다는 매향 대신에

 

진한 아픔의 구취가 묻어나온다


한 평생 입 다물었던 내밀한 언어가


퀴퀴한 역물로 비집어 내는 통증의 신음들


봄 햇살 베고 누어 아주 오래도록

 

꽃잠 속에 들고 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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