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곤증
고택에 들어 앉은 묵은 매화 송이들
바람 깃 여미다가
잎새 돋기전 속엣 말이나 쏟고 싶은 한 나절
봄빛에 말이나 섞자 싶어
늙은 나무 밑둥만큼한 나이들 몇 몇이 모여
손마디 휘여진 사이 사이
벙긋한 귀를 세우는데
긴 겨울의 허기 먼저 달랜 후
춘곤증 사이로 쏟아지는 하품에 입 벌린다
향기롭다는 매향 대신에
진한 아픔의 구취가 묻어나온다
한 평생 입 다물었던 내밀한 언어가
퀴퀴한 역물로 비집어 내는 통증의 신음들
봄 햇살 베고 누어 아주 오래도록
꽃잠 속에 들고 싶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