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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곤증
고택에 들어 앉은 묵은 매화 송이들
바람 깃 여미다가
잎새 돋기전 속엣 말이나 쏟고 싶은 한 나절
봄빛에 말이나 섞자 싶어
늙은 나무 밑둥만큼한 나이들 몇 몇이 모여
손마디 휘여진 사이 사이
벙긋한 귀를 세우는데
긴 겨울의 허기 먼저 달랜 후
춘곤증 사이로 쏟아지는 하품에 입 벌린다
향기롭다는 매향 대신에
진한 아픔의 구취가 묻어나온다
한 평생 입 다물었던 내밀한 언어가
퀴퀴한 역물로 비집어 내는 통증의 신음들
봄 햇살에 누어 아주 오래도록
까무룩 꽃잠 속으로 들고 싶단다.
* 시를 읽고..
문득 제 졸시 하나도 떠올라 옮겨 봅니다
늘, 건강하시길요...존경하는 시인님,
- 먼 곳에서 올림
봄그늘 / 안희선
연두빛 세상은
또 하나의 꿈이런가
정녕 버리고 싶지 않은,
이 혼곤(昏困)한 잠의 평화
눈뜨면, 아지랑이 걷히고
빈 가슴 메우는 뼈저린 침묵
아, 사람들 가슴마다
출입금지의 팻말과 함께
무수히 둘러친 철조망
그러나 꿈인줄도 모르고
피어나는 꽃들
봄그늘 속에서,
그런 계절 - (꽃그늘 앨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