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달력
늘 한 자리에 꿈적않고 서서
계절을 견디며 풍상을 겪는 몸태로
내 침상위 창문너머 걸려 있는
몇 천겹살 숫자를 달고 있는
늙은 느릅나무,
이른 새벽마다 누운 자세로
하루를 살피는 시간
휘뿌연 새벽빛 걷히며
서서히 옥빛 하늘의 배경 사이로
오늘의 숫자를 읽어내다
달이 바뀐 4월의 휘어진 등걸너머
가지 끝 마디마다 속깊이 품었던
새들의 부리만한 촉수들
주둥이를 모아 삐죽이 혀를 내민다
한 날이 지나면
확대대는 문자의 크기들
주말엔 붉은 쟈킷을 걸치는 휴일도 없이
연두 연두 초록 초록, 진초록...
그렇게 한 철 푸르다가
때 되면 다 털어준 빈주머니에
철든 나이테를 챙기며
또 한 해의 세월을 몸에 감는
고령의 굽은 등
천세력 카렌다로 허공에 걸린채
사철 하늘이 내린 옷만을 입고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