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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달력
작성자 민들레 영토     게시물번호 9022 작성일 2016-04-08 22:03 조회수 2258
                                                               

                 나무 달력


늘 한 자리에 꿈적않고 서서

계절을 견디며 풍상을 겪는 몸태로

내 침상위 창문너머 걸려 있는

몇 천겹살 숫자를 달고 있는

늙은 느릅나무,


이른 새벽마다 누운 자세로

하루를 살피는 시간

휘뿌연 새벽빛 걷히며

서서히 옥빛 하늘의 배경 사이로

오늘의 숫자를 읽어내다


달이 바뀐 4월의 휘어진 등걸너머

가지 끝 마디마다 속깊이 품었던

새들의 부리만한 촉수들

주둥이를 모아 삐죽이 혀를 내민다


한 날이 지나면

확대대는 문자의 크기들

주말엔 붉은 쟈킷을 걸치는 휴일도 없이

연두 연두 초록 초록, 진초록...


그렇게 한 철 푸르다가

때 되면 다 털어준 빈주머니에

철든 나이테를 챙기며

또 한 해의 세월을 몸에 감는 

고령의 굽은 등

천세력 카렌다로 허공에 걸린채

사철 하늘이 내린 옷만을 입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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