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시에나 '아, 여기에 왔구나' 하는 확인감을 주는 장소가 있다.
때로는 상투적이기도 해서 한 번 가보곤 두 번 다시 찾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 도시에 갈 때마다 마치 의무를 수행하기라도 하듯 다시 찾게되는 장소도 있다.
싸르니아에게는 티케츠 붉은 조명계단이 그런 곳이다.
티케츠 붉은 조명계단에 오르면 적당한 고도에서 타임스퀘어를 조망할 수 있다.
티케츠 붉은 조명계단은 북쪽 광고타워 바로 앞에 있다.
삼성과 현대차 광고판이 있는 타워가 북쪽이다.
전 세계 맥카페 중에서 가장 장사가 잘 된다는 맨하튼 45 번가 맥카페 앞에는 항상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햄버거를 사려는 줄이 아니고 화장실에 가려는 사람들이 선 줄이다.
남자화장실 앞에 이렇게 줄을 길게 선 모습은 처음 본다.
이층 계단으로부터 내려오는 또 하나의 줄이 있다.
그 줄은 명절 귀성열차표 사려는 사람들 줄 만큼이나 길다.
무슨 명품할인매장이라도 있나 궁금해서 이층에 올라가보았다. 여자화장실이 이층에 있었다.
타임스퀘어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있다면 그것은 세 가지다.
첫째는 자동차들이 울려대는 경적소리
둘째는 경찰패트롤카와 구급차들이 울려대는 싸이렌 소리
셋째는 뉴요커들이 자주 하는 다음과 같은 같은 외침이다.
"KEEP MOVING !!"
"KEEP MOVING !!" 이라는 외침은 타임스퀘어 뿐 아니라 뉴욕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뉴요커들만의 정겨운 인삿말이다.
브루클린 브릿지에서도 들을 수 있고, 퀸즈 플러싱 중국거리에서도 들을 수 있다.
리를이태리에서도, 소호에서도, 미드타운에서도 이 외침은 어김없이 들려왔다.
누군가가 앞에서 느리게 걷고 있거나 갑자기 걸음을 멈출 때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하냐에 따라 여행자와 뉴요커를 구분할 수 있다.
"Excuse me" 한다면 그 사람은 여행자이고
"KEEP MOVING !!" (빨리빨리 움직여 !!") 한다면 뉴요커다.
있으나마나한 교통신호를 무시한 채 제각기 갈 길을 가려는 노란택시 운전사와 보행자들끼리 서로 건네는 인삿말도 다이내믹하다.
먼저 노란택시운전사들이 일제히 보행자들을 향해 "F- GET OUTTA HERE" (저리 꺼지세요 !!) 하고 인삿말을 건네면
보행자들은 1 초의 망설임도 없이 "F-U" (ㅈ까세요) 하고 화답을 한다.
브로드웨이와 맨하튼 42 번가, 그리고 7 번가가 교차하는 이 구역을 타임스퀘어라고 부른다. 정확하게는 Times Square. 이 곳에 본사가 있는 뉴욕타임스 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하루 3 백 만 명, 1 년에 10 억 명 이상이 이 구역을 통과한다. 1 년에 지구 인구의 6 분의 1 이 세 거리가 교차하는 타임스퀘어를 방문하는 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구역을 세계의 교차로, 또는 지구의 교차로라고 부른다.
뜬금없이, 지구의 교차로가 내려다 보이는 저 티케츠 븕은 조명계단이야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적합한 명상 장소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조용한 수도원 기도실에 들어가 혼자 기도나 명상을 한다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이 명상을 핑계로 틀림없이 코를 골며 잠을 잘거라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했었는데,
지구의 교차로에서 만나는 세계 모든 사람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티케츠 붉은 계단에 앉아 스타벅스 커피로 잠을 쫓으며 하는 이 명상이야말로 '내가 살아있는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최고의 명상이 아닐까 하는 믿음이 갔다.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