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山寺)
산등성마다,
구름처럼 퍼지는 안개비
눈 머문, 산사(山寺)의 윤곽은
느릿한 곡선을 그리고
저녁이 깔리는 깊은 요람엔
어디선가 묵향(墨香)을 닮아가는,
붓소리
문득, 가 닿는
오래된 미래의 그리움
이승의 꽃잎,
스스로 환해지는
꼭 다문 붉은 입술
신비한 꿈 속의
짙은 입맞춤
가슴 시린 경계(境界) 하나,
퍼질러 앉는다
- 안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