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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이 생각보다 한국언론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는 게 분명해보인다. 보도통제는 보도지침을 동원한 강제집행의 형태로 이루어진다기보다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그 사건과 결부된 디테일 중 잠재적 위험요소가 있는 부분에 대해 연계보도를 하지 말 것을 강요하는 국지적 형태로 집행되고 있다는 증거가 이정현 파문에서도 드러난 적이 있다.
작은 예로 성주사태 당시 발생한 황교안 국무총리 차량사고 뺑소니 도주사건이 보도라인에서 일제히 사라진 것도 같은 이유다. 작은 사례이긴 하지만 질이 좋지 않은 연계 디테일이기 때문에 보도통제나 준칙에서 걸러진 사례다.
사건의 겉으로만 드러난 주요담론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그 사건맥락의 향방과 본질을 뒤바꾸기에 충분한 디테일의 파편들은 무수히 많다. 이런 주요 디테일들이 사건보도의 맥락에서 함께 다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정부의 강력한 통제에도 그 원인이 있지만 스스로 알아서 기는 제도권 언론내부의 보도준칙에 더 크게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이 세상에 박근혜 정부가 사드배치를 사실상 수용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합리적 논리가 과연 존재할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코리아반도 사드배치 결정을 내린 후부터 한국정부가 이를 수용하기 까지 사건흐름를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이 문제를 둘러싸고 백악관과 한국정부가 이불 속에서 끊임없이 싸움박질을 해 온 정황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백악관이 박근혜 정부를 출범 초기부터 신뢰하지않았던 이유는 그 정부가 지극히 disorganized 하고 무능해서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하게는 자주 반항을 하며 펀치를 날리기도 해서 미국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이불밑에서 미국에 반항했던 이유는 물론 사드배치를 둘러싼 고강도 압력에 대한 빅근혜식 저항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근혜 대통령 개인은 바보일지 몰라도 외교안보라인의 테크노크라트들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아울러 국내외 최고급정보들을 3 년 넘게 다루어 온 박근혜 대통령을 여전히 바보라고만 생각하는 것도 잘못이다.
그들은 코리아반도 사드배치가 얼마나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매국적 외교-안보적 비행인지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었다. 백악관 역시 한국의 대북방어전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드배치가 한국국민들을 설득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정확하게 파악했기 때문에 2 년 이상의 세월을 끌며 도둑고양이처럼 슬금슬금 조심스럽게 접근했던 것이다.
한국의 대북방어전략과 관계가 없는 무기체계라는 것은 둘째 문제고, 미국군 사드포대의 코리아반도 유입 자체가 한국을 동아시아 강대국들의 가상적국이 아닌 실제적 적국으로 추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그들이 모를리 없었다. 그들은 2 년이나 부여된 긴 시간 동안에도 사드배치의 이유를 한국민들에게 설득할만한 그럴듯한 변명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동안 백악관과 박근혜 정부가 이불 밑에서 치열하게 주고받은 공방전은 한국언론에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한국정부의 보도통제와 언론내부의 보도준칙 때문일 것이다. 사건 차체만 개별적으로 보도되기는 했지만, 코리아반도 사드배치라는 큰 그림 안에서 한미정부간에 벌어졌던 공방전의 본질이 무엇인가가 설명된 적은 없다.
박근혜 정부가 백악관을 향해 날린 펀치 중 가장 강력했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극비작전계획 5015 를 언론에 폭로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미국을 크게 당황하게 만들었다. 미쳐버릴만큼 격노한 백악관은 노발대발하여 즉시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국군사령관으로 하여금 기밀유츨자와 그 배경을 극비리에 수사해서 보고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직통전화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워싱탄DC 고위당국자의 욕설과 상소리에 혼비백산한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사색이 되어 부랴부랴 한국군 합참의장과 국군기무사령관을 사령부로 불러들였었다.
미국측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가 백악관의 요구대로 책임자를 문책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기밀유출사건의 최종책임자는 국방부 장관인데 당시의 국방부장관 한민구가 아직까지 그 자리에 눌러 앉아 있는 걸로 봐서 박근혜 정부는 이 사건을 그냥 뭉개고 지나간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언젠가 싸르니아가 왜 5015 가 폭로되어서는 안되는 극비작전일 수밖에 없는가를 써 올린 적이 있는데, 그 때 그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면 다음과 같다. (내가 쓴 글이긴 하지만 인용은 인용이니 파란글씨로 처리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명령이 떨어지면 북코리아의 전략로케트군 미사일 기지들과 전쟁지휘부에 대한 대대적인 섬멸타격작전을 개시한다. 이 섬멸타격작전에는 B-2 와 B-52 등 전략폭격기들이 투입된다.
미국군 항모강습단이 도착할 때까지 한국군 지상군은 후퇴없이 기존 작전구역을 사수하는 시간벌기 작전을 수행한다. 현재 한반도 휴전선 남측에는 최서단에 주둔하고 있는 육군 보병 제 1 사단부터 최동단에 주둔하고 있는 육군 보병 제 12 사단에 이르기까지 총 11 개 사단 약 15 만 명의 병력이 포진하고 있다.
서부전선부터 동부전선까지 휴전선을 따라 주둔하고 있는 부대를 순서로 나열하면 제 1 사단- 제 9 사단- 제 25 사단- 제 28 사단 - 제 5 사단 - 제 6 사단 - 제 3 사단 - 제 15 사단 - 제 7 사단 - 제 15 사단 -제 21 사단 - 제 12 사단 순이다.
최전방에 위치하고 있는 11 개 사단 15 만 한국군 병력은 주한미국군이 원거리에서 해공군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북코리아군의 집중포화가 작렬하는 최전선에서 후퇴없는 죽음의 지상전을 수행해야 한다.
한국군 지상군이 엄청난 인명피해를 내면서 죽음의 지상전을 수행하며 진지를 사수하는동안 주한미국군은 북코리아 지역의 군사시설과 주요기지들을 파괴하고, 이때까지 후방에서 은인자중하고 있던 2 개 사단 규모의 한국군 전략육군이 미국군 태평양함대사령관 또는 연합사령관겸 주한미국군사령관의 지휘와 통제를 받으며 북코리아 지역으로 진격한다는 게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5015 작전지침의 일부다.
최후의 북진 지상전을 위해 남겨진 두 개의 한국군 부대는 맹호부대로 알려진 육군 수도기계화사단과 결전부대로 알려진 육군 보병 제 20 기계화사단이다. 맹호부대는 과거 베트남전에 파병됐었던 전력이 있다. 결전부대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진압부대로 악명을 떨친 부대이기도 하다. 두 부대 모두 한국군 최정예부대들이다.
작전개요는 분명하다. 한국군 지상군을 사석으로 삼아 시간을 벌자는 '미국군의 비겁한 작전계획'인 셈인데. 이런 민감한 작전내용이 한국군 고위간부에 의해 언론에 폭로되는 바람에 대대적으로 '개새끼'소리를 듣게 생겼으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어떻게 박근혜 정부를 믿을 수 있을까?
이런 박근혜 정권의 펀치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강력했던 백악관의 '박근혜 길들이기 해머펀치'는 록히드마틴사가 제작한 신형전투기의 핵심기술이전을 느닷없이 거부함으로써 한미일 동맹관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강등조치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한국사회에 팽배해 있는 대일민족감정까지 자극했는데, 미국측이 한국에는 이전을 거부하고 일본에는 이전해 주는 바람에 한국이 수 십 조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한국형전투기 개발사업에서 미보유 기술에 대한 운용 및 수리 협력을 일본에게 받으며 천문학적 액수의 운용과 수리와 관련된 기술협력비용을 일본에 가져다 바치게 만들었다는 점이 그것이다. (어처구니없게도 사드 역시 록히드마틴사 제품이니만큼 그 수모를 당하고서도 사드배치를 수용한 박근혜 정권이 쓸개가 빠졌다는 소리깨나 듣게 생겼다)
백악관은 박근혜 정권이 정신을 차릴 틈도 주지않고 지난 해 10 월 19 일에는 두 달 전에 있었던 한국군의 이른바 대북보복 자주포 사격사건에 대해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특별조사반을 편성해서 한국군을 일체 배제한 채 단독조사를 벌인 뒤 '북코리아군이 남측에 대고 사격 또는 보복을 가했다는 한국군 합참본부의 발표는 거짓말이었다는 놀라자빠질만한 발표를 일방적으로 하기에 이르렀다.
유엔사 발표를 최초로 입수한 경향신문이 단신으로 보도한 이 사건 역시 제도언론에 단신 이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역시 보도통제와 언론 내부의 보도준칙이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주한미국군 사령관이 코리아반도 사드배치를 최초로 언급한 2014 년 6 월 3 일 이후 지난 2 년 간 박근혜 정부와 백악관 사이에 벌어졌던 수 많은 괴상망칙한 갈등사건들 뒤에는 사드배치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는 점은 삼척동자도 파악할 수 있을만큼 분명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왜 이런 나름대로의 반미투쟁을 혼자 몰래 벌였던 것일까? 과연 그의 외로운 2 년 간의 반미항쟁은 싸르니아가 짝짝짝하고 박수라도 쳐 줄 만큼 대견한 것일까?
아무리봐도 박근혜 대통령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할 위인은 결코 아닌만큼, 그 이유는 다른 곳에 있을 것이다 짐작컨대 그는 백악관이 결정한 괌 군사기지 및 본토방어전략을 자신의 실력과 의지로 변경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일찌감치 알았을 것이다. 결국 그가 백악관에 굴복하여 수용에 동의할 것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그는 퇴임 후 '외국군대를 끌어들여 조국의 강토를 전화로 휩싸이게 한 민비' 라는 비난이 쏟아질 때 "나도 하는데 까지 할만큼 저항했어 !!" 라고 강변할 자료라도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의 반미운동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싸르니아가 짐작컨데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배치 수용공문에 최종 서명할 때 모르긴 몰라도 반드시 연도와 날짜를 서명 옆에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연도와 날짜를 기입하면서 그는 아마도 1979 년 12 월 13 일 새벽 다섯 시 정승화 체포 명령서에 서명했던 고 최규하 대통령을 떠 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는 속으로 이렇게 말 할 것이다.
"최 대통령은 열 시간 밖에 못 버텼지만 나는 2 년이나 바텼단 말이야 !!"
코리아반도 하늘 위로 몰려오는 저 불길한 먹구름의 정체를 짐작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변명 정도로 그 역사적 책임을 면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어림도 없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