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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믿는 대상이 아니라 삶의 요청이며 방식이다
작성자 늘봄     게시물번호 9247 작성일 2016-07-18 05:28 조회수 2235

하느님은 믿는 대상이 아니라 삶의 요청이고 방식이다. 즉 하느님은 인간이 살아가는 포월적(包越的) 실제(實際)이다. 우리 시대에 가장 중요한 사상가 켄 윌버는 우주진화의 본질을 '포함하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에 대해 ‘envelopment’ 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데이것을 번역하면 포월(包越)이며, ‘포함하면서 넘는다는 뜻이다. , 우주진화의 성격은 이전 것을 포함하면서 이를 뛰어넘어 보다 나은 새로움으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의 전통적인 신관은 삼층 세계관에 근거한 초월적 유신론 내지는 인간과 분리된 상대적 객체적 유신론이었다. 하나님은 언제나 이 세계에서 멀리 떨어진 타자, 초월자, 전능전능자 로 표현되었는데 이러한 고전적 유신론은 이제 더 이상 효력이 없다. 우주진화 세계관의 하느님은 세계에 대한 초월자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 세계와 함께 포용하면서 경계 넘어 진보해가는 포월적 하느님이다. 오늘날 초월이 아닌 포월적 진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현대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는 미세한 입자들에서 거대한 별들에 이르는 모든 계층들을 포함한다. 따라서 이 우주에서 하느님의 의미는 이와 같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우주진화 세계관에서 하느님이란 말은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을 포용한다는 뜻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하느님을 인간의 제한적인 언어로 묘사한다면 모든 것들을 사랑함’, ‘모든 것들을 이해함’, ‘모든 것들을 포용함’, ‘모든 고통들과 함께함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느님을 거대한 규모와 미세한 규모를 함께 포용하는 의미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나?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의 눈 앞에 펼쳐지는 실제적이고 전체적인 현실은 창조적이며 성스럽다. 여기에서 초자연적인 하느님은 필요없으며 오직 하느님이란 말의 심층적인 의미를 인식할뿐이다. 우리의 집 우주에는 소입자들이 원자들을 구성하고, 원자들이 분자들과 세포들과 유기체들을 구성하면서 규모와 복잡성이 확장되고, 공동체들을 이룬다. 거대한 은하계들은 작은 은하계들을 포함하고, 은하계들은 태양계들과 수많은 별들로 형성된다. 우주를 이루는 각각의 모든 개체들은 홀론(holon)이다. 홀론은 자신이 전체이며, 더 큰 전체의 개체인 계층구조를 드러낸다. 모든 계층들에서 각각의 홀론들(개체이며 전체, 전체이며 개체)은 고유의 창조성과 힘이 있다. 태초에 창조성이 출현한 우주의 실제적인 현실은 믿는 문제가 아니다. 이 체험적인 사실은 무신론자들과 종교적으로 보수적인 사람들이 인정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우주가 출현한 우주 이야기, 새로운 이야기, 위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인식하면 하느님이란 말의 심층적인 의미에 도달할 수 있다. 138억년 전 빅뱅으로 출현한 우주가 지금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현대인으로서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우주는 거짓이나 상상이 아닌 실제적인 현실(Reality)이며, 138억년의 우주진화 이야기는 실재적이다. 우주진화 세계관의 시각에서 하느님은 실재적(實在的)이지 않고, 오직 하나의 유일한 창조적 실제(實際)이다. 이 우주에서 하느님의 의미는 만물의 통합적 비전이기 때문에 만물과 분리될 수 없고, 만물에 내면화되어 있는 실제의 전체’(The Whole of Reality)이고, 모든 창조적 실제들을 포용하고 모든 경계선을 초월하는 궁극적인 실제’(Ultimate Reality)이다. 즉 하느님이란 말은 내재적인 의미이며, ‘경계 넘어의 실제를 뜻한다. 하느님은 인간의 내면으로부터 느끼고 깨달아 아는 경이로움과 신비스러움과 황홀함이며, 삼라만상에서 보편적으로 느끼고 깨달아 알 수 있다. 하느님이란 민족적 종교적 인종적 경계선을 그어 제한된 영역 안에 가둘 수 없고, 독점할 수도 없다. 하느님은 우주전체 즉 온우주(Kosmos)이다. 개체들이 모인 전체, 작은 전체들로 이루어진 더 큰 전체, 우주라는 하나의 전체가 하느님이다. 종교인들이 하느님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관념적으로 믿기 보다는 어떻게 실천적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가정과 사회와 세계의 어느 한 개체라도 소흘히 대해서도 안되며, 두려움과 사심을 버리고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하느님을 믿는다 는 말은 하느님의 의미를 퇴색시킬뿐이다. 하느님이란 인간의 삶의 요청이고, 깨달음의 길이고, 사는 방식이다. 하느님은 믿는 대상이 아니라 삶의 비전이다. 하느님은 자연의 법칙이 깨어지는 기적을 일으킨다고 속임수를 쓰는 마술사의 주술도 아니다. 따라서 하느님을 믿느냐 안믿느냐의 논쟁은 아무 의미가 없는 시간낭비이다. 그대신 어떻게 하느님이란 실제를 몸과 마음으로 살아 내느냐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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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  |  2016-07-1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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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언하자면, 하느님/하나님 이란 말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믿는다는 말보다 어떻게 사느냐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 개인과 가정과 인류사회를 위해 유익하다. 하느님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또는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고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대신 하느님을 믿는다 는 말을 사용할 때에는 다른 사람들을 이분법적으로 정죄하거나 업신여겨서는 안된다. 오히려 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대접받기 원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존중해야 한다. 사랑과 평화와 정의가 하느님이다. 이것들은 믿는 것이 아니라 사는 방식이다. 하느님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의 방식이다.

내사랑아프리카  |  2016-07-1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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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말꼬리 잡는다”라고 하실까 봐 그냥 정보같은 말씀 하나 드립니다.

사람마다 평가가 다르겠지만, 켄 윌버는 신종교 운동에 속한 뉴에이지 (New Age) 사상가 중에 한사람입니다. 그는 프리죠프 슈온 등의 전통주의 학파에 크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 전통주의 학파에는 슈온, 엘리아데, 조셉 캠벨 등이 속해 있습니다. 겉으로는 진보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보수적이며 다수는 파시스트 사상에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하죠. 이들은 모든 실재 배후에 하나의 통일성(unity)을 상정하고 있구요. 윌버 자신은 1948년 생이라 나찌즘과 연관되어 있지 않지만, 그의 정치사상은 나찌의 völkisch 사상을 드러낸다고 하죠. 또한 윌버의 사상의 뿌리는 모든 사상과 과학을 통합하려는 신지학(theosophy)으로 거슬러 올라가구요.

이에 더하여, 윌버의 생각은 과학, 영성, 진화론, 다른 모든 이론을 통합하려는 환원론이며, 그렇다 보니 그의 통합이론은 유사과학(pseudo-science)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를 긍정적으로 보자면, 윌버는 뉴 에이지 사상가 중에 가장 통합적이며 체계적인 사람이라고 합니다. 저는 늘봄님 역시 윌버나 다른 비의적 전통(esoteric tradtion)에 있는 사람들처럼 이런 사람들을 찾아 다니는 영적인 추구자(spiritual seeker)라는 생각이 들구요. 물론 늘봄님이 이런 사상의 한 켠에 꼭 드러맞지 않는다는 생각은 들지만, 제 짐작에 그렇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프리조프 카프라처럼, 종교와 과학을 통합하는 새로운 사상체계를 세우려는 뉴에이지 사상가는 늘 나오겠지만, 기존의 종교를 대체할 가능성은 거의 0%입니다. 종교적 전통 속에서 esoteric 전통은 늘 있어왔고, 늘봄님의 태도에서 보듯이 놀랄 일은 아니거니와 또 부정할 필요도 없죠. 왜냐하면 이런 뉴 에이지적 사상을 좋아하는 사람도 반드시 있기 때문입니다. 종교와 과학을 통합하려는 열정은 사라지지 않을테니까요.

우리가 엘리아데나 하이데거가 파시스트적 전력을 문제 삼아 낙인을 찍을 필요는 없지만, 박정희의 친일과 친공(뽈갱이) 전력을 문제 삼듯이, 고민은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오해한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 주세요. 저의 최종 전공은 신학은 아니고 New Religious Movements라는 것이어서 늘봄님의 이러한 뉴에이지 사상에 좀 관심이 있거든요. 감사합니다.

내사랑아프리카  |  2016-07-1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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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지만, 어느 블로그에서 켄 윌버는 지적 사기꾼이라고 하네요.

"I have read a number of Wilber's texts carefully, and I cannot avoid concluding that they prove conclusively that the man is, at least as far as he discusses subjects with which I am familiar, an intellectual fraud. Looking through Wilber’s attempts at philosophy, I find no evidence that he understands even the sort of basic philosophical concepts that undergraduates majoring in the subject learn. I certainly can't see that he has a grasp of key debates in philosophy over the past hundred years.

그리고 늘봄님이 인용하신 "holon"의 기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If Wilber is not part of contemporary philosophical discourse, where does he get his ideas from? Wilber seems to derive some of his ideas and much of his terminology - his talks of 'holons' and a 'holarchy', for instance - from Arthur Koestler, a man who was never a philosopher, and indeed never claimed to be. After suffering at the hands of Stalinists in the Spanish Civil War, Koestler won a reputation for his novels and his journalism, which warned of the dangers of authoritarian politics. As he got older, though, Koestler developed some very strange beliefs, which led to the gradual evaporation of his reputation. After taking large amounts of LSD, Koestler became obsessed with the occult. He wrote about ghosts and spent a lot of time holding glorified seances"

중략

"Wilber lifts his talk of holons and a holarchy from Koestler's 1967 book The Ghost in the Machine, which presented the 'discoveries' he arrived at in his drug-induced 'research' into the occult. This text was never taken seriously, and nowadays is read only as an insight into its author's disturbed psychology. Wilber and his followers seem to be the only people who appreciate Koestler's 'genius'."

출처: http://readingthemaps.blogspot.ca/2009/10/ken-wilber-pseudo-philosopher.html

켄 윌버에 대해서 더 탐험해 봐야겠지만, 토마스 아퀴나스, 한스 큉, 폴 틸리히 같은 서구 신학사상사의 한 획을 그은 사람들에 대한 정치한 공부대신, 이러한 전통을 잃고 새로운 것을 탐험한 나머지 일부 사람들은 그에 비슷한 것을 다 모으려는 열정으로 자신의 구미에 맞는 것을 찾아 다니지 않나 생각합니다. 가령, 지혜, 영지주의, 심층, 통합 등의 개념을 좋아하면서요.

종교사회학자 콜린 캠벨(Colin Campbell)은 이런 성향을 "The Cultic Milieu"라고 합니다. 이 말을 번역하기 힘들 긴 한데, "신종교환경"으로 쉽게 번역할 수 있지만, 제가 볼 때, "영성환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성상황이란 하나의 영역(zone)으로서 서로 비슷한 사람들끼리 자기들의 구미에 맞는 것을 찾아 나서기 때문에 형성되는 문화를 일컫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고딕문화를 어느 신종교학자 매시모 인토로빈(Massimo Introvigne)은 이것을 "the Gothic milieu"라고 합니다. 제 눈에는 캔 윌버에서 늘봄님에 이르기까지 이런 영성환경이 많이 반사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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