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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그대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9283 작성일 2016-07-28 12:34 조회수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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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1.
뭐라고 말을 한다는 것은
참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손목을 쥔 채
그냥 더워오는 우리들의 체온

내 손바닥에
점 찍힌 하나의 슬픔이 있을 때
벌판을 적시는 강물처럼
폭 넓은 슬픔으로 오히려
다사로운 그대

2.
이만치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내가 그대를 부른다
그대가 또한 나를 부른다

멀어질 수도 없는
가까워질 수도 없는
이 엄연한 사랑의 거리 앞에서
나의 울음은 참회와 같다

3.
제야의 촛불처럼
나 혼자
황홀히 켜졌다간
꺼져 버리고 싶다

외로움이란
내가 그대에게
그대가 나에게
서로 등을 기대고 울고 있는 것이다.



                                                           - 이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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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炯基 (1933 ~ 2005)

경남 진주 출생.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연합신문> <동양통신>
<서울신문> 기자 및 <대한일보> 정치부장·문화부장, <국제신문>
편집국장 등을 거쳐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1950년 고등학생 때 <문예>에 시 《비오는 날》이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한국문학가협회상(1956), 문교부문예상(1966), 한국시인협회상(1978),
부산시문화상(1983), 대한민국문화상(1990) 등의 상을 수상하였으며,
1999년 제44회 대한민국예술원상 문학부문상을 수상하였다.
그의 시세계는 생의 허무를 내면화시켜 담담하게 대하는 시기와
존재의 허무를 표면화하는 시기, 그리고 비로소 안정을 찾는 시기의
세 시기로 나눌 수 있겠다.
대표작으로는 시, '落花'가 있다.
시집으로 《해 넘어 가기 전의 기도(공저)》 《정막강산》 《돌베개의 시》
《풍선 심장》 《알시몬의 배》 《절벽》 《존재하는 않는 나무》 등이,
평론집 《감성의 논리》 《자하산의 청노루》 《시와 언어》 등이 있다.




<감상 & 생각>

이형기 시인의 시편들에선...

항상 그 어떤 근원적 외로움이
주조(主調)를 이루고 있음을 엿보게 된다.

그러면서도,
기다림과 그리움의 정서적 색채와 더불어
비어있는 마음의 여백을 채워주는
내밀(內密)한 존재를 만나게 된다.

시에서 말해지는 그대는...

존재의 내적(內的) 허정(虛靜)의 자리에 고요히 자리하는,
근원적 그리움이 아닐까.

하지만,
현실에서는 통어(統御)될 수 없는 절망 같은 그리움.

그 같은 관조(觀照)의 끝에 남겨지는, 비애로운 외로움.


정말, 그건 내가 그대에게
그대가 나에게
서로 등을 기대고 울고 있는 것임을...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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