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토 호수에서
숨차게 바닥을 기어가는
명산(로키)의 바퀴 달린 딱정벌레들
오월의 검푸른 솔잎 끝에
새순 향내를 거머쥔 산기슭을 지나며
수심 품은 물가에 닿았다
가만히 물소리 재워놓은
산 그림자의 침묵 아래
거대한 새 한마리 등고선을 타고 오르다
까마득한 산봉우리에 부디쳐
몸통체 부리 박힌 흔적
갈퀴발 다리 한 짝 수면에 걸친 채
천년 물색 고르는 호수
계절마다
해와 달의 가슴 빛을 긁어 내어
윤슬*로 흩어지는 사금파리 조각들
잔 알갱이 코발트빛 청람*에
은비늘로 던져놓고
물 풍덩 빛 고운 물가에
나도 다리 한 짝쯤 걸쳐놓고
이승을 마쳐
천 천년 저 빛에 잠기었으면,
*윤슬=달빛이나 햇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 물결
*청람=푸른 빛을 띤 남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