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
못난 구로공단 순이 얼굴 같다던
저 꽃
이른 새벽 뒤뜰 여기 저기 꽃등 밝혔네
햇등보다 더 밝게
수줍긴,
그래 부끄럼 많은 그 애 얼굴처럼
너른 잎새 아래 도도히 올리지 못한 꽃대 숨어서
배시시 웃는 조선 여인의 태(態)로
화르락 피어 고운 날을
몇 날 누리지 못한 영화
꾹 다문 입술 안으로 다스려
만색(萬色)의 명품감은 사치에서
돌아 앉은 자리
내면 그득 길어 올린 녹색 우주의 실체만을 부여안고
응집하는 집요한 고집으로
이른 아침 꽃진 자리
노란 자궁속 벗어난
푸른 핏줄 연한 살갗으로
덩이 덩이 출산의 기쁨을
끙끙 밀어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