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천공(天空)을 돌아
가을 마당에 떨어진 달그림자가
아득한 날에 쫄깃한 맛의 기억들을 쓸어모아
가슴을 밀고 올라오는
달덩이 같은 그리움을 토해내는 저녁
바람은 한 해의 생성(生成)을 마무리 해놓고
넉넉한 열매들의 향기를 날립니다.
더도 덜도 아닌
요만큼의 풍요를 원하는
낮은 자들의 구미(口味)가
송편 한 접시에 토란국 한 사발이
울커덕 목젓을 넘기던 시절
달의 몸에서 퍼져 나오는 월광(月光)은
여전한데
지금 우리는 그 빛 반쯤 받아쥐고
그 저녁 달빛 뭉개버린
자본주의 욕심속에 허기져 있나요
매캐한 나무연기 청보라빛 달빛아래
강강수월래 흔들리던 치마폭이
맥없이 그리운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