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강을 건너지 마오 *
아직 가을이 머물고 있는 마당 한 켠
키 큰 미루나무 갈 바람에
흔들릴 때 마다
친구의
소식은 간간히 잎새 소리처럼
쿨럭이는 목감기 같고
피식 웃어 보이는 맑은 입속
반짝임을 들어내는 이빨 같았어
지금 쯤 노란 햇살을 움켜쥔
아기 손바닥같은 잎들의 손
놀림에
하늘에 떠 있는 낮
별처럼 빛을 보태는 모습,
아직은 아직은 살아갈 날수를
베어낼 수 없이 그토록 많은
시간 쌓여 있는데
이 가을
아픔의 강을 건너는 친구여,
그대 혼이 무서운 고뇌와 외로운 시간 속으로
헤엄치고 있을 때
나 또한 마음 무너져 내리는
슬픔 견딜 수 없어
그 분의
섭리를 고개 저었지.
여늬
가을마다
수많은 인연과의
이별을
내 앞에 앞질러
놓은 처절한 절망이
노랗게
창백한 아픔으로 흘러내리는 이 계절
그 흔들림의 손짓이여
안녕이란 인사를 안겨 주어도
내 앞
그림자로 보낼 수 없으리
세상과 시를 사랑하던 친구여
부디 흔들림 없는 견고한
모습으로 발길 돌려
아직은 아직은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영화 "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제목을 캡쳐하였음.
2016 10 06 사경을 헤메는 아픈 친구를 위하여
사랑하고 아끼던 문우 <박영미 시인>
2016년 시월 21일 저녁에
하느님의 부름을 받아
그 강을 건너 소천 하셨습니다.
다시 한번 이 시를 올리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