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심각한 뉴스도 들린다.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가 미합중국연방에서 탈퇴해 독립을 선언하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오늘 꼭두새벽부터 선거결과에 대한 대규모 불복시위가 일어나더니 반나절도 안되어 연방탈퇴 독립운동 이야기로 발전했다.
이웃나라에서 밤 사이 무슨 난리가 벌어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미국신문들부터 열어봤다. 먼저 선거결과를 주별 인종별 나이별 교육수준별로 검색해 봤다. 우선 40 대 이하는 클린턴에게 투표했고 50 대 이상은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언론이 예전부터 했던 예측이 맞은 건 딱 이거 하나다.
나머지는 모두 틀렸다. 백인종들은 거의 전부 트럼프에게 투표하고 소수인종들은 거의 전부 클린턴에게 투표한 줄 알았더니 결과는 그게 아니었다. 백인종들은 58 퍼센트가 트럼프에게 투표했고 흑인종을 제외한 소수인종은 약 30 퍼센트 정도가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소수인종 중 아시아계는 30 퍼센트가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히스패닉계는 트럼프 막말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역시 30 퍼센트 가까운 유권자들이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흑인종 아시아인종 히스패닉인종이 아닌 다른 소수인종은 주로 중동계, 즉 모슬렘들인데 이들은 무려 37 퍼센트가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트럼프에게 투표할 사람들은 모두 무식한 백인 하류층이라더니 유식한 백인 중산층도 비슷한 비율로 트럼프를 찍었다. 무식과 유식이 투표성향이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랬는지는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하고, 일단 배가 고프니까 간단히 딱 한 가지만 골라 이야기하면,,
미국의 압도적인 다수 언론들이 그동안 이 선거의 구도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언론이 트럼프의 인종관을 표적으로 집중공격했는데 나타난 결과는 아주 이상하다. 그러고보니 트럼프가 멕시칸 불법이민자들과 국내 불법체류자 문제를 막말 형태로 내뱉으면서도 불법이민 차단조치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계층이 기존의 합법적 status 를 획득한 이민자들이라는 식으로 소수인종을 향해 끊임없이 설득하고 다녔다는 사실은 거의 또는 전혀 보도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진보진영의 뉴욕타임스에서부터 보수진영의 월스트리트 저널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언론이 지난 1 년 동안 내 기억으로는 단 한 번도 트럼프의 당선가능성을 언급한 적이 없다. 오늘 그들은 shy Trump voters 에 속았다는 변명을 하고 있다. 이제와서까지 이 따위 거짓말을 하는 건 옳지 않다. 언론이 그런 잘못된 자세를 견지하고 거짓말을 계속하면 결국 월 스트리트와 실리콘 밸리와 위싱턴 정가를 장악한 미국판 엘리트 커넥션에 지배를 받아온 '주구집단'라는 욕을 얻어먹어도 변명할 말이 없게된다.
오늘 세상은 바뀌었다. 조직도 탄탄하고 유서도 깊은 강고한 엘리트 집단이, 별로 조직된 것 같지도 않고 이해관계도 제각각인 시민집단의 저항에 완패한 것이다. 누가 뭐래도 이런 오늘 선거결과의 의미와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싸르니아는 개인적으로 트럼프 진영의 가치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따라서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의 연방탈퇴 독립운동에 공감이 가고 지지를 보낼 수도 있겠다. 언제나 그래왔던 거지만, 대통령이 누가되든 미국 내부에 끼치는 영향은 그넘이 그년이라는 식으로 별로 크지않다.
문제는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는 대외정책이다. 트럼프 진영의 가장 강력한 공격무기가 아시아 공업국가들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할만한 부분이다. 지금까지 지껄인 소리로봐서는 외교문제에는 일자무식인것이 틀림없는 트럼프 진영이 북코리아와 이란에 대해 최순실같은 엉뚱한 인간의 조언을 받고 어떤 군사적 조치를 취할지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이와 관련하여 트럼프가 지금까지 대선과정에서는 내놓지 않은 경천동지할 어젠다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내용은 아직 나도 모른다.
오늘 낮에 오바마가 남긴 말이 기억에 남는다.
"...... regardless of which side you were on in the election, regardless of whether your candidate won or lost, the sun would come up in the morning."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의 태양은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