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마라 놀라지 마라. 성경의 한구절이 아닙니다. 그제 저녁에 벌어진 미국 대통령 선거 참상에 적잖이 놀랐을
많은 사람들,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들에게 오늘 아침 제가 해준 말입니다.
세계인들의 놀라움과 두려움
그리고 기쁨과 환호 역시 어디에서 기인할까요? 비록 남의 나라 대통령 선거이지만
그 나라의 위세가
하도 등등해서 어떤 사람이 최고 권력자가 되는가에 따라 우리에게 미칠 영향이 작지 않기에
모두가 일희일비하는
것이지만
특별히, 놀랍고 두려운 느낌을 넘어 우울하고 절망스러운 감정마저 드는 기저에는
같은 인류집단에 속한
존재로서 어떻게 저렇게 비도덕적이며
처참한 인종주의자인데다 성차별주의자이며
지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천박한 쾌락주의자를
인류 대표중의 하나로 뽑을 수 있는지에 대한 수치심과
깊은 자괴감 때문이 아니겠는지요.
이 선거를 보고 일차적으로 두려움과 놀라움에 몸을
파르르 떠는 것은 '선한 세계'가 무너질지도 모르는 것에 대한
전인류적인 상실감, 비록 내나라는 아닐지언정 저런
수준미달의 인간이 세계최강의 지도자로 뽑힐 수 있다는
것이
주는 인간적 비애때문일겁니다.
(박근혜가 당선되는 것을 보고 느꼈던 그것)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동안 미국이라는
나라를 필요이상으로 지나치게 의식해온 것이 아닌가하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사실 기본적으로 이것은 미국의 문제입니다. 그들도
이제 헬아메리카의 된맛을 보게될지도
모르는 거죠. 그리고 몰락해도 미국이 망하는 것이며 물론 우리도
따라 힘들 수 도 있지만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당연히 우리의 선택과 대응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겠지만.
문제는 그동안 반미든 친미든 우리는 미국이란 나라에
지나치게 밀착해왔다는 것입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와같은 의존적 밀착구조를 깨트리려한 정치인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탈미.그것입니다.
이번 선거는 기존의 공화 민주 양당의 배틀 구도에 금이간
모습을 보였습니다. 공화당 지도부가 후보를 배척하고
상당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탈하였습니다. 누가 누구를 지지하는지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구조였다고나할까요.
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시각은 4년마다 남북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옛날 엄청난 인명피해를 낸 실제 남북전쟁이후 매 4년마다 총성없는 내전이 일어난다는 것이죠.
그 옛날 남북전쟁은 바로 이와같은 북부 도시자본가들의
이익 구조에 반기를 든 남부 촌놈들의 저항이자
투쟁이었습니다.
당시 대통령은 아는대로 공화당의 링컨이었습니다.
남북전쟁 당시 남부는 연방탈퇴를 기치로 고립주의로
나아갔지만 결국 영토확장과 연방주의, 유럽과의 교역확대를
목표로 내건 북부 공화당에 참패를 하고 맙니다. 그리고
미국은 이후 폭풍성장을 이루어내어 세계최강국으로 발돋움했죠.
그런데 이 번에는 같은 공화당 주자로 나온 인물이,
그것도 부동산으로 땀없는 돈을 번 자가 극우적인 고립주의를 표방하며 신자유주의와 북부 및 서부 금융자본에 의해 몰락해온
중남부 백인 하층민의 절대적 지지를 업고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입니다.
즉 이번 선거는 여전히 남북이 철저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이전과 달리 북부 자본의 이단아가 파고든
노림수에 의해 남부 고립주의가 승리를 거두었다는 점에서 이전과 달리 미국은 대내외적으로 보아 망하는 길로 접어들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같습니다.
그동안 영미자본이 지배해온 세계 금융자본주의 질서가
브렉시트로 일차 파열음을 내었고 이번의 최강 고립주의자
대통령으로 인해 미국의 힘은 매우 약해질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예상치 못한 결과는 사실 민주당이 민주당 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온 때문이기도 합니다. 동성애 낙태 이민같은 이슈를 제하고는
특히, 자본 이익과의 결탁에 관한한 공화당과 차별성이 없어진 것이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탈을 초래한 것이죠.
노암촘스키나 마이클 무어같은 사람들이 그렇게 우려하며 끊임없이경고해왔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촘스키나 무어가 지키고자한 미국 역시 근본적으로는
크게 다를바 없는 바로 그 미국입니다. 그들은 다소
수정된
미국으로 여전히 미국의 가치, 즉 세계중심국가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자한 미국주의자입니다.
이제 그 미국주의가 힘을 다하는 때가 오고 있습니다.
한 미치광이 함량 미달의 무자격자가 미국의 지도자가
되는
순간 세계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기회를 부여받았습니다.
이런 결과는 세계의 진보세력이나 그동안 미국과 이해를
같이해온 나라들 중 특히 아시아, 남미의 잠용들에게는
진실로 놀랍고도 진취적인 도전의 기회입니다.
등권의 시대가 와야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의 리더쉽은
아시아에서 발휘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국이 고립주의로 나간다는것은
북미간 대립을 종식한다는 의미이며 극동의 긴장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선거 최대 수혜자 푸틴이 있지만 그들의 형편없는
공업력은 아시아 삼국과 비교할 수준이 결코 못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브렉시트이후 확고한 지위를 다져갈 독일이 그나마
새로운 질서의 리더쉽 중 하나로 떠오르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 어쩌면 유사이래 최대의 기회가 오는지도 모릅니다.
이번 박근혜 게이트를 잘 활용하여 바르고 진보적인 정권을 세워 그 기회를 살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