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칼럼니스트들의 장점은 사람 웃기는 재주가 저 마다 다양하면서도 탁월하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 윤창원 씨가 대상(大賞)감이다. 그가 뒤늦게 나타나 뜬금없이 미네르바에게 분통을 터뜨린 이유란 딴 게 아니다. 얼마 전 미네르바가 자기를 가리켜 ‘또라이’ 라고 호칭한 데 대해 분풀이를 하기 위해서다.
윤 교수는 작년 여름 어느 경제신문에 칼럼을 썼는데 ‘환율이 오르면 물가상승의 고통은 있지만 수출에 좋다’ 는 원론적인 내용의 글로 만수네 고환율 정책을 칭송하다가 미 선생에게 ‘또라이’라는 ‘단순하고 과격하고 천박한 상소리’를 들었다고 일러 바친다. 이제까지 꾹꾹 눌러 참고 있다가 그가 공고-전문대 출신에 무직자라는 소리를 듣고 그 꾹꾹 눌러 두었다는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한 모양이다. 칼럼에다 개발쇠발 써 놓은 내용에 따르면 ‘또라이’ 소리를 들은 그 날 밤, 모욕감에 못 이겨 포장마차에서 술을 한 잔 걸쳤는데 경제학 용어로 외부불경제라 부르는 이 비용을 아직 보상 받지 못했단다.
그는 미네르바를 가리켜 NEET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족 이며 둥지족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 의존하는 젊은 세대를 비꼬는 단어)이라고 비하한다. 이런 젊은이들이 사회에 잘 적응하고 정상적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이번 사건이 잘 일깨워 줬단다.
그는 경영학자이고 스스로는 경제학자라면서도 자신의 칼럼 (고등학교 3 학년짜리도 쓸 수 있는 수준의 이런 원론적인 글을 쓰는데 왜 경영학자 칼럼니스트가 동원됐는지는 잘 모르겠다)이 왜 미네르바로부터 비판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일체 설명이 없다. 딱 한 가지 10 월에 그토록 환율이 널뛰기하면서 상승을 하는 바람에 10 월 이후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섰으니 ‘환율이 오르면 수출에 유리하다’는 자신의 논리가 맞았다는 자화자찬은 빼 놓지 않았다. 독자를 바보로 아는지 아니면 스스로가 바보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대한민국에서 왜 전업 개그맨들이 굶어 죽지 않는지 의아한 생각이 다 들 정도다.
미 선생이 니트족이며 둥지족인 것과 460 쪽에 이르는 그의 경제동향분석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건지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다. 가장 중요하게는 스스로 일컫기를 교수이며 전문가라는 그가 보기에 미 선생이 한 예측과 결론에 동원된 자료 선택과 분석과정이 과연 합당했는지 여부에 대한 ‘전문가’로서의 비판이라는 건 아예 눈을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 가 없다.
아마츄어 무직자는 짜집기든 퍼즐 맞추기든 통계와 자료를 들이대고 100 여 차례에 걸쳐 거의 정확한 예측을 해 왔는데 이 분야의 전문가는 off line의 아까운 지면에다 ‘분통이 터져 포장마차에서 술 퍼 마신 이야기를 늘어놓고는 (학자들이) 조용히 식사할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게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조용히 식사할 권리’가 무슨 이야기냐고?
내가 깜박했는데 이 사람은 칼럼에서 미네르바를 가리켜 손님이 앉아 식사하는 식당에서 철없이 뛰어다니면서 국그릇을 엎고 젓가락을 집어 던지는 철부지 어린아이로 비유했다. 그리고 미네르바의 구속을 비난하는 여론을 가리켜 ‘아이 기 세워 준다고 야단치지 않는 그 아이 부모 같단다.
그래, 사과할 께. 밥 먹는 거 방해해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