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여년 전, 내가 캐나다연합교회의 앨버타 연회에 속한 레드디어 노회장을 지낼 때의 이야기를 소개하겠다. 어느 해 쓰리힐즈 연합교회에서 정기노회가 열리고 있었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동료 목회자들과 함께 동네 식당에 갔다. 주문을 기다리며 메뉴판을 보고 있던 우리에게 다가 온 식당 여주인은 먼저 주문을 받기도 전에 우리에게 ‘당신들은 구원받았습니까?’ 라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쓰리힐즈가 바이블벨트로 소문난 동네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우리들은 그다지 놀랄 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캐나다연합교회의 안수목사들인데 이런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는 것에 어이가 없어 서로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이상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 볼 뿐이었다. 그런데 요즘 누군가로부터 이와 비슷한 질문으로 생각되는 ‘교회 나갑니까?’ 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특별한 교회에 나가고 있는 데, 이 교회는 나의 신학과 신앙에 맞는다. 그렇다고 일 년 열 두 달 매 주일 나가지는 않는다. 이 교회는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믿지 않으며,성서를 문자적으로 읽지 않으며, 동성애자들을 이성애자들과 동등하게 대하며,자연과 생태계와 다른 생명들을 인간의 생명과 동일하게 대하며, 삼층 세계관을 버리고 우주진화 세계관을 인식하며, 하느님은 물질적이고 인격적이고 하늘 위에 있는 존재가 아니고, 하느님이란 말의 의미는 사랑, 정의 평화, 평등,자유라고 인식하며 이것을 세속적인 세상 속에서 평범한 삶을 통해 살아내려고 노력하는 그런 교회이다.
교회를 나가느냐 안나가느냐 가 그렇게도
중요한가? 중요하다면
무엇때문에 중요한가? 교회 안나가면 하느님의 징벌을 받고 나가면 축복을 받는가? 그렇지 않다. 교회 나가는 것이 기독교인의 신분증인가? 그렇지 않다. 기독교인의 정체성은 역사적 예수의 정신에 따라 예수처럼 사는 것일뿐이다.
구원론이니 축복론이니 내세론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믿음체계가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상업적인 수단이고,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한 정치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이런 수단들이 종교,
신학, 신앙, 믿음을 너무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었다.
21세기의 종교와 신앙의 핵심은 Simplicity(간소함)와 Minimalism(덜 가짐)를 살아 내는 것이다. 이것은 역사적 예수의 정신이고, 현대 기독교인의 신앙과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