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그대
귀닫고 눈 감은 채
한 길 땅속 부동으로 누은 몸
편안 한지요
자유 한지요
조용 한지요
그대 떠난 이 땅은 질박한 삶의 소요가
너무도 시끄럽고 너저분 하네요
부르지 않아도 시간은 다가오고
떠밀지 않아도 세월은 살같이 빠르군요
가을빛 등지고 떠난 그대 너머
양력의 햇살로 한 해 넘기고
오늘 음력 설날
온 종일 신났던 우리의 어린 시절
먼 조국땅의 명절도 아무런 감흥 없이
뜨끈한 떡국 한 그릇으로 묵은 해를 보냈어요
다시
몇 몇일 질긴 눈발 날린 후엔
봄볕 쏟아지겠지요
그 볕에 등 간지러워
흙더미 밀고 올라오는 작은 풀씨
그대 좋아하던 제비꽃 이름 달고
가장 빠른 걸음으로
겸손하던 낮은 몸매로 오시려는지요
나도 허리 내려
조신한 눈길로 살필께요
우리 그리운 마음 그렇게 만나요
어서 봄이 오길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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