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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담뱃값 인하했던 캐나다의 후회
작성자 운영팀     게시물번호 9805 작성일 2017-02-03 08:45 조회수 2267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02/2017020203133.html


현 정부가 2년 전 담뱃값을 2000원 올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담뱃값을 올린 것은 2004년 말 고(故)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때였다. 김 전 장관은 당시 2000원에서 500원 올리면서 담뱃값을 지속적으로 인상해 성인 남성 흡연율을 30%까지 낮추려 했다. 그는 담뱃값을 한 번 인상하는 데 그친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일부 대선 주자가 담뱃값 인하 입장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듣고 '설마'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대담집을 보니 "담배는 서민들 시름과 애환을 달래주는 도구이기도 한데, 박근혜 정권이 빼앗아갔다"며 "담뱃값은 물론 서민들에게 부담 주는 간접세는 내려야…"라고 돼 있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얼마 전 페이스북에 '탐관오리 수탈 다름없는 담뱃값…인하해야'라는 글을 올렸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도 지난 31일 당 회의에서 "설 명절 지역구에 갔더니 담뱃값 인상 얘기를 많이 하더라"며 대폭 인하를 주장했다.

현 정부가 2년 전 담뱃값을 2000원이나 올린 것은 '증세 없는 복지'로 세수가 부족해지자 세금을 더 걷으려는 목적이 가장 컸을 것이다. 담뱃값 인상을 노래 부르듯 주장해온 보건복지부도 기획재정부가 2000원 인상을 수용하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실제 담뱃값 인상으로 지난해 세수는 5조원 이상 더 걷혔다.

/조선일보 DB
그러나 "담뱃값 인상은 세계적 흐름이고 금연 효과도 뚜렷한 정책"(금연 단체들)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청소년과 저소득 근로자 흡연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는 수두룩하다.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2015년 중·고생 흡연율은 남학생이 11.9%로 전년 대비 2.1%포인트, 여학생은 3.2%로 0.8%포인트 떨어졌다. 김근태 전 장관도 '담배가 서민 애환을 달래주는 도구이기도 한' 것을 몰라서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건 전문가들에게 주요 선진국에서 담뱃값을 내린 사례가 있는지 문의해 보았다. 대부분 담뱃값 인상 폭을 놓고 다투었지, 인하 여부가 쟁점인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딱 한 건 있었다고 했다.

캐나다는 금연 유도를 위해 1980~1993년 14년 사이 담뱃세를 무려 600% 인상했다. 그러자 미국과 담뱃값이 5배까지 차이 나면서 접경지역인 퀘벡·온타리오주를 중심으로 담배 밀수가 성행했다. 이에 캐나다 정부와 주(州) 정부들은 1994년 2월 담뱃세를 각각 50% 넘게 인하했다. 그러자 담배 밀수는 확 줄었지만 담배 판매량이 급증했다. 그해 하반기에만 51% 증가했다. 가장 큰 문제는 담뱃값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청소년 흡연율이 큰 폭 상승한 것이었다. 놀란 캐나다 정부는 2002년까지 다시 담뱃세를 1994년의 3배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담뱃값을 올리고 내리는 것은 사드나 개성공단, 법인세 인상 같은 이슈에 비해 작은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이슈에 접근하는 자세, 즉 일시적인 인기에 영합해 큰 원칙을 저버리는 것은 아닌지, 이슈의 핵심을 보고 부작용도 고려해 판단하는지 등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다행히 아직 대선 주자들이 담뱃값 인하를 공약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국내외 가리지 않고 황당한 일이 많은 시절이라 이번엔 우리나라가 담뱃값 인하로 망신당하지는 않을지 조마조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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