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초 독재유신정치가 극에 달했을 때, 옛날 서울 문리대 앞의 어느 조그만 카페에 옹기종기 둘러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조용히(미행하는 사복형사들의 눈을 피해) 김민기의 노래들을 부르며 답답한 가슴을 달래던 때를 회상합니다. 민기는 경기고등학교 친구들의 소개로 카페에서 만난 적이 있는 데, 민기가 작곡한 곡들 중에 '친구'는 지금도 속으로 흥얼거리는 노래입니다. 옛 시절을 회상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제 박근혜가 물러갔으니 젊은 세대들은 다시는 나라와 국민들의 아픈 가슴을 위로하는 (슬픈) 노래들을 부르지 않게 되기를 소원합니다.
좋은 노래를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존경하는 장일순 선생님은 군사독재정부 시절 박정희에 항거하면서 많은 해를 감옥에서 지냈습니다. '좁쌀 한알 장일순' (최성현 저) 이란 책에 보면 김민기가 원주에 살고 있던 장 선생님을 자주 찾아 뵙다고 합니다. 장 선생님의 많은 이야기들 중에 '아픔(고통)이 너의 선생이 되도록 해라' 는 말이 있습니다. 아마 선생님께서 민기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민기는 그래서 많은 노래들을 작곡했고, 그것 때문에 정부의 탄압으로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나의 아픔이 나의 선생이 되어 살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다른 사람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는 삶을 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이것이 저의 기독교인 신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