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에 가기 위해 이동하는 것도 엄연히 여행의 한 부분이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며 시계만 들여다보고 간다면 장거리 이동과정 자체가 즐거움이 아니라 고역으로 변할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동과정에서 기쁨대신 지루함만 느끼는 사람이라면 목적지에 도착해 본들 별로 기쁨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창밖으로 볼거리가 없는 비행기 여행의 특성상 이동과정에서 즐거움을 찾기가 참 어렵다.
가끔 맑게 개인 날 눈덮인 산악지대와 얼음조각들로 뒤덮힌 북극해 상공을 지날 때 탄성이 나올 때도 있지만, 그건 아주 드문 경우다.
열 세 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이 지루한 고역의 시간으로만 기억되지 않도록 나름대로 맘의 준비를 하곤 한다.
어떤 사람들은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면 비행기 여행이 즐거울거라는 상상을 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비행 자체를 즐길 맘의 여유가 없다면 비즈니스 할애비를 타고 가도 비행이 즐겁지 않다.
문제는 어느 클래스에서 여행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비행하느냐다.
요새는 웹체크인을 하기 때문에 카운터에서 직원을 만날 일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습관처럼 좌석예약상황을 체크하고 옆자리가 비어있는지 여부를 카운터 직원으로부터 직접 확인한다.
어느 글에 보니까 옆자리에 멋진 이성 승객이 앉아있어서 '이게 웬 떡이냐" 했다는데,
과거 싸르니아가 생각했던 진정한 떡은 '아무도 앉아있지 않은 빈자리'였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옆자리가 비면 비는대로, 누가 앉아 있으면 앉아 있는대로,, 주어진 비행환경을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이고자 노력한다.
출발 한 시간 전,
연두색과 베이지색 계통의, 독특한 색상의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들이 국제영화제 시상식에 입장하는 배우들처럼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탑승구를 통해 줄지어 들어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드디어 올봄 한국여행이 시작되었음을 느끼게 된다.
출발 30 분 전에는 지난 10 년 동안 변한 것이 없어 달달 외우고 있는 다음과 같은 안내방송이 흘러 나온다.
"지금부터 대한민국 서울인천으로 가는 대한항공 공칠이 (072) 편의 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
탑승순서에 따라 먼저 5 세 미만의 어린이를 동반하고 계신 승객과 거동이 불편하신 승객께서는 66 번 탑승구를 통해 탑승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밀리언마일러, 모닝캄 프리미어, 스카이팀 엘리트 플러스, 모닝캄, 스카이팀 엘리트 승객께서 탑승하시겠습니다.
퍼스트 클래스와 프리스티지 클래스 승객께서는 스카이팀 프라이어러티 탑승구를 통해 편리한 시간에 탑승해 주시기 바랍니다."
비행기가 만석이라는 사전 정보와는 달리, 옆자리 두 개가 빈 채로 비행기 출입문이 닫혔다.
좌석 세 개를 싸르니아가 혼자 차지하게 된 것이다.
맨 앞에서 두 번째 열이기 때문에 가까이에 아기들이 몇 명 있었다.
만석의 고난을 이번 비행여정의 일부로 받아들이고자 했는데 갑자기 상황이 바뀌자 약간 당황스러웠다.
나에게 주어진 세 좌석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가운데 좌석에 양반다리로 앉아 양쪽 암레스트를 올리고 가는 것이고
둘째는 누워서 가는 것이다.
기내식을 먹을 때나 영화를 볼 때는 첫 번 째 방법으로 가고, 나머지 시간에는 두 번 째 방법으로 가면 된다.
다만 기내식을 먹은 후 바로 누우면 위암이나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할 염려가 있으므로, 식사 후에는 약 20 분 간 기내를 산책하는 것이 좋다.
세 좌석에서 편하게 누워가려면 약간의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뉴이코노미 좌석은 앉기 편리하게 설계된 좌석이지 세 자리 차지하고 누워가라고 만든 좌석이 아니다.
따라서 무턱대고 눕기만한다고 편하게 누워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좌석표면에 굴곡이 심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에서 제공하는 어메너티는 담요 필로우 치약 칫솔 슬리퍼 생수 한 병 등인데,
이 중 담요 두 개를 이용해 두 번 째 (가운데) 좌석 굴곡을 메우면 허리부분에 느껴지는 불편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
암레스트 안 쪽에 필로우 두 개를 걸쳐 놓는다,
누워서 가므로 당연히 좌석에 장착된 AVOD 를 활용한 영화감상 등은 할 수 없다. 다만 음악은 계속 들을 수 있다.
자리가 널널해서 많은 사람들이 나랑 똑같이 누워서 간다면 몰라도,,
만석의 비행기에서 혼자 세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서 간다는 건 결코 맘이 편한 일은 아니었다.
한 번도 아니고, 갈 때 올 때 두 번 씩이나 옆자리가 빈다는 것도 참 드문 일이었다.
비어있는 두 좌석에 어매너티가 한 보따리 씩 준비되어 있었던 걸로 보아 원래는 예약 승객들이 있었던 것 같았다.
혹시 그 승객들이 짐만 체크인하고 탑승을 안 한 것인지, 그랬을 경우 그 승객들의 수하물을 다시 빼내었는지
여러가지가 갑자기 궁금해졌지만 굳이 승무원을 불러 묻지는 않았다.
대한항공 탑승권가지고 현대백화점 가면 만 원 짜리 상품권 한 장 준다
예전에는 비행기 타자마자 Fisher 상표의 구운 땅콩이 나왔는데
그 땅콩 서비스가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