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이야기 _ 탄천 이종학
이곳의 5월은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대평원 천지가 민들레로 물들어 버린다. 땅에서는 지천으로 피어난 민들레꽃의 샛노란 물결이 출렁이고 허공은 민들레의 하얀 깃털 홀씨가 부옇게 바람을 품고 일렁인다. 짧고 일교차가 긴 여름철을 살아내려고 꽃을 피우고 홀씨를 날리고 다시 새 싹이 돋아나..
기사 등록일: 2010-06-17
이곳에는 늘 바람이 분다 _ 박양근
오늘도 발걸음이 냄새를 다잡는다. 잘 익은 복숭아 향기가 실려오고 쌉쌀하게 늙어버린 쑥 냄새가 전해진다. 산 기운을 돋우는 장끼 소리가 들려올 때면 생강나무 꽃 냄새가 풍기기도 한다. 그 바람에는 기다림이 묻어있는데 촉이 눈을 뜨는 봄에도 낙엽이 내 어깨에 내려앉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
기사 등록일: 2010-06-10
사랑하게 하소서 _ 해울 이재기 (에드몬톤 교민)
아침 바다 해돋이를 사랑하고 저녁 하늘 노을을 사랑하므로 오늘을 사랑하게 하소서 봄날 새싹의 경이로움을 사랑하고 겨울, 고난의 시련을 사랑하므로 불이 꺼져 가고 밝히는 이들을 사랑하게 하소서 억 만리 떨어져 촉각의 빛으로 사라진 유성마저 사랑하므로 억겁의 긴 세월 속에 맥을 이어온 생..
갈색 머플러_캘거리 맑은물 문학회 미사 신금재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가경대 설합 속에서 어머니의 육신처럼 오래된 갈색머플러를 보았다 아직 기력이 남아 있을 때무엇인가 남에게 보탬이 되어야지 하시며산동네 힘겨운 이웃에게 복지관의 도시락을 전하고 연탄불을 갈아주시며힘겨워 하지 않고 나눔을 즐거워 하셨던 어머님 잔잔한 기침이 바람에 ..
오충근의 역사 기행) 치정에 얽힌 살인사건 과 그 결말(2)
성종이 공초(수사기록)에 이화의 종 내은산의 진술이 빠진 것을 추궁하자 한성부 판윤 이극증이 “내은산이 시신 버린 장소를 삼간병문, 박석현, 사현 등으로 번복해서 신빙성이 없었고 형벌을 가하면서 받은 진술이라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인권 개념이 지금과는 달랐던 시대라 심문..
국악의 세계로~ 고예진의 ‘가얏고’ (52)
지난주에 이어서~초심미월 시시로 불어 삼오일야의 찰 영(盈)태백이 애월 막대로 때린가 점점 수구려 지울 책(仄)하도낙서 버린 법에 일월성신의 별 진(辰)무월동방 원앙금어 춘향 동침의 잘 숙(宿)절대가인 좋은 풍류 나열준주 벌일 열(列)일야동침으 백년을 기약 왼갖 정담에 ㅂ[풀 장(張)금..
기사 등록일: 2010-06-03
해거리_ 청야 김민식 (캘거리 맑은물 문학회)
봄이 왔다.누이동생 병치레 소식에 마음은 슬프고 가슴이 아파서 그런지 유난히 춥고 긴 겨울이었다. 캘거리 긴긴 겨울의 터널을 빠져 나오느라 얼굴은 파리하고 겨우내 슬픔에 젖은 가슴은 아직도 마를 줄을 모른다. 마른 입술에 닥지닥지 겨울 때가 단단히 붙어서 볼품이 없다. 입술도 덩달아 ..
쌈 값 이자 _박양근 (수필가)
나뭇가지마다 봄물이 오르면서 채마 밭 푸성귀가 하루가 다르게 자리를 넓혀간다. 풍류객의 봄은 매화일지라도 서민의 봄은 밥상머리에 놓인 푸성귀에서 스며 나오는가 보다. 봄 꽃보다 야들야들한 쌈 거리가 먹성 있게 놓인 상을 보면 매운 겨울바람도 훈풍으로 여겨진다. 어린 시절을 보낸 낡..
오충근의 역사 기행) 치정에 얽힌 살인사건과 그 결말(1)
조선시대에는 ‘칠거지악’이라는 게 있었다. 요즘 말로 한다면 여자에게 해당되는 일곱 가지 이혼조건이다. 그 중에 한가지가 투기, 즉 질투이다. 질투라는 건 인간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인데 그것이 이혼사유가 된 것은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더구나 일부다 처가 통상적 결혼 형..
춘향 따라 나섰네
김미옥 (캘거리 교민, 시인) 날아든 春香에 흠흠 따라 가다고운 꽃잎 마음 모여 화담 수에 젖은 화봉 꽃망울 튀우듯 여인의 가슴에 꽃 글을 틔우니 내려앉는 땅거미도 솟아드는 햇살도 모두가 운율 되어 쪽문 열고 나오네